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프레스티지] - 마지막 반전이 마술인가, 마법인가?

쭈니-1 2009. 12. 8. 19:10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스칼렛 요한슨, 마이클 케인
개봉 : 2006년 11월 2일
관람 : 2006년 10월 25일
등급 : 15세 이상

정말 오랜만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 [비열한 거리]를 본 후 처음이니 무려 4개월동안 시사회와는 담을 쌓고 지낸 셈입니다. 장르매니아인 덕분에 네이버 시사회엔 언제든지 참석할 수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나니 시사회에 갈 여유마저 없어지더군요.
물론 4개월만의 시사회인 [프레스티지]를 보러 갈때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점점 힘들어지는 회사 생활 속에서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구피의 '영화 보라갈까?'라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덕분에 4개월만에 시사회에 참가할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겁니다.
이렇게 [프레스티지]의 시사회에 참가한 것은 구피의 배려가 절대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구피도, 저도 [프레스티지]라는 영화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걸출한 감독과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스칼렛 요한슨 등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최고의 마지막 반전이라는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든 광고로 제 기대치를 키워놓았습니다.
암튼 오랜만에 한껏 기대하며 극장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회사에서 있었던 모든 스트레스를 잊고 영화를 즐기기로 다짐했답니다. 회사 생활이란게 원래 그런거라더군요. 스트레스의 연속이라는... 저도 그렇고, 제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직장 상사도 그럴테고, 그리고 최고의 마술사가 되고픈 [프레스티지]의 영화 속 주인공들도 그러했고요.


 

 


[프레스티지]의 주인공은 앤지어(휴 잭맨)과 보든(크리스찬 베일)입니다. 이 두 사람은 최고의 마술사라는 서로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언제나 새롭고 위험한 마술을 추구하는 보든의 실수로 앤지어의 아내가 불의의 죽음을 당하면서 둘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앤지어와 보든의 위험한 경쟁은 시작합니다. 뛰어난 쇼맨쉽으로 마술사로써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앤지어와 자신만의 새로운 마술을 개발하며 밑바닥부터 천천히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보든. 결국 보든이 최고의 마술이라는 순간 이동 마술을 개발함으로써 앤지어의 복수심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보든에게만은 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쌓인 앤지어와 앤지어의 위험한 경쟁 의식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보든. 이들의 정도의 선을 넘어선 물고 물리는 경쟁과 복수는 마술이라는 흥미로운 영화적 소재를 통해 거짓과 진실의 경계을 넘어서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으로 관객을 안내합니다.
마치 [메멘토]에서 단기기억상실증으로 인하여 아내의 살인범에 대한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방황하는 레너드(가이 피어스)와 [인썸니아]에서 파트너를 총으로 쏴 죽인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사고인지, 계획적인 범죄인지, 자신 스스로도 분간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도머(알 파치노)처럼... 앤지어와 보든의 경쟁은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시작합니다.


 

 


[프레스티지]는 영화의 구성을 시간적 흐름과 관계없이 이중, 삼중으로 꼬아놓았습니다.
앤지어와 보든의 관계가 어쩌다가 살인까지 치닫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커터(마이클 케인)의 시점과 앤지어의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보든의 시점. 그리고 보든의 순간 이동 마술의 비밀을 캐기위해 집착하는 앤지어의 시점까지. 이러한 영화의 삼중적인 시점은 시간적 순서를 무시하고 불현듯 관객앞에 튀어나와 관객들을 혼란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트릭입니다. 이미 [메멘토]에서 시간의 순서를 거꾸로 진행시키며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더욱 충격적으로 꾸며 놓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프레스티지]에서도 시간의 순서를 뒤죽박죽으로 배치하고 시점을 다중적으로 구성함으로써 관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게다가 마술이라는 영화의 소재 역시 이 영화의 반전을 숨기는데 결정적인 몫을 해냅니다. 애초에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트릭인 마술은 이 영화에서 마지막 반전을 맞추려 달려드는 관객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메멘토]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수렁에 빠진 배트맨을 건져내는 막대한 임무마저 잘 수행해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완벽한 반전이라는 또 다른 임무 앞에서 효과적으로 관객을 속이는데 그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반전은 관객을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마술은 관중을 속이는 것으로 그 완성도를 인정받지만 반전은 마술과 틀려서 속임수없이 관객들을 놀래야 합니다. 그것이 [프레스티지]가 결코 최고의 반전 영화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프레스티지]의 속임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반전이 마술이 아닌 마법이라는데에 기인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술 영화임을 자청합니다. 그리고 관객들 앞에 실제 마술쇼같은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마술을 보러온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앤지어와 보든의 경쟁은 서로 최고의 마술사가 되기 위한 것이고, 앤지어가 그토록 집착하는 보든의 순간 이동 마술은 말 그대로 너무나도 간단한 마술의 속임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마술이 마지막 반전에서는 마법으로 변합니다. 마술과 마법은 비단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마술은 다시 말해 속임수입니다.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교묘한 트릭입니다. 하지만 마법은 아닙니다. 마법은 진실입니다.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무한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마술이 현실이라면 마법은 상상의 세계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 역시 마술과 마법의 가장 큰 차이점중 하나이죠.
그런데 마술 영화임을 자청하던 이 영화가 갑자기 가장 중요한 마지막 반전에서는 마술이 아닌 마법을 보여줍니다. 실존인물인 테슬라와 에디슨까지 내세워 더욱 마지막 트릭에 신빙성을 갖게 만들었지만 결국엔 현실 세계에선 일어날 수 없는 마법의 세계를 보여줄 뿐입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뻔히 드러났지만 마술이라는 영화의 소재에 속아 너무 뻔히 보이는 초현실적인 반전을 애써 외면하고 현실적인 반전만을 기대했던 저는 이렇게 놀란 감독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마지막 반전이 없었다면 두 마술사의 경쟁과 복수로 인한 파국의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감상했을텐데, 마술로 끝내지 못하고 마법으로 끝맺음한 이 영화의 반전이 그렇기에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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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용두사미형 영화인 것인가요.. 그런 경우는 정말 싫은데..;;  2006/10/30   
쭈니 용두사미까지는 아니고, 단 차라리 마지막 반전이 없었다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던 영화였답니다.  2006/10/31   
액션영화광
오랜만에 들립니다.
프레스티지.. 저는 우연히 야후영화에 시사회에 당첨되어 갔는데여,,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네요.

저는 쭈니님이 쓴 반전이 없었으면 하는것이아니라 반전보다는 줄거리에 신경을 썼으면 더 술술 풀어나갔을 텐데..

하지만 재미는있었습니다. ㅎㅎ^^
 2006/10/31   
쭈니 재미는 있었다는데 동감합니다.
광고가 너무 반전 띄워주기식이라서...
그래서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을 뿐입니다. ^^
 2006/11/02   
소라빵
저는 미국에 살아서 개봉한지 조금 됬네요.
정말 기대 않하고 봤다가 완전 놀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예고편이니 뭐니 않보고 그냥 영화직어서 본건데..
처음에는 지루해서 나갈려고도 했지만 꾹 참고 봤더니 정말 잘봤다고 생각되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반전때는 정말 영화를 보면서 않풀리던게 한번에 쬐르륵...
근대 약간 아쉬운점이 반전이 이렇게 많으면 약간 재미가 없어지는.....
 2006/11/05   
쭈니 미국에 사시는 군요.
미국에 사시면 영화를 더 많이 접하실수 있을것 같아 부럽습니다.
미국 영화중 국내 미개봉작들 가운데에도 보고 싶은 영화가 수두룩한데... ^^;
 2006/11/06   
준냉이
앗쭈님~요즘 활동하고계시군여 ㅋ
나 기억나실려나 몰겟네 ㅎㅎ
전에 한번왓엇는데 ㅋ
헉 할말잇엇는데 까먹엇다 ㅠ.ㅠ
 2006/11/13   
쭈니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하지만 닉네임은 기억이 납니다. ^^
 2006/11/13   
주노
얼마 전에 <일루셔니스트>를 사전 정보 없이 관람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 <프레스티지>를 비디오로 빌려 보게되었는데 두 영화를 굳이 비교하자면, 이쪽이 좀 더 복잡합니다.
시대 배경은 비슷하지만, 인물들의 관계라든지, 플롯은 <프레스티지>의 삼중 시점이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 같아요^^
마술이 소재인만큼 마술처럼 끝을 내는 건 이미 각오 했지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마무리 하느냐가 중요한 듯하네요-
저는 두 작품 모두 괜찮은 반전 혹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07/03/25   
쭈니 [프레스티지]는 두 마술사의 질투로 인한 몰락을 그린 영화였죠.
사실 전반적으로는 [프레스티지]도 좋았지만 전 마지막 반전이 너무 마법적이어서 싫었다는... ^^
 2007/04/03   
이 영화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물론 마지막 장면이 좀 황당하리만치 심했지만..
그래도 쌍둥이라는건 전혀 기대를 못했던거라 신선했어요..~
 2007/04/12   
쭈니 네 저 역시 마지막은 예상못했습니다. 그런 판타지적인 결말이 튀어나올줄이야... ^^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