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에드워드 즈윅
주연 : 톰 크루즈, 코비 스멀더스, 다니카 야로쉬
개봉 : 2016년 11월 30일
관람 : 2016년 12월 2일
등급 : 15세 관람가
바쁜척 그만하고 내 이야기좀 써죠.
지난주 금요일, 저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봤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볼 시간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극장에서 편의점 김밥으로 식사를 떼우는 열의(?)를 보이면서 가까스로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보고야 만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저는 영화를 본 후에는 꼭 영화 이야기를 썼었습니다. 그런데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본 이후에는 영화 이야기를 쓸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주말에는 광화문 촛불집회 참여와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영화 이야기를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 시간이 나지 않았고, 연차 휴가를 냈던 수요일에는 구피의 수면내시경 때문에 병원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고, 오후엔 낮잠을 자느라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수요일 오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콧물이 나고, 결국 머리가 지끈거리며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습니다. 다시말해 감기몸살에 걸린 것이죠, 목요일 출근을 하긴 했지만 감기로 인한 최악의 컨디션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금요일에도 증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성격 탓에 이렇게 감기몸살 약을 먹은 이후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영화 이야기를 쓰겠다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본 것이 지난주 금요일이니 정확하게 일주일만에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영화 이야기를 쓰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영화 이야기는 영화를 본 후, 하루 정도 지나고나서 써야 딱 적당합니다. 영화를 볼 당시의 감흥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영화를 본 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할 시간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영화를 볼 당시의 감흥이 희미해져서 제대로된 영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잭 리처 : 네버 고 백]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스케일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기존의 액션 스릴러와는 차별화된 특별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딱 중간정도의 재미와 스릴과 액션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본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현재 이 영화를 볼 당시의 감흥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 감기몸살 때문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위해 쥐어짜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바쁜 척 그만하고 내 이야기좀 써줘."라고 닥달하던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포스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이죠.
결국 '잭 리처'도 사회적 동물이었다.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영화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서 먼저 '잭 리처'라는 캐릭터를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잭 리처'는 1997년 영국의 작가 리 차일드의 소설 <추적자>에 처음 등장한 이후 수편의 시리즈가 출간된 베스트샐러의 주인공입니다. 2013년 개봉한 [잭 리처]는 '잭 리처 시리즈'의 아홉번째 작품인 <원 샷>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잭 리처 : 네버 고 백]은 '잭 리처 시리즈'의 열여덟번째 작품인 <네버 고 백>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잭 리처 시리즈'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잭 리처'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직 군 수사관인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홀단신으로 재즈 뮤지션의 흔적을 찾아 미국 전역을 여행하기 시작합니다. 그에겐 차도, 가방도, 신분증도 없습니다. 길이 바로 집인 그는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유령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흔적도 없이 떠돌아다니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사건이 휘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오프닝에서는 '잭 리처'(톰 크루즈)가 불법 이민자들을 불법적으로 감금한 보안관을 낀 인신매매 조직을 혼자 소탕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물론 마지막 마무리는 군 수사관인 수잔 터너(코비 스멀더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잭 리처'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아무리 유령같은 존재인 '잭 리처'라고 할지라도 영원히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잭 리처 : 네버 고 백]에서 '잭 리처'는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수잔 터너와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관계는 '잭 리처'를 또다른 위험한 사건으로 이끕니다. 수잔 터너가 군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자, 그녀의 무죄를 확신한 '잭 리처'가 사건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잭 리처'의 인간관계가 수잔 터너 뿐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잭 리처'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그의 숨겨둔 딸 사만다 듀튼(다니카 야로쉬)의 존재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잭 리처'는 점점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수잔 터너의 탈옥을 도운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됨과 동시에 자신 때문에 킬러의 표적이 된 사만다를 돌봐줘야합니다. '잭 리처'로써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아버지 노릇까지 해야하는 것입니다.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서 비롯됩니다. 홀홀단신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익숙한 '잭 리처'는 수잔 터너와 호흡을 맞춰야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춘기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사만다와의 관계도 쌓아가야합니다. 두 여자 사이에서 쩔쩔매는 '잭 리처'의 모습은 이전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이 됩니다.
사건 해결은 뒤로 밀리다.
결국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재미는 '잭 리처'의 인간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차도, 가방도, 지갑도 가지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숨긴채 떠돌아 다니는 '잭 리처'의 캐릭터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잭 리처]에서도 '잭 리처'는 헬렌(로자먼드 파이크)을 구하기 위해 해병대 퇴역 군인인 카쉬(로버트 듀발)의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례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잭 리처 : 네버 고 백]에서는 '잭 리처'와 수잔 터너의 러브라인이 살짝 드러나기도 하고, 제 아무리 유령같은 존재인 '잭 리처'라고는 하지만 사춘기를 앞둔 반항적인 사만다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잭 리처'와 수잔 터너의 러브라인은 시작하다가 말고, 사만다가 진짜 '잭 리처'의 딸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확실한 진실을 밝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잭 리처 : 네버 고 백]이 '잭 리처'의 인간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동안 영화의 스릴러적 요소는 느슨해집니다. 분명한 것은 [잭 리처 : 네버 고 백]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장면은 영화의 전부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잭 리처 : 네버 고 백]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는 낙제점에 불과합니다.
'잭 리처'가 처리해야할 사건은 수잔 터너가 휘말린 군사 스파이 사건의 진실입니다. '잭 리처'는 군에서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 진실을 감추기 위해 수잔 터너에게 누명을 씌우고 그녀를 죽이려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군수업체 용병들이 '잭 리처'를 뒤를 캐기 시작합니다. 이쯤되면 '잭 리처'가 처리해야할 사건의 진실은 모두 밝혀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군 장성과 군수업체가 손을 잡고 비리를 저질렀고, 수잔 터너가 그러한 비리를 눈치챈 것이죠.
뭔가 복잡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지만 [잭 리처 : 네버 고 백]에는 복잡한 비밀 따위는 없습니다. 군 장성과 군수업체의 비리 실체가 마지막 반전처럼 영화 후반부에 제시되지만, 그것 역시 미지근하기만합니다. 오히려 비리의 실체보다 사만다가 진짜 '잭 리처'의 딸인지, 아닌지가 더 궁금해지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패착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렇다고해서 두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잭 리처]도 조금은 고전적인 액션으로 승부를 했던 영화인데, 감독이 크리스토퍼 맥퀴리에서 에드워드 즈윅으로 바뀌었어도 그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그러한 고전적인 액션조차도 [잭 리처]보다 [잭 리처 : 네버 고 백]이 덜 매력적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새로운 대표 캐릭터가 될수 있을까?
[잭 리처 : 네버 고 백]의 개봉을 몇 주 앞두고 저는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새로운 대표 캐릭터가 될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바 있습니다. 실제 톰 크루즈는 [탑 건]을 시작으로 미국적 반항아의 전형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7월 4일생]을 통해 잠시 연기파 배우로의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을 만나면서 이단 헌트라는 인생 캐릭터를 구축하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톰 크루즈가 이단 헌트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잭 리처'가 톰 크루즈의 또다른 인생 캐릭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잭 리처]도 그랬고, [잭 리처 : 네버 고 백]도 역시나 시리즈로 장기화되기엔 조금은 부족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잭 리처'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그에 걸맞는 사건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잭 리처 : 네버 고 백]이 흥행에 실패한다고해도 톰 크루즈는 여전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인기 배우일 것입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개봉 대기 중이거나 촬영에 들어간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6]을 비롯하여 [미이라]까지 앞으로도 쉴새없이 우리 관객을 찾을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리처 : 네버 고 백]을 보며 '잭 리처'가 톰 크루즈의 새로운 대표 캐릭터가 될 수 없다라는 것이 제겐 아쉽게 느껴집니다.
인생 캐릭터는 그렇게 쉽게 만나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이후 처음으로 속편에 출연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잭 리처'는 톰 크루즈의 인생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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