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 멜로지만 괜찮아.

쭈니-1 2009. 12. 8. 19:12

 



감독 : 박찬욱
주연 : 임수정, 정지훈
개봉 : 2006년 12월 7일
관람 : 2006년 12월 7일
등급 : 12세 이상

박찬욱... 그의 영화가 궁금하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박찬욱 감독이 차기작으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저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부터 시작된 복수 3부작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된 그가 드디어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화려하지만 암울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 거죠. 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최종병기 그녀]같은 SF 영화일것이라 확신했었답니다.
하지만 임수정과 가수 비(정지훈)가 캐스팅되었고, 장르도 SF가 아닌 멜로 영화라는 새로운 소식을 들었을 땐 '에이 설마'라며 믿고 싶지 않더군요. 박찬욱 감독에게 멜로 영화라니. 복수 3부작에 비해 너무 극적인 변화였기에 전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도... 박찬욱 감독이 아니더라도 멜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우리나라엔 넘쳐나기에 굳이 박찬욱 감독까지 그 대열에 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배경이 정신병원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답니다. 멜로 영화의 장소가 정신병원이라니. 이 특이한 장소 덕분에 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멜로 영화가 될 것임을 미리 눈치 챈 거죠.
그리고 드디어 영화의 개봉 날, 만사 제쳐두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올드보이]로 절 완전히 사로잡았고(아직도 제겐 [올드보이]가 최고의 한국영화랍니다), [친절한 금자씨]로 절 당혹스럽게 만들었던(너무 독특해서 거부감까지 불러일으켰던) 박찬욱 감독이었기에 이번엔 또 어떤 재미난 감정을 제게 안겨줄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여전히 박찬욱스러운...

드디어 영화가 시작합니다. 박찬욱 감독답게 오프닝 장면부터 독특한 방식으로 스텝과 배우의 이름을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그리고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임수정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전 영화에서 예쁘기만 했던 그녀가 이번엔 어찌된 영문인지 전혀 예쁘지 않았고, 영화의 분위기도 점점 엽기적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더니 결국 화면에 가득 묻어나는 빨간 피. 박찬욱 감독의 멜로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로맨틱한 멜로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관객의 바램을 여지없이 무너뜨립니다. 그는 마치 '내 멜로는 여느 멜로 영화와는 다르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라며 관객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듯이 보입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런 영화입니다. 애초에 멜로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일찌감치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애초부터 말랑말랑한 멜로 영화는 만들 생각이 없었음이 분명하니까요.
그러한 박찬욱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중반부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임수정)이 상상 속에서 진짜 사이보그가 되어 외할머니를 무자비하게 잡아간 하얀 맨(의사, 간호사)들을 죽이는 장면은 도저히 멜로 영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합니다. 어찌도 그렇게 총알이 몸을 관통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찍어내는지...
[친절한 금자씨]에서 친절한 이미지의 이영애를 캐스팅하여 전혀 친절하지 않은 금자로 변신시켰던 박찬욱 감독은 멜로 영화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임수정과 정지훈을 멜로 영화의 틀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독특한 캐릭터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박찬욱스러운 멜로 영화를 완성해냈습니다.  
그냥 놔둬도 예쁜 임수정을 삐쩍 마른 비 호감 소녀로 변신시켜놓고,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정지훈에게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 보다는 임수정과 함께 지금까지 멜로 영화에는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몰두하게 만드는 박찬욱 감독의 힘. [친절한 금자씨]때도 느꼈지만 그런 면에서 박찬욱 감독은 꽤 장난 끼가 많은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박찬욱의 존재 이유는?

처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SF가 아닌 멜로 영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이유는 멜로 영화라는 것이 언제나 거기서 거기인 관계로 박찬욱 감독의 독특한 능력이 뻔한 멜로 영화 속에서는 잘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오히려 멜로라는 장르를 이용하며 독특함이라는 자신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켜 보여줬으며 캐릭터들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중견 감독의 여유로움마저 보여줍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신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며 끊임없이 남의 것을 훔치는 일순(정지훈)이라는 캐릭터는 한국 영화의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젊은 영화감독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충고처럼 보입니다. 자신의 능력이 아닌 흥행 영화를 안전하게 따라 하기, 혹은 훔치기로 영화 만들기에 연명하고 있는 후배 감독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
그에 반에 영군이라는 캐릭터는 그러한 한국 영화의 시스템 안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감독 스스로의 본보기처럼 보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사이보그가 비정상이듯, 멜로 영화에서 영군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비정상이지만 그러한 비정상이 뻔한 멜로 영화를 독특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 거죠.
이렇게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과 자신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일순이 서로를 감싸며 사랑을 만들어가듯 한국 영화 시스템의 틀 안에서도 감독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시도한다면 아무리 할리우드 영화가 몰려 온다고해도 우리 영화에 대한 관객의 사랑은 계속되지 않을까요?
제가 이 영화 속에서 너무 깊은 것을 읽으려 노력한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박찬욱 감독의 존재 이유는 독특한 영화를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이며, 아무리 멜로라는 강력한 장르의 벽이 가로막고 있더라도 그의 능력은 소멸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친절한 금자씨]를 봤을 땐 그의 독특함에 당혹스럽고 거부감이 일더니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는 그의 독특함이 귀엽게만 느껴지는 군요.
"멜로 영화지만 괜찮아. 감독이 박찬욱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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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야
오늘 극장가서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나 혼자라면 절대 안봤을테지만..
어떻게 봤습니다.
이미 쭈니님의 리뷰를 본상태라..약간의 기대감도 있었고..
다보고 나서... 다시 한번 더 봐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확실히..멜로라 그런지.. 감독의 전작에 비해선..
받아들이기가 훨 쉬웠습니다.
사실..올드보이보면서,,너무 머리가 아팠고..
금자씨를 보면서는.. 점점 거부하게 됐었는데..
이 영화는 다시보고싶단 생각이 들었으니.. ㅎ 다르긴 하죠.ㅎ
저도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때문인지...
한장면 한장면.. 뭔가 해석할려고 하면서 보게 됐어요..
아직.. 전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꽤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영군에 대한 일순의 사랑이.. 참.. 부럽더군여.
자신의 눈이 아닌 영군의 눈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랑..
캐스팅도 잘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체 독특해서 다른 캐스팅은 아예 생각조차 떠오르질 않네요.^^
기억나는 장면이,, 할머니의 죽음을 묘사한 장면,,
참... 죽음에 대해 그렇게도 나타낼수 있구나 싶었고..
번개를 기다리며.. 영군에게 밴드를 붙이며 하던 대사(두번나와요대사)
그 대사가 맘속에 깊이 파고 들었어요..ㅎ
그리고..그 행동강령, 칠거지악.. 웃으면서도..
요즘 정말.. 정작 우리는 그런지악을 지키며 사는건 아닌가 싶네요.
 2006/12/14   
쭈니 박찬욱다운 멜로 영화였지요.
구피는 별로라는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구피와 제가 한가지 일치한 것은 최소한 [미스터 로빈 꼬시기]보다는 낫다는 것.
구피왈... 그래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독특함이라도 잇잖아... ^^
 2006/12/14   
투야
저는 사실..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표를 사면서도...걍 미스터로빈 보까??박찬욱꺼 보고 괜히 머리아픈거 아냐? 하며 고민하기도 했답니다..ㅋ
 2006/12/14   
쭈니 [미스터 로빈 꼬시기]가 맘편하긴 하죠.
아무런 생각이 필요없거든요. ^^
 2006/12/15   
kim
다른사람이 올린글을봤었는데,
싸이그보그지만 괜찮아 이영화도 일본만화에서
빌려온게 많다고하더군요!!
올드보이도 그렇고,,,
(그사람은 상당히 비판적이었죠.)
어쨋든, 네이버에서 평점이 정말 말이 아니라서,,
무서워서 못 본 영화입니다 ㅋ ㅋ
 2006/12/19   
쭈니 뭐... 개인 취향에 따라 틀리니..
그래도 전 재미있더군요.
제가 알기론 이 영화 일본 만화 빌려왔다기보다는 [최종병기 그녀]와 비슷할것만 같은 분위기만 풍긴듯... ^^
 2006/12/19   
leed
근데 왜 일순이가 자기가 없어질까봐 다른사람들의 능력을 훔치신다고 생각 하시나용??;;; 다른 어떤 영화 잡지 에서도 그렇던데...;;; 물론 일순이 그런말을 하긴 했죵 뭐 능력을 하나하나 잃어 간다고 했었낭(일순의 생각으로..)?? 하지만 그렇다면 왜 돌려 주었죠?? 탁구 능력을 훔쳤다가도 이내 질린듯이 다시 돌려 주던데.. 단순히 남의 능력에 흥미가 있어서 훔친거 아닌 가용??그래서 다시 돌려주고..또 다른사람꺼 뺏고;;말이 좀 거친데;;(ㅎㅎ ㅈㅅ;;)그냥 단순히 궁금해서요;;

뭐 재미 없었다는 사람도 엄청(?) 많았던거 같은데 전 재밋게 봤습니다. 설명이 부족해서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없고 영군에 대한 일순의 사랑의 방식도 참 맘에 들더라고요 대화가 안 통한다고 "너 싸이보그가 아니니까 그만 밥먹어라"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고 아이들 어루듯이 이해하고 맞춰주는 사랑,, 저도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2006/12/28   
쭈니 글쎄요.
제 나름대로의 해석한다면 창의력없는 젊은 감독들에 대한 우화가 아닐런지...
결국 영군과의 사랑을 통해 새로움, 독특함,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을 배우는 것은 아닌지...
물론 나만의 생각입니다.
이 영화 엄청 열린 공간이 많아서 생각하기에 따라 많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인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참 독특한 멜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혹자는 이 영화가 멜로가 아니라고 우기긴 하지만... ^^;
 2006/12/28   
leed
ㅎㅎ;;;;
시일이 꽤 지난 거라 답글을 안 하실줄 알고 약간은 무례(?)하게글을 써서 걱정을 했는데...;; 답변 감사 합니다. ^^
어제 처음와서 봤는데 평론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듯..ㅎ 부럽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자주 오겠음~~^^
 2006/12/30   
쭈니 절대 무례하지 않았답니다.
제 글은 평론까지는 아니고, 그냥 제 개인적인 감상평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죠.
암튼 자주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06/12/30   
라울
아 저는 머리를 많이 쓰는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올드보이 시절의 박찬욱 감독님이 그립기만 합니다 ㅠ
DVD를 구했는데..
앞에 30분은 보다가 꺼버렸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임수정씨도 나오는데
더보고싶지 않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ㅠ
 2007/07/03   
쭈니 다음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따끈따끈한 멜로는 아마도 앞으로 별로 하지 않으실듯 한데요. ^^  2007/07/05   
바이올렛
전 '멜로'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던데.. 그냥 싸이코 영화가 아닐지..
원래 사람들은 정신병동에 대한 미안함 섞인 동경(?)이 있는 것 같아요. 싸이코라서 싫지만 오죽 힘들었으면 그렇게 되었겠느냐는 동정에, 나도 그 세상의 한 부분이라는 미안함, 그리고 나도 뭐 사이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차라리 미치는게 행복하지 않을까...
뭐, 이런식의 마음들이 조금은 깔려 있는 듯...

그들 입장에서 그대로 상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박찬욱의 사이코들에 대한 미안한 동경이 담겨있는 영화.. 라는 생각이 드네요.
 2007/07/10   
쭈니 영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영화의 의미는 달리진답니다.
어떤 평론가는 박찬욱 감독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듯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감독의 의도가 어떠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멜로로 받아들엿다면 그것은 최소한 그 사람에겐 멜로 영화인 셈이죠.
전 정신병원에서의 멜로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아시스]가 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면 이 영화는 정신병이 잇는 사람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고... ^^
 200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