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 - 80년대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하다.

쭈니-1 2016. 10. 17. 15:50

 

 

감독 : 레니 할린

주연 : 성룡, 조니 녹스빌, 판빙빙, 연정훈, 증지위

개봉 : 2016년 8월 31일

관람 : 2016년 10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흥미로운 조합은 도대체 뭘까?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는 흥미로운 조합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우선 감독이 할리우드의 레니 할린입니다. 레니 할린 감독은 [다이하드 2]를 시작으로 [클리프행어], [컷스로트 아일랜드], [롱 키스 굿나잇], [딥 블루 씨] 등 굵직굵직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90년대를 풍미했던 감독입니다. 물론 요즘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최근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를 연출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중국영화입니다. 주연을 맡은 성룡을 중심으로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블링크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판빙빙과 중국의 베테랑 배우 증지위도 출연합니다. 게다가 성룡과 공동 주연을 맡은 배우는 [잭 애스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코미디 배우 조니 녹스빌입니다. 이로써 성룡과 조니 녹스빌이라는 동서양 콤비가 완성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의 캐스팅 라인을 보다보면 우리나라 배우인 연정훈이 출연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가인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국내에서는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동하다가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셈입니다.

 

[러시 아워]의 크리스 터커, [상하이 눈]의 오웬 윌슨에 이어

이번엔 조니 녹스빌과의 동서양 명콤비 출동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상하다.

 

사실 이 정도의 흥미로운 조합이라면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는 제 기대작이 되기에 충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제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영화적 완성도가 조잡했습니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는 지금까지 제가 봤던 성룡 영화 중에서도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악명높은 범죄 조직 두목 마타도르의 함정에 빠져 파트너인 영(증지위)을 잃는 베니(성룡)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베니와 마타도르의 악연을 설명함과 동시에 영의 딸 사만다(판빙빙)를 지키기 위한 베니의 과도한 집착이라는 영화 전반적인 설정이 모두 설명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레니 할린 감독은 이렇게 중요한 오프닝을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마치 누군가가 대강 가위질을 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엉성해도 너무 엉성합니다.   

이렇게 오프닝 장면이 엉성하니 미국에서 건너온 전문 도박꾼 코너(조니 녹스빌)를 죽기살기로 뒤쫓는 베니의 모습이 그다지 납득되지 않습니다. 코너를 홍콩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사만다가 위험해진다는 이유 때문인데, 차라리 그러한 이유라면 사만다와 함께 코너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런지... 그 이후에도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는 싸구려 B급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영화적 구성이 엉성합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괜한 오지랖을 부려서

베니 삼촌만 고생시키는 구나.

 

 

러시아, 몽골, 중국, 홍콩, 마카오를 오가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킵트레이스 : 합동수사]가 싸구려 B급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카오, 러시아, 몽골을 오고가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몽골의 드넓은 초원은 영화를 보는 제 마음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시원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그러한 스케일 안에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풀어놓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딸을 임신시킨 코너를 납치한 러시아 마피아 보스부터 시작해서 다짜고짜 베니와 코너 일행과 한데 어우러지는 몽골의 유목 마을 사람들까지... 마치 스토리 라인에 맞춰 로케이션 장소를 섭외한 것이 아닌, 로케이션 장소에 맞춰 억지로 스토리 라인을 짜맞춘 듯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서로 아웅다웅하던 베니와 코너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들이며 마타도르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뻔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스토리 전개가 그냥 대충 대충 그려넣은 것 같아 영화적 재미로 발전되지는 못합니다. 글쎄요. 이것이 성룡 스타일의 동양액션과 레니 할린의 서양액션 스타일 연출의 부조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성룡과 레니 할린 조합은 서로 삐그덕거리기만 했다는 점입니다.

 

이따위 영화에 영화에 나를 왜 캐스팅한거야?

 

 

그래도 추억의 성룡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물론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가 전혀 볼거리가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특히 저처럼 어렸을 적부터 성룡 영화를 좋아했던 올드팬이니면 이 영화에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 갱단과의 액션, 몽골 유목마을 사람들과의 액션 등등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에는 추억의 성룡 액션을 떠오르게 하는 올드한 분위기의 액션이 한가득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룡의 80년대 영화인 [프로젝트A]와 [프로젝트A 2]를 DVD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가끔 울적할때마다 추억에 사로잡히며 이 두 영화를 번갈아가며 보는데, 솔직히 지금보면 굉장히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젊은 시절 성룡의 날렵한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가 [프로젝트 A]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면서도 요즘 영화답지 않게 촌스럽습니다. 하지만 성룡의 날렵한 액션은 소소한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제 성룡도 나이가 많아서 예전과는 달리 액션이 많이 둔해졌지만... [스킵 트레이스 : 합동수사]는 그냥 추억의 성룡 액션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할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