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무한대를 본 남자] - 수학포기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수학천재의 이야기

쭈니-1 2017. 3. 29. 15:27

 

 

감독 : 맷 브라운

주연 :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개봉 : 2016년 11월 3일

관람 : 2017년 3월 26일

등급 : 12세 관람가

 

 

웅이와 함께 보려고 기다렸지만...

 

제가 웅이와 함께 볼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관람등급입니다. 중학교 2학년인 웅이는 "나도 이제 열다섯살이예요."라고 항변하지만 아직은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들을 위주로 봅니다. 두번째는 장르입니다. 애니메이션, 판타지,SF와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주로 고릅니다. 세번째는 실화입니다. 실화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한 영화의 경우는 영화를 보고나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실화영화는 웅이와 함께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무한대를 본 남자]는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이면서 인도 빈민가 출신의 천재 수학자인 라마누잔(데브 파렐)을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여러모로 웅이와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인 셈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극장에서는 놓쳤지만 다운로드로 웅이와 함께 보려고 다짐했었습니다. 웅이 역시 수학선생님이 [무한대를 본 남자]를 꼭 보라고 추천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지난 일요일 저녁에 저 혼자 보게 되었네요.

웅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은 저 혼자 [무한대를 본 남자]를 봤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와 다시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수학천재와 그의 진가를 유일하게 알아준 멘토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와 더불어 웅이에게도 깊은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간 인도의 수학천재

 

머릿속에 그려지는 수많은 수학 공식들을 세상 밖으로 펼치고 싶었던 인도 빈민가의 수학천재 라마누잔(데브 파렐). 그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인도에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할 미래를 위해 노력해나갑니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오는데 영국 왕립학회의 괴짜 수학자 하디(제레미 아이언스) 교수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것입니다.

하디 교수는 학교의 반대를 무릎쓰고 라마누잔을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불러 들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자신의 연구한 공식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라마누잔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고 영국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들은 라마누잔을 천대할 뿐입니다. 게다가 하디 교수마저도 라마누잔의 공식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공식에 대한 증명을 해야한다며 라마누잔을 설득합니다. 라마누잔 입장에서는 당연한 공식을 증명까지 해야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는 사이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라마누잔은 폐결핵에 걸려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결국 하디 교수의 도움으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되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인정도 받지만, 라마누잔은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인도로 떠나고, 그곳에서 폐결핵이 악화되어 1년후 서른세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p(4)=5

 

천재를 소재로한 영화는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은 천재가 아니기에 그들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합니다. [무한대를 본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마누잔이 수 많은 수학공식들을 써내려가고, 하디 교수는 그의 공식을 보며 감탄하지만 영화를 보는 저는 라마누잔의 수학공식들이 그저 단순한 숫자와 기호로 보일 뿐입니다. 그 공식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인지 알면서 영화를 본다면 영화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훨씬 커졌을텐데 말입니다.

그러한 제 아쉬움을 눈치챘는지 하디 교수는 자신의 조수에게 라마누잔이 증명하려는 수학공식을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수 n의 분할에 대한 p(n)에 관한 수식입니다. 양의 정수 n의 분할은 차수에 관계없이 단지 양의 정수의 합으로서 n의 표현일 뿐입니다. 따라서 p(4)는 1+1+1+1, 1+1+2, 2+2, 1+3 또는 4로 쓸 수 있으므로 p(4)=5입니다. 하지만 p(100)의 경우는 p(4)처럼 일일히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라마누잔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p(n)의 공식을 찾아낸 것입니다. 중학교때 이미 수학를 포기했던 제가 [무한대를 본 남자]를 보며 수학공식의 의미를 이해한 것입니다.

이렇듯 [무한대를 본 남자]는 수학천재를 소재로 했음에도 붏구하고 전혀 어렵지 않게 영화를 풀어서 관객에게 설명해줍니다. 가끔 영화가 너무 잔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의 전개가 저는 좋았습니다. 이쯤되면 웅이의 수학 선생님이 이 영화를 추천해줄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