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중천] - 판타지를 담기엔 사랑이라는 그릇이 너무 작았다.

쭈니-1 2009. 12. 8. 19:16

 



감독 : 조동오
주연 : 정우성, 김태희, 허준호
개봉 : 2006년 12월 20일
관람 : 2006년 12월 21일
등급 : 12세 이상

내가 안보면 누가 보랴.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혼자 보고나서 곧바로 [중천]을 봤습니다. 사실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목요일, 그것도 혼자 영화를 두 편이나 연달아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떨결에 선택한 영화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박물관이 살아있다]였기에, 기대작이었던 [중천]과 [007 카지노 로얄]를 보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해서 [중천]까지 보게 된 것이죠.
[중천]은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이 영화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입니다. 사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광고를 내걸고 개봉된 우리 영화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영화들은 몰라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꼭 극장에서 챙겨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영화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화가 값싼 코미디 영화에 안주하지 않고 범세계적인 대작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언젠가는 할리우드를 뛰어 넘을 날이 올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분명 아직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대부분 서툽니다. 하지만 우리 관객들이 외면한다면 우리 영화들은 값싼 영화들로 흥행에 실패해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안정된 흥행만을 노릴 것입니다. 최소한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은 괜찮았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꾸준하게 해줌으로써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반지의 제왕]이후 판타지의 세계에 완전 매료된 저로써는 [중천]이 이룩해낸 한국적인 판타지의 세계가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CG기술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개봉 전부터 파다했으니 그 기술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습니다.
세 번째, 이 영화는 시대극이며, 무협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원한 제국]이후 우리 시대극에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던 저는 현대극보다 시대극을 선호하는 편이며(드라마도 시대극을 좋아합니다.) 영화를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던 중학교 시절부터 중국의 무협 영화에 빠져있었기에 [중천]이 펼쳐놓을 한국적 무협 영화도 기대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중천]은 하나에서 열까지 제가 기대할만한 것들을 갖춘 영화입니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흥행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오더니만 결국 또다시 흥행에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길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은 관객의 선택이며, [중천]의 운명입니다. 과연 그 무엇이 이 영화를 흥행 실패작으로 몰고 있는 것일까요?


 

 


그는 멋있었고, 그녀는 예뻤다. 하지만...

[중천]을 보며 가장 먼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바로 정우성과 김태희의 연기력이었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 맞는 스타급 캐스팅이었지만 그들의 연기는 영화에 몰입하는데 방해만 할뿐입니다.
우선 정우성의 캐스팅은 처음엔 최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는 이미 [무사]를 통해 [중천]과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연기력을 과시했었으며, 조동오 감독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조동오 감독은 [중천]이 감독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조감독 시절 [비트], [태양은 없다], [유령], [무사]에 참여했으며 이들 영화 모두 정우성이 주연을 맡았었죠. 아마 정우성의 캐스팅은 그러한 조동오 감독과의 인연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하지만 최적의 캐스팅처럼 보였던 정우성의 연기는 어찌된 영문인지 아픈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퇴마무사 이곽이라는 캐릭터가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부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최소한 [무사]만큼만 해줘도 그의 이미지상 이곽은 더할 나위 없이 정우성 바로 본인의 모습이었을 텐데 어울리지 않았던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네요. 아마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많아진 대사 량이 문제였는지도...
김태희의 경우는 그녀의 욕심이 너무 과했습니다. 그녀가 TV 드라마에선 스타였는지는 모르지만 영화에선 신인 배우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영화 데뷔작을 좀 더 신중하게 자신이 TV에서 구축한 이미지를 이용하는 안전함을 택하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욕심을 냈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영화는 제작비가 150억에 이르는 블록버스터였으며, 그것도 국내에선 별로 시도된 적이 없었던 판타지 무협 영화였습니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녀는 단번에 영화배우로써도 성공적인 캐리어를 구축할 수 있었겠지만 실패한다면 데뷔부터 대작 영화를 말아먹은 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김태희가 연기한 이승에서의 아픈 사랑을 잊어버린 천인 연화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TV드라마에서의 연기 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영화에선 아직 신인이었던 그녀이기에 TV에서의 연기와 영화에서의 연기가 차이가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겁니다.
그녀와 비슷한 경우로 [자귀모]의 김희선을 들 수 있겠네요. 그래도 김희선은 [패자부활전]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로 워밍업을 한 후 [자귀모]를 선택했기에 조금 나은 편이지만 김태희는 곧바로 블록버스터에 도전하였기에 그녀의 연기는 더욱 어색해 보였습니다. 가끔 연화라는 캐릭터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의 가벼운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부디 두 번째 영화는 안전하게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하여 좀 더 영화 시스템에 적응하시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시기를...


 

 

  
판타지의 공간보다는 현실의 공간이 아쉽다.

정우성과 김태희의 연기의 아쉬움은 한층 발전된 CG기술이 커버해주며 영화 [중천]을 그런대로 즐길만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CG기술로도 커버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영화의 스토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공감대입니다.
[판의 미로]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판타지 영화에서 현실의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물론 [반지의 제왕]과 [게드전기]처럼 처음부터 현실을 배제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판타지 영화도 존재하지만 그러한 창조는 오히려 현실과의 공존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해리 포터]가 소설로도, 영화로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비롯한 판타지의 공간과 더불어 머글이라 불리는 인간의 세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해리 포터가 머글 사회에서 천대받던 아이가 아니었다면 판타지 공간에서 그의 성장과 영웅담은 어쩌면 그 재미가 훨씬 반감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천]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낸 판타지가 아니면서 현실의 세계를 완벽하게 배제합니다. 이 영화는 분명 통일신라시대 말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이곽과 연화는 현실의 세계에서 아프고도 아픈 시련을 겪은 인물들이며, 이곽과 정면 대결하는 반추(허준호)와 퇴마무사들 역시 현실의 끈을 놓지 못했기에 판타지의 공간에서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결국 [중천]에서 현실이라는 공간은 그냥 무시해버려도 되는 그런 하찮은 공간이 아닙니다. 중천이라는 공간에서 이곽과 연화의 아픈 인연을 좀 더 관객에게 와닿게 하려면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 통일신라시대의 공간부터 제대로 구축했어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통일신라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영화 시작과 더불어 몇 줄의 자막으로 넘겨 버렸으며, 현실의 세계에서 이곽과 연화, 그리고 반추의 엇갈린 인연의 끈들은 짧은 회상씬으로 대처해 버립니다. 이래가지고선 이곽과 연화가 얼마나 사랑을 했던 인연인지 알 수 없으며, 반추가 인간의 세계에 가지고 있는 증오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결정적으로 이곽을 사랑했던 퇴마무사 효(소이현)의 난데없는 사랑 고백에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
물론 영화라는 것이 시간적인 제한이 있기에 생략할 것은 생략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중 하나를 생략해 버린다면 그 동전은 동전으로써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조동오 감독도 그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셨으면 좋겠네요.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다.

만약 이 영화가 현실의 세계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여 이곽과 연화의 슬픈 사랑을 제대로 표현했다면 판타지 공간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태도를 보이는 이곽의 행위와 갑작스레 이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연화의 선택이 마음에 와닿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지 못했기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는 절대 절명의 위기 속에서 사랑 타령만 하는 이곽과 연화의 모습이 그리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랑... 중요합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사랑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특히 판타지라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목숨을 걸고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은 결코 사랑 때문이 아닙니다. 프로도는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을 가지고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짊어진 것입니다. [해리 포터]에서 어린 해리 포터가 절대악인 볼드모트와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과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은 욕망과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운명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천]은 무조건 사랑만이 이유이고, 사랑만으로 행위의 모든 당위성을 인정받으려 합니다. 인간 세상을 바꾸려는 반추에게 이곽은 우리의 사명은 인간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이라고 역설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인간 세상이 아닌 단순하게 연화 한 사람일 뿐입니다.
결국 [중천]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아주 단순하게 판타지 공간에서의 모험의 당위성을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몰고 넣고 있으며 새로운 판타지 공간을 창조했으면서도 단순한 당위성만으로 판타지 공간을 좀 더 판타지스럽게 이용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중천]은 분명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CG는 한국 영화의 CG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150억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 영화 관계자들의 놀라운 모험심도 비록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분명 언젠가는 경험이라는 값진 열매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중천]의 실패가 값진 열매가 되기 위해선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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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액션영화광님 저 오랜만에 들려요..
저도 중천 봤씁니다만,, 조동오 감독님께서 중천을 3부작으로 늘려 과거회상신이라든지 모든 내용을 나눠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작비의 문제로.. 줄였다고 하네요..
그럼 더 좋은 스토리가 될텐데.. 전 중천을 재미있게 본 것 같네요. 그 때 무영검을 보고 실망해서 안된다 했는데.. 중천... 대박났으면 좋겠네여.~~
 2006/12/24   
쭈니 저도 기왕이면 [중천]대박났으면 좋겠지만 지금 현재 분위기는 그렇지않네요. ^^  2006/12/24   
수진
중천봤어요~
영상도 좋고 액션신도...판타지 액션 멜로물인가?
암튼 볼만했어요.
 2006/12/24   
쭈니 볼만했다는데엔 동감하지만 이 정도 제작비라면 정말대단했다라는 탄성이 나왔어야한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2006/12/25   
소라빵
중천 봤었는데..
액션장면에서 참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CG는 멋졌지만.. 아직은 헐리우드급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저도 쭈니님이랑 같은생각이지만 정말 처음에서부터 너무 앞을 끊어버린다고 해야할까나.,,?
한줄만으로 끝내버리는것이 아쉬웠습니다.
 2007/01/06   
쭈니 CG는 분명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오랜 전통과 기술을 간직한 할리우드를 따라가긴 무리이지만 근접해가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중천]같은 영화가 잇따라 실패하며 특수효과에 투자할 영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답답합니다.
물론 그건 관객의 잘못이 아니고 스토리를 잘 완성해내지 못한 영화의 잘못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2007/01/06   
ㅎㅎ
확실히 중천을 보고나서 느낀건 뭔가...너무 빠른 스토리 진행이었달까요?? 이곽과 소화?(연화등등ㅡㅡ)가 너무 빨리 사랑에 빠졌고
다른 부 캐릭터들이 너무 빨리 죽고 없어지고 뭔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전 엔딩신을 보면서 좀 약간 삼류같은...(너무심했나?)엔딩을 그렸다고 봅니다..무슨 공포영화에서 다죽은 귀신이 벌떡 일어나면서끝나나는 그런영화도 아니면서 너무 뒤를 상상하게끔 해놨다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결국 다 보고나서 기억에 남은건...액션신 뿐이더군요...
 2007/01/11   
쭈니 그래도 액션씬이라도 기억에 남으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CG가 훌륭했다는 반증이겠죠.
이제 스토리만 보강할줄 안다면 괜찮은 블럭버스터가 나올만 한데...
 2007/01/12   
라울
친구들이 다들 실망스럽다고 하기에
저두 별 기대 없이 보았습니다만..
분명 액션신은 괜찮았습니다만..
역시 스토리가 영 아니더군요..ㅠ
물론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긴 합니다만
액션신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건 아닌가 하네요 ㅠ
이왕 저정도 제작비를 사용해서 만들것이였으면
스토리에 조금만 더 세심하게 관심을 두어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2007/07/03   
쭈니 우리 블록버스터의 약점입니다.
이상하게 스토리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액션이 좋아도 스토리가 별로면 우리 관객들 싫어하는 걸 아직도 모르나봅니다.
 2007/07/05   
길가던행자
정말로;;스토리쪽에서는 전멸에 가까운 영화;;쩝;;  2007/08/11   
쭈니 요즘 [디 워]가 스토리가 부실하다고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중천]이 조금 더 심하죠. ^^  2007/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