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플로렌스] - 행복한 음치가 전해주는 음악으로의 힐링

쭈니-1 2016. 10. 31. 16:44

 

 

감독 : 스티븐 프리어스

주연 : 메릴 스트립, 휴 그랜트, 사이몬 헬버그

개봉 : 2016년 8월 24일

관람 : 2016년 10월 28

등급 : 15세 관람가

 

 

음치는 과연 창피한 일일까?

 

우리는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음치라며 놀립니다. 제 친구 중에서도 음치가 있는데, 노래방에 가면 음정, 박자 무엇하나 맞추지 못하고 그냥 소리만 질러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그 친구의 노래를 듣는 것이 괴롭지만, 음치 친구는 너무나도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만족해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과연 음치는 창피한 일일까요? 노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오락 중의 하나입니다. 음치라고해서 노래를 부르를 즐거움을 박탈하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제가 즐겨보는 케이블TV 예능프로중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가수가 게스트로 출연해서 자신과 듀엣곡을 부를 일반인을 선택해야하는데, 일반인 중 몇몇은 심각한 음치입니다. 가수는 누가 음치이고, 누가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인지 잘 골라내야 합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백미는 노래를 잘 할것 같은 일반인이 막상 음치일때 터져나오는 즐거움입니다. 음치인 일반인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고, 그것을 듣는 게스트와 시청자들은 유쾌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며 음치이면서도 당당하게 TV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멋있게 보였습니다.

 

음치면 어떤가! 노래가 즐거우면 된거다.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

 

[플로렌스]는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로 불린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메릴 스트립)의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녀는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여러 음악가들을 후원했지만 사실 기본적인 음정 박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최악의 음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1944년 10월 25분 자신의 일생일대의 꿈인 카네기홀 공연에 도전장에 내밀게 됩니다.

'플로렌스'가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매니저이자 남편인 베이필드(휴 그랜트)의 헌신 덕분입니다. 베이필드는 '폴로렌스'의 공연마다 그녀에게 호의적인 관객들만 엄선해서 초대하고 악평이 실린 신문은 모조리 페기하는 등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은 베이필드의 노력이 통하지 않았고, 결국 '플로렌스'는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플로렌스'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혹평을 듣게 되고 공연 한 달 후인 1944년 11월 26일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생을 마감하기 전 그녀는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있어도, 내가 노래를 안 한다고는 할 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네요.

 

베이필드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플로렌스'는 행복한 음치였다.  

 

 

메릴 스트립이 창조해낸 귀여운 음치 '플로렌스'

 

[플로렌스]는 귀여운 음치 '플로렌스'와 그녀가 음치라는 비밀을 감싸주기 위한 베이필드의 필사적인 노력이 영화의 주요 내용입니다. 여기에 얼떨결에 '플로렌스'의 전용 연주가인 맥문(사이몬 헬버그)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훈훈한 코미디 영화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역시 [플로렌스]의 영화적 재미는 90% 이상이 메릴 스트립의 혼신의 연기입니다. 연기에 관해서는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메릴 스트립.  [어바웃 리키]에서는 록밴드의 리더보컬 리키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더니 [플로렌스]에서는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 놓습니다. 실제 '플로렌스'는 불행한 결혼생활과 그로인한 성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맥문을 살뜰하게 챙기는 등 다정다감함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러한 사랑스러운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있었기에 그녀가 카네기홀에서 야유를 받을 땐 마치 내 일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에 대한 악평이 담긴 기사를 읽고 상실감에 빠진 모습에서는 저 역시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처럼, 음치면 어떻습니까? 그녀는 노래를 사랑했고, 모두가 원하는 카네기홀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어쩌면 여한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든 아는 나만의 노래를 부르련다.

 

 

'플로렌스'의 상황에 대한 많은 궁금증들은 풀어주지 않았다.

 

사실 저는 [플로렌스]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결말이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결말은 '플로렌스'가 행복한 음치가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왜 토스카니니 등 명망있는 음악가들은 '플로렌스'가 음치임을 밝히지 않았을까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에 대한 애처로움 때문에? 아니면 그녀의 후원금 때문에?

왜 베이필드는 이중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그녀는 대외적으로 '플로렌스'에게 헌신적인 남편이지만, 그에겐 캐슬린(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베이필드는 '플로렌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맥문에게 말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베이필드의 이중생활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저는 [플로렌스]의 영화 마지막에 이 모든 의문을 풀어줄 엄청난 사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플로렌스]에는 제가 기대한 엄청난 사연은 없었습니다. 그저 이젠 전설로 남은 행복한 음치 '플로렌스'의 카네기홀 공연장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한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엔딩크레딧에서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실제 공연 현황을 듣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힐링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음치에게서 힐링을 얻다니...  어쩌면 그것이 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의 진짜 힘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