감독 : 마이크 미첼, 월트 도른
더빙 :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개봉 : 2017년 2월 16일
관람 : 2017년 4월 1일
등급 : 전체관람가
가끔 놓칠 수 밖에 없는 영화도 있다.
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디즈니,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중 국내 개봉하는 영화는 한편도 빠뜨리지 않고 보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못보는 영화들도 존재합니다. 2016년에는 [아기배달부 스토크]를 놓쳤고, 2017년에는 [트롤]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트롤]은 한때 디즈니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의 개봉 시기를 착각했고, 보려고 마음 먹은 이후에는 집근처 극장에서 더빙으로 밖에 상영하지 않아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더빙이라니... 아무리 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더빙버전만큼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더군요. 결국 눈물을 머금고 [트롤]은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웅이와 극장에서 볼 영화도 없고 그렇다고 영화 한편 안보고 주말을 보내기는 너무 아쉬워 [트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형색색이 호화찬란한 색체와 흥겨운 음악, 그리고 착한 교훈까지... 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모든 이유가 이 영화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트롤'과 모두가 불행한 버겐
노래와 춤, 그리고 허그를 좋아하는 행복한 요정 '트롤'. 그러한 '트롤'의 행복을 시기하던 버겐은 우연히 '트롤'을 잡아먹으면 자신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1년에 하루를 '트롤'의 날로 정해서 '트롤'을 잡아먹습니다. '트롤'의 날은 버겐에겐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날이지만, '트롤'에겐 공포의 날이 됩니다. 이에 '트롤' 왕국의 왕은 백성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킵니다.
20년이 흐르고 '트롤'은 버겐의 공포에서 벗어나 여전히 행복한 파티를 즐깁니다. 버겐에게 할머니를 잃은 브랜치(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매일 시끌벅적한 파티를 여는 '트롤' 왕국의 공주 파피(안나 켄드릭)에게 버겐의 습격을 경고하지만 파피는 브랜치가 걱정병에 걸렸다며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치가 경고한대로 시끌벅적한 파티 때문에 버겐에게 위치를 노출당하고 친구들이 납치당하자 파피는 20년전 아버지가 그랬듯이 자신도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브랜치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에 오른 파피톼 브랜치. 그들은 버겐왕국의 그리스톨 왕을 짝사랑하는 브리짓(주이 디샤넬)를 도와주며 버겐에게 진정한 행복은 '트롤'을 먹어야만 이루는 것이 아닌, 이미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닫게해줍니다.
행복이란 우리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1909년 파리 파스켈 출판사에서 출판된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틸틸과 미틸의 모험을 다룬 동화입니다. 이러한 <파랑새>가 1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곁에 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트롤]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롤]에는 행복한 요정 '트롤'과 불행한 괴물 버겐이 등장합니다. 버겐은 '트롤'처럼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트롤'을 잡아먹으면 '트롤'처럼 행복해질 것이라 믿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버겐의 착각입니다. '트롤'이 행복한 이유는 춤과 노래, 허그라는 낙천적인 생활방식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겐도 '트롤'처럼 낙천적인 삶을 산다면 굳이 '트롤'을 잡아먹지 않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어린시절 '트롤'의 날을 기다렸지만 '트롤'의 집단 탈출로 '트롤'을 먹지 못하고 평생 불행하게 살아야했던 그리스톨 왕이 하녀인 브리짓과의 사랑으로 '트롤'을 먹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익숙한 교훈이지만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잊고 삽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우린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데, 우린 서로가 블행하다 생각하고, 행복해지기위해 돈, 권력, 명예등 허황된 '파랑새'만 뒤쫓고 있습니다. 결국 [트롤]은 관객들에게 "당신은 버겐인가요?"라고 묻고 있습니다.
너무 가볍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트롤]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주관객층으로 설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국내 극장에서 더빙버전 상영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도 이해가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자막은 버거웠을 테니까요. 그만큼 [트롤]은 단순하고, 착하고, 예쁘기만합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최고 장점은 저와 같은 성인관객이 봐도 재미있다는 점인데, [트롤]은 그런 면이 부족하기에 단점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1시간 30분동안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호화찬란한 색체와 흥겨운 음악이 시종일관 터져나오고, 결국엔 모두가 행복해지는 착한 결말까지 이루고 있으니 만약 웅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였을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는 '트롤'이라면 [반지의 제왕]의 그 무시무시한 괴물을 떠올렸는데, 이 영화에선 너무 귀엽고 착하게 그렸다며 신기해했습니다. 하긴 저도 그랬습니다. 저와 웅이에게 '트롤'이란 버겐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뭐 암튼 [트롤]은 너무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였지만, 덕분에 토요일 저녁을 흥겹게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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