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톰 포드
주연 : 에이미 아담스, 제이크 질렌할, 마이클 섀넌, 애론 존슨
개봉 : 2017년 1월 11일
관람 : 2017년 3월 19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주의, 집중해서 영화를 볼 것!!!
제가 애용하고 있는 oksusu에서 포인트를 7,000점이나 받았습니다. 포인트로 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기에 저는 제가 찜해놓은 영화 리스트를 흝어봤고, 그 중에서 단연 [녹터널 애니멀스]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스마트폰이 TV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전 스마트폰인 노트2는 TV와 연결되어서 oksusu에서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TV를 통해 감상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구매한 갤럭시 와이드는 스크린 미러링이 지원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밖에 영화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조금 불편해도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녹터널 애니멀스]를 다릅니다. 왜냐하면 제 블로그 이웃이 이 영화는 집중해서 봐야한다고 조언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집중해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극장이 최선의 선택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TV에서라도 영화를 봐야합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는 영화에 집중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보는 등,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려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갤럭시 와이드는 스크린 미러링이 지원되지 않으니 스마트폰과 TV를 연결해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다른 것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이럴땐 저가보급형 스마트폰의 한계가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해서 결국 스마트폰으로 [녹터널 애니멀스]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구피에게 미리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렇게 116분동안 [녹터널 애니멀스]를 초집중해서 보고나니 영화가 끝나고나서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마치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에게 바람을 맞은 수잔(에이미 아담스)의 마지막 모습처럼...
20여년전 이혼한 남편에게 폭력적이고 슬픈 소설이 왔다.
완벽해보이지만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미술관 아트디렉터 수잔에게 어느날 20여년전 이혼한 남편 에드워드로부터 한편의 소설이 도착합니다. 수잔 덕분에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에드워드의 메시지를 읽고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 수잔.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는 소설의 이야기 속에 강렬하게 빠져들어갑니다.
소설의 내용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택사스로 향하는 토니(제이크 질렌할)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한밤중 텍사스의 도로 위에서 레이(애론 존슨) 일당을 만나 공격을 당합니다. 레이 일당은 토니의 아내와 딸을 납치하고, 토니만 겨우 겨우 레이 일당에게로 도망칩니다. 다음날 아침 토니는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관 바비(마이클 섀넌)의 도움을 받아 아내와 딸의 행방을 찾아나섭니다. 하지만 이미 토니의 아내와 딸은 성폭행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된 후였습니다.
바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레이 일당은 경찰에 붙잡히지만, 법적으로 그들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바로 그때 폐암 말기로 죽어가던 바비는 토니에게 사적인 법의 심판을 하자고 제안합니다.에드워드의 소설을 읽으며 20여년전 그를 너무나도 잔인하게 떠나버린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된 수잔. 그녀는 에드워드에게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약속장소에 에드워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이별 방식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영화의 스포가 나옵니다.)
사실 저는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고나서 '이게 뭐야?'라며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분명 에드워드가 수잔에게 보낸 소설의 내용은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수잔을 향한 에드워드의 좀 더 잔인한 복수를 바랐던 저는 약속장소에서 비로서 만난 수잔에게 에드워드가 뭔가 강력한 한방을 날릴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영화는 그렇게 끝이나버립니다.
만약 제가 에드워드였다고해도 수잔에게 오랜 세월 복수심을 가슴에 품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무능력과 나약함을 비난했고, 뱃속 에드워드의 아기를 낙태하면서 돈 많은 사업가 허튼(아미 해머)에게 가버렸으니까요. 마치 소설속 토니가 레이 일당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것처럼,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자신의 자식을 잃은 것입니다. 에드워드가 20여년동안 수잔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살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토니가 바비의 도움을 받아 소설 속에서 물리적 복수를 하는 것과는 달리 수잔에게 자신이 쓴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내는 것으로 복수를 마무리합니다. 차라리 수잔을 만나 실컷 욕이라도 퍼부었다면 속이라도 후련했을텐데... 왜 그는 이런 복수같지 않은 복수를 선택한 것일까요?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하룻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는 복수가 아닌, 자신의 삶을 지배했던 수잔을 향한 분노에 대한 이별을 고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토니가 복수를 마치고 허망하게 죽음을 당하듯이 에드워드는 이제 그만 수잔을 잊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가 수잔과의 약속장소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었던 이유이기도합니다.
이별을 선택함과 동시에 복수도 꿈꾸었다.
만약 에드워드가 단지 수잔에 대한 분노와 이별하고 싶었다면 왜 굳이 소설을 수잔에게 보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별과 동시에 복수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꿈꾼 복수는 소설속 토니가 레이 일당에게 행했고,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봐왔던 그런 일반적인 복수가 아닙니다. 수잔의 기억 속에서 이젠 잊혀진 후회와 죄책감을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그녀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삶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에드워드가 진정 원했던 복수입니다.
소설 속 토니가 레이 일당에게 당한 충격적인 사건들을 통해 에드워드는 수잔을 간접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수잔이 에드워드의 소설에 과도하게 빠져드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잔은 소설 속의 주인공이자 희생자인 토니가 아닌, 가해자인 레이 일당입니다. 레이의 잔인한 행동 속에서 수잔은 20여년전 자신이 에드워드에게 행한 잔인한 이별을 다시 떠올리게되는 것입니다. 망각을 통해 자신의 죄를 잊었던 수잔은 에드워드의 소설을 통해 그토록 잊고 싶었던 죄를 기억 저편에서 끄집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블로그 이웃의 조언대로 집중하면서 봐야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정확한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대신 소설 속의 은유를 통해 관객 스스로 스토리에 담긴 의미를 유추하도록 이끕니다. 게다가 톰 포드 감독은 유명한 패션 디지이너답게 영화의 화면을 감각적으로 꾸몄는데, 특히 영화 오프닝에서 헐거벗은 뚱녀들의 퍼포먼스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화려하지만 공허한 수잔의 저택과 황량하면서도 위험한 텍사스 사막을 번갈아보여주며 강렬한 이미지 속으로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영화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일까요? 그날밤 조금 기이한 꿈을 꿨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면 더욱 기이한 꿈을 꿨겠죠? 그만큼 [녹터널 애니멀스]는 굉장히 강렬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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