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신비한 동물사전] - 나는 2022년까지 이 시리즈를 즐길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쭈니-1 2016. 11. 22. 17:10

 

 

감독 : 데이빗 예이츠

주연 : 에디 레드메인, 캐서린 워터스턴, 댄 포글러, 앨리슨 수돌, 콜린 파렐

개봉 : 2016년 11월 16일

관람 : 2016년 11월 20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법의 세계는 계속되어야한다.

 

지난 주말은 저희 회사에서 1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하는 재고조사날이었습니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금같은 휴일이지만, 재고조사날만큼은 주말을 반납해야만합니다. 그나마 재고조사가 일찍 마무리되어서 토요일에 모두 끝나면 다행이고, 가끔은 일요일까지 재고조사 업무를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주말 내내 일하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면 기진맥진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이번 재고조사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일요일까지 해야했습니다. 5년동안 근무했던 재고조사 담당 직원이 퇴사를 하는 바람에 입사한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입 사원이 재고조사를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부하 직원들한테 이번 주말에는 약속을 잡지 말라고 며칠 전부터 신신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하 직원들 몰래 일요일에 특별한 약속을 잡아놓았습니다. 2016년 최고 기대작중 한편인 [신비한 동물사전]을 결코 놓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특히 저처럼 입이 가볍고,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의 사람들한테는 더욱 그러합니다. 일요일에 [신비한 동물사전]을 예매했다는 사실이 부하 직원들에게 알려졌고, 저는 핀잔과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예상과는 달리 재고조사는 토요일 늦은 밤에 마무리되었고, 저는 일요일에 무사히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러 극장에 갈 수가 있었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2011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입니다. 호그와트의 교과서 중 하나인 '신비한 동물사전'의 저자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에 대한 이야기로 무려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끝난 아쉬움을 향후 몇년간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로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맡았고,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경우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부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까지 여덟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 중 무려 네편을 연출했었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역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1편부터 2022년 개봉 예정인  5편까지 모두 연출을 맡는다고하니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마법세계의 영화들로 가득 채워질 수 밖에 없겠네요.

이렇게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였습니다. 1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제외하고 일곱편을 모두 극장에서 챙겨본 제 입장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신비한 동물사전]이 반갑기만 했습니다. 특히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볼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함께하지 못한 웅이가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함께 했으니 저와 구피 입장에서는 더욱 뜻깊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의 뉴욕은 현실의 판박이

 

[신비한 동물사전]은 1926년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하여 뉴욕의 거리는 쑥대밭이 되고, 미국의 마법의회 MACUSA는 마법사의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밝혀져 일반인과 마법사간의 전쟁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영국의 마법사 뉴트가 미국에 입국합니다. 그는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 신비한 동물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보호하기 위한 책을 쓰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해봐야할 것은 영화의 배경이된 1926년 뉴욕의 현 상황입니다. 마법 능력이 없는 일반인인 노마지(영국인들은 머글이라 부릅니다.)를 피해 존재를 감추며 은밀하게 살고 있는 마법사들.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 밝혀지면 노마지들이 두려워하며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걱정합니다. 그러한 가운데 실제 어둠의 마법에 의한 테러가 뉴욕을 강타하고, 반마법 집회를 여는 제 2의 세일럼 교회 리더 메리 루(사만다 모튼)는 마법사를 색출해서 미국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이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더욱 백인 우월주의 정책을 퍼나갈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현상황을 빗댄 것처럼 보입니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비롯하여 이슬람 급진 무장조직의 테러를 두려워한 미국은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키워나갔고, 이는 결국 트럼프라는 급진적 백인 우월주의자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슬람인을 비롯한 유색인이 미국의 백인들에겐 위험한 이방인에 불과하듯이,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노마지들에게 마법사들은 경계하고 미국에서 쫓아내야할 이방인에 불과한 셈입니다.

 

마법사들이 노마지들에게 존재를 감추며 은밀하게 살고 있는 상황을 비난하며 노마지와 마법사의 전쟁을 조장하려하는 흑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는 현실의 이슬람 급진 무장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흑마법사에 의한 테러를 두려워해 전체의 마법사들을 경계하고 미국에서 쫓아내기 위해 여론을 조장하는 메리 루는 현실의 급진적 백인 우월주의자일 것입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뉴트의 미국 입국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뉴트의 행동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그린델왈드나 메리 루와는 달리 굉장히 순수합니다. 그는 단지 신비한 동물들을 좋아하고, 신비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메리 루에게 마법사가 그러하듯이, 마법사들에게서 신비한 동물들은 그저 박멸해야만하는 존재일 뿐입니다. 정체를 묻는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에게 뉴트가 신비한 동물들을 조사한다고 이야기하자 티나가 박멸전문가냐고 되묻는 장면은 신비한 동물에 대한 마법사들의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줍니다. 

결국 뉴트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 편견에 빠져 있는 뉴욕에서 그들의 편견과 두려움에 맞서 싸워나갑니다. 한편으로는 노마지를 공격하는 그린델왈드의 음모에 맞서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비한 동물들을 이용해서 마법사회를 지켜냄으로써 신비한 동물들이 그저 박멸해야만하는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렇게 [신비한 동물사전]은 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에게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가 됩니다.

 

 

그들은 뉴트와 한 팀이다.

 

기본적으로 [신비한 동물사전]은 우연한 사고로 뉴트의 가방 속 신비한 동물들이 뉴욕의 거리로 탈출을 하자 수습에 나선 뉴트의 모험담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뉴트는 노마지인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그리고 전직 오러인 티나와 한 팀을 이룹니다. 사실 이러한 조합은 굉장히 낯익습니다. 남자 둘, 여자 하나라는 조합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제이콥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을 연상시킵니다. 론이 그러했듯이 제이콥은 어리버리한 행동으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키기 때문입니다. 티나가 전직 오러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티나의 동생인 퀴니 코니 골드스틴(앨리슨 수돌)이 영화 중반부부터 새롭게 합류해서 제이콥과 러브라인을 만들며 티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는 론과 사랑에 빠집니다.)

이렇게 뉴트, 제이콥, 그리고 티나와 퀴니라는 황금 조합을 만들어낸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의 떠다른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신비한 동물들로 영화의 재미를 더욱 복돋아줍니다. 이는 굉장히 영리한 전략인데, 제이콥과 티나, 퀴리를 통해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고, 신비한 동물들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것입니다.

 

사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신비한 동물을 유독 좋아하는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에 의해 신비한 동물들이 간혹 모습을 드러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볼드모트(랄프 파인즈)의 대결을 담은 영화이기에 신비한 동물들은 그저 '해리 포터 시리즈'가 판타지라는 것을 각인시켜는 역할 그 이상을 수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그동안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신비한 동물들이 주인공 이상으로 매력을 뽐냅니다. 반짝이는 물건을 보면 무엇이든지 훔쳐 자신의 배주머니에 챙겨 넣어 뉴트를 곤란하게 만드는 오리 너구리와 유사하게 생긴 니플러를 비롯하여, 모습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데미가이즈, 공간에 따라 모습을 크게 했다가 작게 줄일 수도 있는 오캐미와 기억을 지우는 강력한 독을 가진 스우핑 이블 등등. 그 중에서 뉴트가 늘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보우트러클은 [신비한 동물사전]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는 신비한 동물은 뉴트가 이집트의 밀매업자들에게 붙잡혀 있는 것을 구해낸 천둥새, 프랭크입니다. 뉴트가 미국에 온 이유도 프랭크를 고향인 애리조나로 돌려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들 신비한 동물들은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그저 눈요기에 불과한 것이 아닌 결정적인 역할을 해냅니다. 스우핑 이블의 독과 푹풍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천둥새, 프랭크의 날개짓, 그리고 은으로 된 오캐미의 알까지... 이러한 신비한 동물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재미입니다.

 

 

시작으로 아주 좋았다.

 

물론 제가 [신비한 동물사전]을 무조건 만족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그린델왈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처음 볼드모트가 모습을 드러낼 때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대했건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조니 뎁은 깜짝 등장치고는 상당히 시시했는데,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조니 뎁의 모습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최근 인터넷 뉴스를 보니 2편에서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사진으로만 출연했던 뉴트의 첫사랑 레타 레스트랭(조 크라비치)의 비중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영활르 보고나서 웅이가 "아빠, 레타 레스트랭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벨라트릭스 레스트랭(헬레나 본햄 카터)은 무슨 관계일까요?"라고 묻더군요. 정말 그러고보니 둘은 성이 같습니다. 2편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봐야할 대목입니다.

이제 새로운 시리즈 영화가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시작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며 '너무 어린아이 취향의 영화'라며 실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익숙해져서인지 [신비한 동물사전]은 첫 시작부터 제게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이쯤되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교해서 최소한 시작만큼은 [신비한 동물사전]이 훨씬 나았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하네요. 제 블로그 이웃분의 표현대로 5편이 개봉하는 2022년까지 저희 가족은 머리채 잡혀서 끌려다니게 생겼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을 본 후,

5년전, '해리 포터 시리즈'를 떠나보낼 때의 그 아련함이 생각났다.

6년후,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떠나보낼 때도

5년전 그랬던 것처럼 행복에 의한 아련함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