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 좋은 아빠 되기.

쭈니-1 2009. 12. 8. 19:15

 



감독 : 숀 레비
주연 : 벤 스틸러, 로빈 윌리암스
개봉 : 2006년 12월 21일
관람 : 2006년 12월 21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이젠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고등학교 때 극장에서 혼자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다가 커플들에게 억울하게 자리를 빼앗긴 경험이후 제게 혼자 극장에 가는 것은 혼자 밥 먹는 것만큼이나 싫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애인 없는 솔로였을 땐 극장보다 비디오를 선호했었고, 애인이 생긴 이후엔 지금까지의 한풀이를 하듯이 '데이트는 무조건 극장에서'를 외쳐대던 못 말리는 극장 광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내 영혼의 동반자인 구피를 만나고 나서 '영화는 언제나 구피와...'가 생활화되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구피에게 극장가자고 조르는 것은 어느덧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이런 영화에 대한 제 집착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나봅니다. 하긴 회사 다니며, 아이도 키워야하고, 철없는 남편까지 단속해야 하는 구피에게 극장에 가자고 조르는 것은 구피의 휴식시간을 그만큼 빼앗는 것이었을 테죠. 제 경우는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지만 구피는 그런 특이 체질이 아닐 테니...
CGV 서포터즈가 되어 1년 동안 CGV를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프리패스카드가 생긴 이후 극장에 대한 제 집착이 조금은 심해졌습니다. 특히 다른 서포터즈들이 하루에 몇 편씩 영화를 봤다고 자랑하는 글을 보면 일주일에 고작 한편의 영화보기가 힘이 드는 전 부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홀로서기로. 극장에 혼자 가는 것은 지금도 너무 힘든 일이지만 영화를 보고 싶다는 열망을 참는 것이 혼자 극장가는 것보다 참기 어렵기에, 이젠 불쌍한 구피를 괴롭히지 않고 혼자 극장에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러한 결심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혼자 CGV 목동에서 [박물관이 살아있다]와 [중천]을 본 것입니다. 물론 제 옆자리 커플들의 닭살 행위가 짜증이 나긴 했지만 생각보단 참을만 하더군요. ^^


 

 


시작은 가벼울수록 좋다.

사실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본 첫 번째 영화가 [박물관이 살아있다]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혼자 극장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매표소에서 당당하게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영화가 뭐죠?'라고 물었고, 제 마음이 변하기 전에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표를 끊어버린 겁니다. 그 영화가 [박물관이 살아 있다]였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탁월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대작들이 한꺼번에 개봉한 이번 주 저는 [중천]과 [007 카지노 로얄], 그리고 [해피피트]등을 기대작으로 꼽았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경우는 이번 주 기대작 중에서도 4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사실 제 돈으로 영화를 봐야 했다면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극장이 아닌 비디오용으로 밀어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부담 없이 제 홀로서기의 첫 번째 영화로 가장 적합했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다보니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더군요.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고, 남자가 그것도 양복 입고 극장에 혼자 영화 본다고 소근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제 피해망상이며 차차 나아지겠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는 동안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워낙 영화 자체가 단순하다보니 그렇게 주위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도 영화를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상당히 단순한 영화입니다. 이집트 유적의 힘으로 박물관내 전시물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인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조금 특이해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쥬만지]같은 할리우드 가족 판타지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어린 아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무능력한 아버지라면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뻔히 그려집니다.
결국 주인공인 래리(벤 스틸러)는 우여곡절 끝에 박물관이 소동을 잠재울 것이며 아들에게도 멋진 아빠로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공식이니까요. 그리고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그러한 공식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충실히 따릅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렇기에 올 겨울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로써의 가치를 획득하였으니까요.  


 

 

      
가족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족의 소중함.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만큼이나 가장 보편적인 영화의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할리우드도 그렇고 우리 영화도 그렇고 언제나 뻔해 보이는 가족 영화들이 끊임없이 재생산 되는 것이겠죠.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는 내내 집에서 '오늘은 왜 아빠가 안 오나?'라고 궁금해 할 아들 웅이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래리는 아들에게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 박물관이 야간 경비원으로 어쩔 수 없이 취직을 합니다. 그는 무한한 아이디어를(대부분 엉뚱하지만) 가지고 있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끔찍한 야간 경비원일도 참고 견뎌야 합니다.
야간 경비원으로 처음 근무를 서고 밤마다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았을 때 당장 일을 그만두려 합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러온 아들을 보는 순간 그의 결심은 무너집니다. 박물관소장에게 해고 통지를 받았을 때에도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매달립니다. 왜? 그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니면 돈이 궁해서? 아닙니다. 아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그는 하기 싫은 일들을 참으면서까지 아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 래리의 처지가 왠지 공감되었습니다. 저 역시 매일같이 '이 회사 때려치울 거야'를 매일 외치지만 벌써 1년하고도 3개월 동안을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짜증이 날 때마다 해맑게 웃는 웅이의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스트레스를 삭히는 저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샐러리맨입니다.
가족 영화는 뻔합니다. 하지만 그런 뻔함 속에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뻔한 가족 영화는 매번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겁니다.
웅이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은 나. 하지만 이렇게 웅이를 뒤로한 채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좋은 아빠가 되어야지'를 외치는 이중적인 태도.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제게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웅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란 쉬운 듯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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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도중에 좀 심심하긴했어요~ㅋ
그렇지만 공룡은 아주 귀여웠고,
자동차 타이어 펑크낼때도 웃기더군요,ㅋ
 2006/12/29   
쭈니 귀여운 공룡은 대반전... ^^
저 역시 너무 예상대로 흘러만 가서 약간 심심했다는...
하지만 가족 코미디로써는 그런대로 만족한 영화였답니다. ^^
 2006/12/29   
은정
보는 재미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2006/12/31   
쭈니 할리우드 영화의 특징이죠.
제가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2006/12/31   
규허니
여친이랑 심야로 보구왔어요..ㅎㅎ
오랜만에 사귄 여친이라 손잡고 행복하게 봤더니..너무 좋았답니다..ㅎㅎ
영화소개프로그램에서 하두 상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내용은 보기도 전에 이미 다 알고있었지만 특별한 사람이랑 봐서 좋았던 영화로 기억에 남을거같습니다..
특히 그훈족왕... 주인공이 심리치료사처럼 어렸을적야그 하면서 달래줄때 귀엽게 우는 그모습이..전 젤웃겼던거 같아요..ㅎㅎ
 2007/01/02   
쭈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면 왠만한 영화는 전부 재미있답니다.
축하드립니다. 규허니님. ^^
 2007/01/02   
보영성은
저도 ㅋㅋ 남친이랑 같이 봤는데 정말 웃겼어요 ㅋㅋㅋㅋㅋ  2007/01/25   
쭈니 역시 혼자 본 저만...  200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