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레이디 인 더 워터] - 천재도 동화는 어려웠나보다.

쭈니-1 2009. 12. 8. 19:08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폴 지아매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개봉 : 2006년 10월 12일
관람 : 2006년 10월 1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레이디 인 더 워터]가 동시에 개봉했던 지난주. 도대체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할지 영화를 볼 당일날까지 결정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 무척이나 고민을 했어야 했습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레이디 인 더 워터]는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기 힘든 영화인듯이 보이지만 제겐 서로 너무 많이 닮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올리버 스톤과 M. 나이트 샤말란이라는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도 닮았고, 이 두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도 닮았습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정치적인 감독인 올리버 스톤이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911 테러를 소재로 휴먼 가족 드라마를 완성했다는 것도 의외였고, 반전 영화의 대명사인 [식스센스]의 샤말란 감독이 반전이라는 자신의 전매 특허를 버리고 반전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영화를 만든 것도 의외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올리버 스톤이 만든 휴먼 드라마도 궁금했고, 샤말란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도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영화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죠.
사실 처음엔 당연히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선택했지만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보고나서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마음이 움직였었답니다. 하지만 결국 제 영화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피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보다는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선택함으로써 당연히 제 선택도 결국엔 [레이디 인 더 워터]에 귀착되고 말았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보질 못해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볼껄 잘못했다'라는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확실한건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선택한 저와 구피의 결정은 실망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반전이 없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샤말란 감독의 의지는 오히려 반전 없는 영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되어서 영화 자체를 심심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판타지 영화라지만 전혀 판타지스럽지도 않고, 잔혹 동화라는 영화의 광고는 과대 광고에 불과했으며, 영화속 캐릭터들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샤말란 감독의 주특기인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는 이 영화에서만은 너무 뻔하게 흘러가고, 반전마저 기대할 수 없으니 영화가 끝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심심하기만 했습니다.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샤말란 감독이 자신의 어린 두 딸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동화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 집 수영장 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니?'로 시작하여(그의 집엔 수영장도 있군요. 부럽습니다. ^^;) 이야기에 살을 붙여 점점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완성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스센스]를 만든 이 천재 감독에게도 동화는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나봅니다. 과연 샤말란 감독의 어린 딸들이 아버지가 들려준 이 지루한 이야기를 좋아하긴 했는지조차도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시작부터 너무 영화에 대한 투정만 부렸군요. 그렇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절 이토록 실망시켰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레이디 인 더 워터]는 판타지가 없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요정과 상상속의 괴물 스크런트, 타투틱 등 분명 판타지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뿐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필라델피아의 한 아파트이며, 요정을 여정의 나라로 보내기위해 아파트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영화의 주내용입니다. 이렇게 소박한 이 영화의 스케일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너무 대작 판타지 영화에 길들여져서인지 판타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도저히 채울 수 없었습니다.
영화속 캐릭터들도 우습기만 합니다. 아파트에 요정이 나타났다는 아파트 관리인 클리블랜드(폴 지아매티)의 이 허황된 이야기에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힘을 합세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분명 그들은 이 어이없는 클리블랜드의 주장에 콧방귀를 뀌며 '뻥치지마, 그런게 어딨어?'를 외쳤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열댓명의 선택된 아파트 주민들은 스토리를 요정의 세계로 보내기위해 클리블랜드의 계획에 순순히 따릅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있는 제가 영화속 캐릭터들의 행동을 보며 '쟤네들 바보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의심한번 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스케일에서 만족을 찾지 못하고, 캐릭터들마저 마치 급조된듯 납득할 수 없는 행동만을 반복하자 영화는 자연스럽게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스토리를 요정의 세계로 보내기위한 인간 세계의 협력자들은 무슨 장난같기만 하고, 무시무시한 스크런트는 더 무시무시한 타투틱에 의해 아주 간단히 제거됩니다. 이제 스토리를 요정의 세계로 보냈으니 우리 인간 세계는 평화로워 질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메세지만 남긴채.
굳이 샤말란 감독에게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 영화만을 만들어달라고 투정을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왠만하면 동화에는 손을 대지 않기를 충고하고 싶네요. 그의 천재성은 동화엔 미치지 못하나봅니다. 그가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도 [레이디 인 더 워터]가 가장 재미없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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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잠
별로 보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샤말란 감독의 작품은 너무나도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 사인이랑 미칠듯한 여운이 남는 빌리지가 괜찮았습니다.  2006/10/20   
쭈니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샤말란 감독의 영화는 [사인]을 빼곤 전부 극장에서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제외하고는 그의 영화중 가장 재미없었던 영화가 바로 [사인]이랍니다.
전 [언브레이커블]과 [빌리지]가 좋았답니다.
물론 [식스센스]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고요. ^^
 2006/10/20   
엘잠
'사인'은 애초에 재미.... 하곤 거리가 멀죠;; 외계인 영화도 아니고.... 뭔가 맞물려 있는 퍼즐같은 영화죠;;;(사실 이게 영화의 다라고 보지만) 처음엔 알수없던 말들이 나중에 한꺼번에 몰리며 실타래를 풀어버리는 장면은 정말 기가막히다는 말밖에 안나오더군요. '식스센스'가 전 오히려 재미없었군요. 반전영화란것도 사실은 모르고 봤지만 그닥 재미는 없었습니다  2006/10/21   
쭈니 사실 그런 면에서 [사인]과 [레이디 인 더 워터]는 닮았습니다.
[레이디 인 더 워터]도 별 의미없어 보이던 캐릭터들이 마지막엔 한데 힘을 모아 스토리를 요정의 나라로 보내는데 한몫해내거든요.
그렇게 실타래를 풀어내는 샤말란 감독의 능력은 여전한듯...
하지만 전 역시 아무래도 [식스센스]같은 반전 영화가 체질에 맞나봐요. ^^
엘잠님은 오히려 [식스센스]가 재미없으셨다니 의외입니다.
[식스센스]가 재미없으셨다는 분은 사실 좀 드물잖아요. ^^
 2006/10/21   
엘잠
글쎄요 반전 이라는 특성 자체를 즐기는 편은아니라서요^^ 유주얼서스펙트 같은 스릴러영화는 좋아합니다만;; '식스센스'는 뭔가 아니었던거 같기도 하고.... 분위기도 별로였고.... 본지 오래되서 잘 기억도 안나지만;;;; 단순히 재미...로따지자면 별로였던거 같습니다

'사인'은 사실 호아킨 피닉스가 귀여워서 본것도 있는데;;; 오히려 영화관에서 본것중 그당시에 개봉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보다 재밌게 봤다고 했을정도니 기억에 남을만하네요
 2006/10/21   
쭈니 아무래도 취향의 차이겠죠. ^^
[사인]의 경우는 극장에서 봤다면 제 평가도 달라졌을수도...
그런 의구심때문에 요즘으 왠만하면 디빅으로 안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
 2006/10/22   
이빨요정
솔직히 샤말란 감독이 연출력이 뛰어난 편에 속하긴 하지만 천재감독이라고 들을만한 사람은 아닌거같습니다.
천재감독이라 불려질 만한 사람들은 "제임스 카메론"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스탠리 큐브릭" 정도는 되야 천재라고 부르죠.

식스센스는 재미있었고 충격이었지만 지금와서 보면 약간 격하게 말해서 뽀록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샤말란 감독이 영향력이 크지 못해서 주위 제작진들의 압력으로 지금의 식스센스가 나왔는데 그것이 대중들과 잘 맞아서 크게 성공을 한것이죠.
점점 영향력이 커져서 주위의 충고를 듣지않고 독단적으로 영화를 만들다보니 결국 지금 "레이디 인 워터"나 "해프닝" 까지 오고 말았는데 점점 알수없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2008/12/30   
쭈니 그러게요.... 저도 처음엔 샤말란 감독이 천재라고 생각하며 그의 영화는 쭈욱 보고 있는데 점점 실망중.... 특히 [레이디 인 워터]는 정말...  20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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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과 식스센스,빌리지 는 참으로 독특한 분위기가 나는 샤말란감독만의 매력을 느끼게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레이디인더워터도 독특한 느낌이긴 하지만 긴장감이나 기막힌반전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2009/02/05   
쭈니 네, 전 기대가 너무 컸는지 개인적으로 실망도 상당히 컸었습니다.  200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