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7년 아짧평

[최악의 하루] - 그녀는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쭈니-1 2017. 2. 17. 10:56

 

 

감독 : 김종관

주연 :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개봉 : 2016년 8월 25일

관람 : 2017년 2월 16일

등급 : 15세 관람가

 

 

가끔 저예산 독립영화에 끌릴 때가 있다.

 

1.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제 영화적 취향은 지극히 대중적입니다. 영화제 수상작보다는 흥행작을 더 선호하고,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보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제 영화적 취향이 바뀌기도합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월이 되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를 주로 보고,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독립영화에 끌리기도합니다.

 

2. [최악의 하루]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관 감독의 영화입니다. 김종관 감독은 2000년 단편 [거리 이야기]로 연출활동을 시작한 이후 30여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입니다. 물론 저는 그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최악의 하루]가 제가 본 김종관 감독의 첫번째 영화인 셈입니다.

 

3.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최악의 하루]에 끌렸습니다. 물론 주연을 맡은 한예리의 매력도 어느정도는 발휘되었습니다. 한예리는 [코리아], [남쪽으로 튀어], [스파이], [해무], [사냥] 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해낸 젊은 여배우입니다. 특히 저는 [해무]에서의 그녀 연기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권율과 이희준 그리고 일본 배우 이와세 료라니... 저는 그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하루'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배우 지망생 은희에게 찾아온 최악의 하루

 

1. 배우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남자친구 현오(권율)와 만나기 위해 나서다가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나게 됩니다. 말은 잘 안통하지만 료혜이가 찾는 곳을 안내해준 은희는 그로 인하여 현오와의 약속에 늦어버립니다. 아침 드라마에 출연중인 현오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면 안된다며 얼굴을 가리고 은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결국 다툼으로 끝이 납니다.

 

2. 현오과 다투고 남산을 배회하던 은희는 한때 잠깐 만났었던 남자 운철(이희준)과 마주칩니다. 그는 은희가 트위터에 남긴 글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에 온 것. 이혼남인 그는 전부인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은희에게 말하고, 은희는 그를 돌려 보냅니다. 운철이 떠나고 이번엔 현오가 화해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현오와 화해하기 위해 다시 남산에 오른 은희, 그런데 떠난줄 알았던 운철이 은희를 따라온 것입니다.

 

3. 결국 현오와 운철이 만나고, 은희는 난처한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게된 은희 앞에 이번엔 료헤이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는 남산을 배경으로 새로운 소설의 소재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리고 자시는 한번도 해피엔딩 이야기를 쓴 적이 없지만 그 소설의 주인공은 분명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며 은희를 위로합니다.

 

 

 

그녀는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1. [최악의 하루]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은희는 다른 멜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착하지 않습니다. 그는 잘생겼다는 이유로 찌질한 스타병에 걸린 현오와 관계를 유지하고, 현오와의 관계가 잠시 소원해졌을 땐 자신에게 매달리는 이혼남 운철과 잠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양다리를 걸친 셈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거짓말로 서로간의 관계를 포장합니다. 남산에서 맞이한 그녀의 '최악의 하루'는 그녀의 거짓말이 무너지면서 벌어진 것으로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입니다.

 

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료헤이는 은희를 위로합니다. 결국 그녀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 단 하루의 최악은 오히려 그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단적인 예로 영화 오프닝에서 은희는 연기가 딱딱하다며 연기 선생에게 호되게 혼납니다. 연기 수업이 끝나고 그녀가 서투르게 피운 담배 만큼이나 그녀의 연기는 가짜티가 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하루'를 맞이한후 혼자 넋두리를 하듯 읊은 그녀의 연기는 더이상 딱딱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최악의 하루'를 맞이한 늦여름이 지나고  료헤이가 이야기한 겨울쯤에는 그녀의 연기가 활짝 꽃을 피워 연기자로써 한단계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3. 저는 [최악의 하루]를 보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너무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한때 저를 사로 잡았었습니다. [최악의 하루]가 그러합니다. 은희, 현오, 운철은 우리 주위에서 한번쯤 봤을 찌질함이 가득한 캐릭터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화를 보며 '킥킥' 웃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이방인인 료헤이는 영화적으로 멋지게 포장된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그의 위로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미래에 대한 예언처럼 보이기도합니다. [최악의 하루]는 특별한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담은 영화는 아니지만 내 기억 속의 '최악의 하루' 덕분에 어쩌면 지금의 행복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겨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