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의 꾐에 넘어가다.
미드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 2>와 영드 <셜록 시즌 3>를 전부 보고나서 저는 앞으로 미드, 영드 보기는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이미 보기 시작한만큼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 3>와 <셜록 시즌 4>는 봐야 겠지만 새로운 미드, 영드에 도전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한 것입니다. 제가 그러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즌제로 진행되는 미드, 영드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미드, 영드를 보느라 오히려 영화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결심은 구피의 달콤한 꾐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oksusu에서 미드 <그림 시즌 1>부터 <그림 시즌 3>까지 무료로 볼 수 있음을 알게된 구피는 제게 <그림 시즌 1>를 함께 보자고 꼬드긴 것입니다. 구피와 뭔가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즐거움이기에 결국 더이상 새로운 미드, 영드를 보지 않기로 했던 제 결심은 단번에 무너지고 결국 구피와 <그림 시즌 1>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러닝타임 45분짜리 2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그림 시즌 1>을 보느라 제 우려대로 영화를 보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고, 그로인하여 제 블로그는 많이 썰렁해졌지만, 그래도 구피와 함께 <그림 시즌 1>를 봤던 행복한 추억이 남았으니 저는 만족합니다.
그림형제의 동화가 미드로 탄생했다고? NO NO NO
사실 제가 구피의 꾐에 너무나도 쉽게 넘어간 이유는 저 역시 <그림>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제목 그대로 우리에게 동화 작가로 잘 알려진 '그림형제'의 동화를 각색한 판타지 수사극입니다. 사실 '그림형제'의 이야기가 판타지로 재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미 2005년 개봉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동화라고 하기엔 잔혹한 부분이 많아서 성인을 위한 판타지가 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림>에 잔혹한 수사물로 재탄생된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화는 그러한 제 기대감을 만족시킵니다. 1화는 '그림형제'의 동화 '빨간망토'를 극화한 것으로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아이들을 납치하는 수상한 우편배달부의 이야기입니다. '그림형제'의 '빨간망토'를 그럴듯한 수사물로 엮어 놓은 것이죠.
하지만 2화부터는 '그림형제'의 동화와는 동떨어진 <그림>만의 세계관이 구축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판타지 수사물을 기대했지만 <그림 시즌 1>은 '그림형제'의 동화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야기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그림>의 세계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그림 시즌 1>에는 '그림형제'의 동화와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세계관 구축 덕분에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림 시즌 1>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어느날 갑자기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화 속의 괴물의 모습을 보기 시작한 형사 닉(데이비드 지언톨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파트너인 행크(러셀 혼스비), 그리고 약혼녀인 줄리엣(빗시 톨로치)와 형사로써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님의 죽음 이후 자신을 아들처럼 키워준 이모가 나타나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긴채 살해당합니다. 닉은 '그림'의 후예이고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괴물 베센을 해치우는 것이 숙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실제 '그림'이 겪은 베센 사냥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결국 닉은 베센 사냥꾼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죠. 하지만 닉은 다른 '그림'의 후예들과는 달리 베센을 무조건적으로 처치하는 것이 아닌 범죄를 저지르는 베센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잡아들입니다. 그럼으로써 닉은 '그림'으로써의 숙명과 형사로써의 임무를 조화롭게 이용합니다.
착한 베센과 손을 잡은 '그림'의 후예
베센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1화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아이를 납치했던 우편배달부처럼 늑대의 형상을 한 블롯바드가 대표적입니다. 닉과 지독한 악연을 선보이는 마녀 종족은 헥센비스트이고, 여우의 형상을 한 베센은 폭스바우입니다.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베센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들 틈에서 살아갑니다. 그러한 베센의 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림'의 후예인 닉 뿐입니다. 그렇기에 베센은 '그림'의 후예들을 두려워하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닉은 1화부터 블롯바드인 먼로(실라스 웨어 밋첼)와 손을 잡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건이 벌어질때마다 먼로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림'과 베센은 적대적 관계이지만, 닉과 먼로는 파트너, 혹은 친구가 됩니다. 이것이 닉이 다른 '그림'의 후예들과 다른 점이죠.
<그림 시즌 1>은 이렇게 닉과 먼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확충시킵니다. 닉의 정체를 알고 그를 지켜주며 은근히 이용하기도 하는 경찰서장 레나드(사샤 로이즈)의 정체를 비롯하여, 헥센비스트의
음모로 인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줄리엣, 그리고 베센을 목격하고 혼란에 빠진 행크와 죽은 줄 알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닉 앞에 나타난 닉의 어머니까지... <그림 시즌 1>은 마지막 22화에서 이야기를 깔끔하게 끝맺음하지 않고 <그림 시즌 2>를 어서 빨리 보라는 듯 어정쩡하게 끝을 맺습니다. 이래서 제가 미드, 영드를 안보려했는데... 뭐 어쩔 수없이 <그림>의 마수에 빠져버린 만큼 <그림 시즌 1>이 끝나자마자 <그림 시즌 2>를 보기 시작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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