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태용
주연 :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개봉 : 2017년 1월 4일
관람 : 2017년 3월 11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2017년에 처음으로 놓친영화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전년도에 보고 싶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결국 보지 못한 영화들 위주로 챙겨보기를 시작했습니다. 1, 2월동안 그렇게 열세편의 영화를 챙겨 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에 놓친 영화들은 아직 많습니다. 그러는 동안 2017년에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놓친 영화들 리스트가 차곡차곡 쌓여만갔습니다. 지난 토요일 하룻동안 oksusu에서 무료로 풀어준 덕분에 보게된 [여교사]는 2017년에 개봉한 영화중 처음으로 놓친 영화이며, 처음으로 챙겨본 2017년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교사]는 2017년 첫 영화 개봉일인 1월 4일에 개봉했습니다. 2017년을 맞이하며 의욕적으로 극장에서 영화 보기에 나선 저는 1월 첫째주 개봉영화 중에서 [패신저스],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이름은.]을 극장에서 보며 바쁘게 보냈지만, 기대작 중에서 유일하게 [여교사]만큼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배우중 한명인 김하늘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한 영화라서 꼭 보고 싶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적은 상영관이 결국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제가 [여교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비단 김하늘의 연기 변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 [서울연애], [원나잇온리], [거인]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독립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은 김태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답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영화에 잘 녹아있다는 [여교사]의 평도 이 영화를 놓친 제 마음을 더욱 안달나게 만들었습니다.
계약직 여교사, 이사장 딸에게 반기를 들다.
효주(김하늘)는 계약직 여교사입니다. 정교사 자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사장 딸인 혜영(유인영)이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자리를 위협합니다. 혜영은 효주가 학교 선배라며 살갑게 굴지만 효주는 그녀가 영 못마땅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효주는 우연히 무용특기생인 재하(이원근)와 혜영이 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합니다. 효주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진 혜영을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혜영을 협박하여 재하와 헤어지게 만든 효주는 가난한 재하가 무용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그러한 재하에 대한 배려는 제자에 대한 선생의 순수한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혜영이 그랬듯이 효주 역시 재하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혜영의 함정인지도 모르는채... 하지만 결국 재하가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 효주에 대한 재계약이 철회되면서 결국 효주는 혜영에게 무릎을 꿇고 맙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회적 약자 효주의 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혜영과 재하에 대한 복수... 그것은 효주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파멸을 가지고 올지라도 어쩌면 효주 입장에서는 상관없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혜영의 밑에서 무릎을 꿇고 비굴하게 사느니, 그녀는 자신의 파멸을 선택하고맙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혜영에게 효주가 빼앗을 수 있는 단 한가지
일단 [여교사]는 굉장히 무미건조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효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과도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태어날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혜영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학교 이사장 딸인 혜영은 자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정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효주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자리를 혜영은 별 간절함없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효주에게는 작가라는 변명아래 집에서 놀고 먹는 백수 남친 상우(이희준) 뿐이지만, 혜영은 능력있는 재벌2세 종찬(이기우)을 약혼자로 두고 있으면서도 재하와 짜릿한 밀회를 즐기고 있습니다. 효주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효주가 재하에게 손을 뻗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재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혜영에게 효주가 빼앗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서 저는 효주의 편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라는 사회적 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과연 효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간절했나?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효주는 정말 간절했나?
영화의 초반으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임신한 정규직 여교사가 산통을 느끼자 교무실에서는 급하게 효주를 찾습니다. 그녀가 산통을 느끼면서도 효주를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효주의 간절함입니다. 그녀는 임신한 교사가 출산 휴가를 가면 그 자리를 노렸을 것이고, 정말 진심을 다해 임신한 교사에게 잘해줬을 것입니다. 산통을 느낀 그녀가 효주를 찾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랬던 효주가 혜영에게는 어땠나요? 이사장 딸이고, 학교 후배입니다. 물론 효주 입장에서는 그녀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임신한 여교사에게 했듯이 혜영에게도 진심을 다해 잘해준다면 정교사 자리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효주는 그 반대의 선택을합니다. 혜영에게 깐깐하게 굽니다. 그것도 겉으로 티내면서... 금수저인 혜영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면 효주의 간절함은 부족한 것입니다. 속으로는 혜영이 아니꼽고, 미워도, 최소한 겉으로는 혜영에게 잘해주는 척해야하는 것이 흙수저인 효주의 운명입니다. 임신한 여교사에게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혜영에게 대놓고 반감을 표현한 효주의 재계약이 철회되는 것은 어쩌면 예상된 결말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김태용 감독이 좀 더 효주의 간절함을 표현해야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없이 혜영에게 잘해주는척하다가 혜영의 약점을 잡아 비열하게 반격을 가하고, 결국 혜영의 함정에 빠져 몰락을 경함한 후 극단적인 복수를 하는 것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면 충분히 효주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같은 흙수저로써 그녀의 선택에 공감했을텐데... 분명 [여교사]는 영화를 본 이후 여운이 남는 영화였지만, 효주에 대한 제 공감만은 이끌어내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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