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대윤
주연 : 정만식, 이요원, 이솜, 정준원
개봉 : 2017년 2월 15일
관람 : 2017년 3월 16일
등급 : 12세 관람가
개봉 한달만에 공짜?
GSMA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1위 기념으로 oksusu에서 실시한 Free Movie Festival 덕분에 11일 토요일에는 [여교사]를, 13일 월요일부터 15일 수요일까지는 <셜록 시즌 4>를 무료로 봤습니다. 그리고 16일 목요일에는 [그래, 가족]으로 저는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물론 아직 [라이언], [더 킹], [루시드 드림]이 17일 금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무료 공개되겠지만, 이들 영화는 이미 극장에서 봤으니 저는 패스합니다.
사실 저는 oksusu에서 하루동안 무료로 공개된 영화 중에서 [그래, 가족]과 [루시드 드림]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여교사]와 [더 킹]의 개봉일은 1월이었고, <셜록 시즌 4>도 1월에 TV에서 방영했었습니다. [라이언]은 2월 1일에 개봉했으니 1월 개봉작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볼 사람은 거의 본 셈입니다. 하지만 [그래, 가족]과 [루시드 드림]은 각각 2월 15일과 2월 22일 개봉작으로 극장에서 개봉한지 이제 한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작 영화들입니다. 아무리 흥행에서 실패한 영화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무료로 공개된다는 것 자체가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 가족]은 제목 그대로 가족을 소재로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보다는 TV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요원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조연 전문배우인 정만식, 이솜 등이 그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탐정 : 더 비기닝], [더 폰], [덕혜옹주] 등의 각본을 썼던 마대윤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다시말해 [그래, 가족]은 주연과 감독의 네임밸류에서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례적으로 '디즈니가 선택한 첫번째 한국영화'라며 투자, 배급사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습니다. 이러한 홍보전략은 제게 통했는데, 가족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가 투자, 배급을 결정했으니 [그래, 가족]은 정말 괜찮은 가족영화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겨줬습니다.
남보다 못한 가족, 그래도 가족이다.
아버지의 사채빚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오씨 남매. 장남인 성호(정만식)는 쌍둥이 아빠이지만 번듯한 직장이 없고, 둘째인 수경(이요원)은 TV 보도국 기자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흙수저인 까닭에 매번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셋째 주미(이솜)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채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망없는 청춘일 뿐입니다. 이런 오씨 남매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접하게 되고 오랜만에 장례식장에 모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장례식장에 오씨 남매가 모르고 있던 막둥이 낙(정준원)이 나타나고, 누군가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낙이를 키워야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오씨 남매 중에서 경제력이 가장 나은 수경이 낙이를 떠맡지만, 과거 아버지의 빚을 떠안았었고, 철없는 오빠가 저지르고 다닌 말썽들을 해결하느라 지칠대로 지쳤던 수경 입장에서는 낙이가 예뻐 보일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낙이가 유력 정치인과 방송국 문사장 사이의 커넥션을 캐낼 유일한 희망임을 알게된 수경은 낙이를 이용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낙이는 문사장의 대화를 몰래 녹취하다가 들키고, 그로인하여 수경이 방송국에서 쫓겨날 위기를 맞이합니다.
어쩔수없이 성호, 수경, 주미는 낙이를 고아원에 맡기기로 합의합니다. 하지만 고아원에 간 줄 알았던 낙이가 사라지면서 오씨 남매는 낙이을 찾아 아버지의 고향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다시 가족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게됩니다.
특징없는 가족 코미디
일단 [그래, 가족]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특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흥행 전략은 단순합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개성이 강하지만 대책없는 오씨 남매와 그러한 오씨 남매 사이에 뚝 하고 떨어진 천진난만한 막둥이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그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며 그동안의 상처를 씻어내고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으로 감동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조금 뻔하기는 하지만 가족 코미디 영화들은 항상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어냈고, [그래, 가족]도 당연히 그러한 전개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그래, 가족]은 밋밋하기만합니다. 우선 영화 초반의 코믹 코드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분명 성호, 수경, 주미의 캐릭터는 개성이 넘치지만, 영화는 그들의 캐릭터를 잡아내는데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평면적으로 대충대충 캐릭터를 설명하고맙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캐릭터에 의한 코믹 코드는 실종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에 코미디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그래, 가족]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낙이를 이용해서 문사장의 비리를 밝혀내는 장면에서 긴장감 따위는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프로덕션 노트에서는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르는 긴박한 추격전, 리얼한 카체이싱 액션'이라고 이 장면을 내세웠지만, 실제 장면은 그러한 설명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가 아니니 스케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장면이 오씨 남매의 갈등을 최대치로 증폭시키는 중요 장면인 만큼 좀더 긴장감 넘치고 스릴있게 그려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했다.
영화 후반 사라진 낙이를 찾음으로써 [그래, 가족]은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어야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구축은 덜 되었고, 영화 초반의 코믹 코드는 실패했으며,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미지근하게 처리된 만큼 후반의 감동 또한 부족하기만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영화는 끝나버립니다. 도대체 저는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가족]이 좀 더 재미있는 가족 코미디가 되려면 일단 오씨 남매를 좀 더 과장되게 망가뜨려야만했습니다. 대책없이 망가진 오씨 남매를 통해 영화 초반의 코미디를 완성한 후, 오씨 남매가 아버지로 인하여 겪은 고통과 상처라는 과거를 관객에게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그렇게 망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어야했습니다. 그리고 문사장의 비리를 캐내는 장면에서는 스릴러 영화의 기법을 이용해서 긴장감을 높이고, 이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오씨 남매가 다시 가족으로 화합하는 장면에서는 낯뜨겁더라도 좀 더 관객의 눈물샘을 노골적으로 자극시켜야했습니다.
물론 마대윤 감독이 그러한 것을 몰랐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인 감독의 한계 때문인지 상업영화로써는 거의 빵점에 가까운 이도저도 아닌 밋밋함만을 선보입니다. 1시간 45분이라는 결코 짧지않은 러닝타임 안에 무엇 하나 제대로 담겨지지 못했으니... 영화를 보고나서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채 그냥 하품만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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