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더 웨이브] - 재난은 언제 어느 순간에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쭈니-1 2016. 10. 10. 17:27

 

 

감독 : 로아 우다우그

주연 : 크리스토퍼 요너, 아네 달 토르프

개봉 : 2016년 7월 13일

관람 : 2016년 10월 9일

등급 : 12세 관람가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지난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었습니다.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주시에서의 지진 여파는 서울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당시 저는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지진의 진동을 느꼈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랬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경고되었던 사항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막연히 지진은 일본이나 중국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경주시에서의 지진으로 지진의 공포가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죠.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재난에 대해 무심한 태도를 가지기 일쑤입니다.

[더 웨이브]가 그러한 영화입니다. [더 웨이브]는 노르웨이의 재난영화입니다. [더 웨이브]는 영화의 시작부터 1905년 1월 15일에 발생한 피오르드의 로달렌에서 일어난 산사태 자료 화면을 보여줍니다. 산사태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고 6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 많은 사상자를 냈던 타피오르드 지진이 발생한지 58년이 지났고, [더 웨이브]는 바로 이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합니다.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재난이 바로 오늘일지도 모른다. 

 

 

피오르드 지진 통제센터에 근무하는 주인공도 재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웨이브]의 주인공은 피오르드 지진통제센터에 근무하는 베테랑 지질 연구원 크리스티안(크리스토퍼 요너)입니다. 그는 산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지질 연구원이지만, 아이들의 장래와 더 나은 삶을 위해 피오르드 지진통제센터를 관두고 석유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도시로의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크리스티안 가족. 하지만 바로 그때 이상징후가 발생됩니다. 

동료들은 데이터 오류일 것이라며 크리스티안을 안심시킵니다. 마을에 경고 사이렌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크리스티안에게 58년동안 지진은 없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이제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크리스티안 역시 애써 동료의 말을 믿으려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는 배에 타지 않고 피오르드 지진통제센터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물론 크리스티안의 불안한 예감은 적중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인하여 크리스티안과 그의 아이들이 위험에 빠져 버렸다는 것입니다. 만약 크리스티안이 이상징후를 외면하고 마을을 떠나는 배에 올랐다면 최소한 그의 아이들은 안전했을텐데, 크리스티안이 배에 올라타지 않는 바람에 아이들 역시 커다란 위험에 빠져 버린 것이죠.

 

오지랖 넓은 아빠가 미안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다.

 

이미 지진은 시작되었고, 그로인한 쓰나미도 마을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그 안에 해발 80미터 이상의 높은 곳으로 대피하지 않으면 쓰나미에 휩쓸려 모두 죽을 지도 모릅니다. 크리스티안은 어린 딸을 안고 죽자 살자 달립니다. 그리고 관광 호텔에 근무하는 그의 아내 이둔(아네 달 토르프)도 아들 상드레와 함께 지하 벙커로 대피를 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크리스티안과 이둔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쓰나미 경고를 미리 하지 않은 책임감을 느낀 크리스티안은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데 앞장서고, 급기야 이웃 주민을 위해 위험을 무릅씁니다. 호텔 고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이둔 역시 호텔 고객을 먼저 대피시키고 아들 상드레를 찾아 나섭니다. 10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 크리스티안과 이둔은 남도 함께 챙겨야 하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위기에 빠집니다. 크리스티안은 다리를 다친 주민과 함께 대피하려다가 쓰나미를 피하지 못하고, 이둔은 호텔 고객들을 대피 시킨 이후 상드레와 함께 지하 벙커에 갇힙니다. 정상적이라면 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기에 크리스티안 가족은 모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감격스럽게 재회합니다.

 

사람은 쓰나미보다 빠르지 않다.

 

 

만약에...

 

[더 웨이브]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피오르드 지진통제센터의 직원들이 전날 발생한 이상징후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면 어쩌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피오르드가 언제 지진을 일으켜 쓰나미가 마을을 덮칠지 모른다고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내일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 58년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것은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진이 실제로 우리나라에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습니다. 왜? 수십년동안 이 땅엔 지진이 없었기에...

[더 웨이브]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에 관객에게 경고를 합니다. 재난은 언제 어느 순간에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100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아니면 바로 오늘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대비를 해야 합니다. [더 웨이브]는 비록 먼나라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재난 영화이지만, 이 영화를 보며 경주 지진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경주시에서 일어난 5.8의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서울과 같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에서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과연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더 웨이브]를 보고나니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