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이퀄스] - 사랑이 없는 유토피아는 행복하지 않다.

쭈니-1 2016. 9. 27. 14:30

 

 

감독 : 드레이코 도리머스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콜라스 홀트

개봉 : 2016년 8월 31일

관람 : 2016년 9월 26일

등급 : 15세 관람가

 

 

9월 말까지 oksusu 포인트 쓰기

 

몇달전,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견적을 요청하면 oksusu 포인트 1만점을 준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삼성화재에 자동차보험 견적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oksusu 포인트 1만점을 획득했고, 그 덕분에 추억의 영화인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고스트 버스터즈 2부작]을 oksusu 포인트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한달 가까이 oksusu에 접속을 하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영화를 볼 심산으로 oksusu에 접속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oksusu 포인트 중 아직 쓰지 못한 7,500점의 만기가 9월 30일까지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든 이번 주중으로 oksusu 포인트 7,500점을 써야 하는 상황. 구피는 어차피 공짜로 얻은 포인트이니 아까워할 필요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제게 있어서 크나큰 죄악입니다.

결국 저는 고르고 골라서 두편의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하나는 지난 8월 31일에 개봉한 [이퀄스]이고, 나머지 하나는 지난 4월 21일에 개봉한 [브루클린]입니다. 아무래도 [이퀄스]는 신작이기에 4,950점의 포인트를 써야 했고, [브루클린]은 2,750점의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포인트 200점의 부족하지만, 부족한 포인트는 현금 결재하는 것으로...

 

포인트가 소멸되기 전에 서둘러 [이퀄스]를 보러 가자!!!

 

 

인간의 감정이 통제된 미래 사회

 

[이퀄스]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SF영화입니다. 인류 대전쟁으로 인하여 지구는 폐허가 되고,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제한된 구역과 사람들만이 살아남습니다. 결국 선진국 사람들은 또다른 재앙을 막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의 모든 감정을 통제하고 제한합니다. 사람들은 감정이 통제된채 국가가 제공한 집에서 생활하고, 국가가 제공한 직장에서 일하며, 국가가 제공한 음식을 먹습니다. 마치 로봇처럼 그들은 같은 일상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억지로 통제된다고해서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 중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생겨버리는 감정통제오류 즉, SOS환자들이 생겨나는데 SOS 1기 환자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지만 더이상 컨트롤이 안되는 SOS 4기 환자들은 격리조치되어 죽음을 맞이해야합니다.

[이퀄스]의 주인공인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는 어느날 악몽을 꾼 이후 자신이 SOS 1기 환자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SOS 2기 환자이지만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는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사랑은 선진국에서는 최악의 범죄. 사일러스와 니아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선진국을 탈출해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된 반도국에 사랑의 도피를 할 위험한 계획을 세웁니다.

 

우리 그냥 사랑하면 안될까요?

 

 

선진국의 사람들처럼 감정이 통제된 듯한 영화

 

사실 감정이 통제된 미래 사회에 의한 영화는 그다지 특별한 소재가 아닙니다. 2003년에 개봉했던 [이퀄리브리엄]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이후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제4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철저하게 통제된 미래 사회를 담고 있고,  2014년에 개봉한 [더 기버 : 기억전달자] 역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퀄스]는 이들 영화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미건조한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감정이 통제된 선진국의 사람들처럼 [이퀄스] 역시 감정이 통제된 것처럼 영화 자체가 상당히 잔잔합니다. 영화음악도 사일러스와 니아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때에만 흘러나올 정도입니다. 하얀 옷을 입고 무표정으로 일렬로 줄을 서서 걷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다보면 영화를 보는 저 역시도 답답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이퀄리브리엄]과 [더 기버 : 기억전달자]가 감정이 통제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오락영화로써의 재미를 갖추고 있는 영화라면 [이퀄스]는 오락영화로써의 재미보다는 감정이 통제되면 인간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진지하게 통찰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퀄스]의 흥행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러한 진지함 때문일 것입니다.

 

나, 지금 진지하다.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랑이라는 작은 떨림

 

하지만 [이퀄스]가 무조건 무미건조하고 잔잔하기만한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일러스와 니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선진국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러한 위험한 행위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는 않지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서로에 대한 갈망을 멈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퀄스]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솔직히 저는 사일러스와 니아의 사랑이 좀 더 다이나믹하게 진행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퀄스]는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결코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젊은 두 배우의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이상합니다. 사일러스와 니아는 서로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픔 때문에 스스로 더욱 강력해진 감정억제제 투여를 결심하기까지합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입니다. [이퀄스]의 영화 분위기가 워낙 무미건조했기에 그 사이에서 벌어진 사일러스와 니아의 사랑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사랑을 하다보면 미친 듯이 아프기도 하다.

 

 

미래사회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의 결말 언급)

 

[이퀄스]는 선진국의 무미건조한 풍경과 사일러스와 니아의 열정적인 사랑을 대비시킵니다. 그리고 관객에게 질문을 합니다. 과연 인간에게서 감정을 없애버린다면 아무리 평화로운 삶이라도 그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전쟁, 분쟁, 다툼 등은 인간의 감정 때문에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다툴 이유가 없죠. 그저 기계처럼 우리가 할 일을 충실히 하기만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계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이퀄스]는 영화의 후반에서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살짝 차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퀄스]의 결말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일까요? 그것은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몫입니다. 니아가 죽은 줄 알고 감정억제제를 투여한 사일러스. 자신과의 사랑을 기억으로 밖에 느끼지 못하는 사일러스와 반도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니아는 과연 행복할까요? 아니면 불행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니아가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 사랑입니다. 비록 사일러스는 더이상 니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니아의 곁에 있어주는 것을 선택했으니 니아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니아의 손을 잡아주는 사일러스의 모습이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