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달빛궁궐] - 아주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쭈니-1 2016. 10. 26. 16:45

 

 

감독 : 김현주

더빙 : 김서영, 이하늬, 권율, 김슬기

개봉 : 2016년 9월 7일

관람 : 2016년 10월 22

등급 : 전체 관람가

 

 

한국 애니메이션을 응원하며...

 

지난 토요일, 점심에는 장인의 생신으로 가족 모임을 하고, 가족 모임 이후 곧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웅이가 보고 싶다던 [미스터 캣]을 보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일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말에 웅이와 함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두편을 보려고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바로 [달빛궁궐]과 [카이 : 겨울호수의 전설]입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찾으신 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와 같은 할리우드의 메이저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웬만하면 극장에서 볼 정도입니다. 이렇게 나이에 맞지 않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보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응원하는 편입니다. 될수 있으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는 이렇게 다운로드라도 꼭 봅니다.

[달빛궁궐]과 [카이 : 겨울호수의 전설]이 바로 그러합니다. 비록 극장에서는 놓쳤지만 저는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기를 기다렸고, 기왕이면 웅이와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느껴보고자 주말까지 기다린 것이죠. 아쉽게도 [카이 : 겨울호수의 전설]은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그래도 토요일 밤에 [달빛궁궐]은 보고 잠이 들었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창덕궁을 소재로한 토속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달빛궁궐]은 우연히 창덕궁 속 환상의 세계인 '달빛궁궐'로 들어간 열세살 소녀 현주리(김서영)의 이야기입니다. 사정은 이러합니다. 시간을 알리는 자격루의 12지신인 다람이(김슬기)는 매일 반복되는 임무에 염증을 느끼고 자격루를 탈출합니다. 다람이의 탈출로 시간의 벽이 무너지고, 우연히 창덕궁에서 어린이 뮤지컬 '달빛궁궐'을 공연하기 위해 온 현주리가 다람이와 함께 '달빛궁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것입니다.

일단 [달빛궁궐]는 한국적 소재가 빛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창덕궁을 소재로한 현실 세계 장면도 그러하고, '달빛궁궐'이라는 판타지 세계 장면들도 굉장히 토속적입니다. 가끔 초등학교 저학년이 보기엔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달빛궁궐'을 차지하려는 매화부인(아하늬)의 음모와 현주리를 지키려는 훈남무사 원(권율)의 활약을 즐기다보면 1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달빛궁궐]을 보다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후반의 사건 해결은 조금은 얼렁뚱땅인 것도 아쉬웠습니다.  특히 매화부인에 의해 봉인이 풀린 향나무가 '달빛궁궐'가 공격하자 인간세상도 재앙이 찾아오는데, 현주리가 향나무를 막아내자 인간세상의 재앙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해도 조금 무리가 따른 전개인듯합니다.

 

매화부인이 왜 향나무의 봉인을 해제했는지는 영화를 보고나서도 미지수.

결국 매화나무의 정원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모두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충실히 할때...

 

솔직히 [달빛궁궐]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인프라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달빛궁궐]을 바라보려합니다. 블록버스터급 자본이 투자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풍부한 인프라를 자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한다면 분명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지만, 이렇게 명맥을 잇고 있는 것만도 저는 고맙기만합니다.

그리고 [달빛궁궐]의 교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린이 뮤지컬 '달빛궁궐'에서 보잘것없는 나무 역할을 맡게된 현주리는 자신의 역할이 굉장히 창피해합니다. 그것은 다람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자격루에서의 임무에 염증을 느낀 것이죠. 하지만 현주리와 다람이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망각하자 '달빛궁궐'과 인간 세상은 큰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사실 저도 가끔 내가 하는 일이 보잘것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은 부속품이 모여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을 할때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이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그것 또한 우리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구성인 셈입니다. 웅이가 성인이 되어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달빛궁궐]의 관람을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