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거룩한 계보] - 결코 거룩하지는 못했다.

쭈니-1 2009. 12. 8. 19:09

 



감독 : 장진
주연 : 정재영, 정준호, 류승용
개봉 : 2006년 10월 19일
관람 : 2006년 10월 20일
등급 : 15세 이상

그는 날 실망스킨 적이 없었다.

제가 [기막힌 사내들]이라는 정말 기막힌 영화를 보고 장진 감독에게 홀딱 반한지 벌써 1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그는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때 떠나라]등의 영화를 발표하며 언제나 절 만족시켜줬었습니다.
장진 감독의 미덕은 바로 장진스러운 유머입니다. 그냥 평범한 3류 코미디 영화처럼 보였던 [기막힌 사내들]의 그 기막힌 엔딩의 훈훈한 웃음은 장진스러운 유머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코미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간첩과 킬러를 소재로 배꼽잡는 코미디를 완성해낸 [간첩 리철진]과 [킬러들의 수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뻔한 장르 영화속에서 장진스러운 유머의 절정을 보여준 [아는 여자], 그리고 스릴러마저도 장진스럽게 바뀌놓은 [박수칠때 떠나라] 등, 그의 영화는 언제나 '장진스러운'이라는 수식어로 한데 묶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싫어하는 조폭 코미디인 [거룩한 계보]마저도 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보다는 장진 감독의 영화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과연 조폭 코미디라는 뻔한 장르안에서 그는 또 얼마나 장진스러운 영화적 재미를 안겨줄 것인지, 저는 [기막힌 사내들]에서부터 이어진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들을 살펴보며 [거룩한 계보] 역시도 장진 감독의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답니다.


 

 


낯익은, 혹은 낯설은...

[거룩한 계보]는 낯익음과 낯설음을 동시에 관객앞에 제시하는 조폭 코미디입니다. 사실 그러한 낯익음과 낯설음과 공존은 [아는 여자]에서 이미 시도되었던 방식입니다.
이름없는 야구선수와 그를 짝사랑하는 유별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아는 여자]는 완벽하게 낯설음과 낯익음을 공존시키며 관객에게 편안함과 새로움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냈습니다.
TV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유별난 여자를 주로 연기했던 이나영은 자신의 이미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를 통해 낯익음을 선사했으며, 이전까지 멜로 영화 근처에도 가볼 수 없었던 정재영은 의외의 멜로 연기를 통해 낯설음을 보여줬던 겁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낯설음과 낯익음의 공존이 [아는 여자]에서는 묘하게 어울렸다는 겁니다.
[거룩한 계보] 역시 그러합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정준호는 조폭 코미디의 낯익음입니다. 그는 모두들 아시다시피 조폭 코미디인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투사부일체]를 통해 그 존재감을 알린 배우입니다.(이 영화이외에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히트작은 별로 없습니다.) 그는 [거룩한 계보]에서도 낯익은 조폭을 연기하며 관객에게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그에 비하면 정재영은 [아는 여자]에 이어 이번에도 낯설음을 대변합니다. 조폭스러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조폭은 연기하지 않았던 그는 [거룩한 계보]를 통해 그에겐 낯설은 조폭 코미디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멜로 연기마저 완벽하게 해낸 그이기에 오히려 외모에 어울리는 조폭 연기는 공부보다 쉬웠나봅니다. 조폭 코미디의 대명사인 정준호보다 어울렸으니...


 

 

  
장진영화중 가장 대중적인?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룩한 계보]는 이러한 낯설음과 낯익음의 공존을 제외하고는 장진스러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평범한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장진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내 영화중 가장 대중적인...'이라고 소재했습니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이야기한 '대중적인'이라는 명제는 장진스러움을 버렸다는 의미였나봅니다. [거룩한 계보]는 장진 감독의 영화중에서 가장 장진스럽지 못한 영화가 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장진스러움'이라는 것은 제겐 새로움을 의미합니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평범해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영화들이었습니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인 [아는 여자]에서조차 그는 장진스러움을 한껏 발휘하며 그만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명쾌하게 내렸었습니다. 하지만 [거룩한 계보]는 아닙니다.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내용들과 조폭 코미디의 뻔한 공식들이 전혀 장진스럽지않게 뻔뻔스럽게 진행될 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전라도판 [친구]라는 평가는 그렇기에 칭찬이라기 보다는 [거룩한 계보]에 대한 따끔한 일침으로 들립니다. 장진의 영화라면 그 어떤 감독의 영화와도 비교될 수 없는 새로움을 지녀야하는데 [거룩한 계보]는 그러지 못함으로써 [친구]와 비교되는 수치(그렇다고 [친구]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를 맛보게 된겁니다.
새로움이 없다는 것. 그것은 장진 감독이 생각하는 대중적인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진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고 푹 빠져있던 저로써는 대중적이 그의 영화보다는 장진스러운 영화가 더욱 재미있습니다. 장진스러움. 그것이 바로 제겐 가장 대중적인 재미있는 영화인 셈입니다.


 

 


균형을 잃어버린...

[거룩한 계보]가 이토록 제 기대와는 달리 장진스러움을 잃은채 평범한 조폭 코미디가 되어버린 데에는 정재영과 정준호라는 낯설음과 낯익음의 두 축중 낯익음을 담당했던 정준호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엔 당당하게 정준호가 주연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막상 영화에서 정준호는 얼굴 마담에 불과합니다. 마지막 비장함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정준호의 몫이지만 영화전반에 거쳐 한쪽으로 비켜서있던 그였기에 마지막 그의 활약은 오히려 생뚱맞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정준호가 한쪽으로 비켜서며 비워버린 자리엔 류승용이라는 새로운 얼굴의 배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류승용은 [박수칠때 떠나라]를 통해 장진 감독의 패밀리에 합류한 인물이지만 철저하게 무명 배우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그가 정준호라는 유명 배우를 밀쳐내고 정재영과 맞먹는 자리에 올라선 겁니다.
이렇게 기대했던 조폭 코미디의 낯익음을 대변하던 정준호가 오히려 낯설은 배우인 류승용에게 그 자리를 빼앗김으로써 [거룩한 계보]는 정재영을 주축으로한 뻔한 조폭 영화로 전락하고 만겁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과 자신의 불알 친구를 쳐야하는 동치성(정재영)과 조직을 지키기위해 동치성의 복수를 막아야하는 김주중(정준호)의 이야기는 동치성과 그의 오랜 친구인 정순탄(류승용)의 복수극으로 점점 변질되어버리고 맙니다. 영화를 보며 '정준호 힘내라'라고 응원해보지만 그의 낯익음은 제 응원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을 받지 못하며 점점 한쪽으로 소외되어 버립니다.
역시 장진스러움을 재현하는 것은 배우로써는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정재영, 신하균같은 장진 감독의 정통 패밀리들과 차승원, 이나영같은 역량있는 배우가 아니고서는... 그렇기에 정준호의 역량부족은 [거룩한 계보]가 장진 감독의 계보를 잇는 장진스러운 영화가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던 셈입니다.
장진과 정준호... 결국 각자 다른 길을 가야하는 운명인듯합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이 [거룩한 계보]를 거룩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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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잠
감동 쥐어짜내기... 형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역시 이런스타일 저는 너무 싫습니다 (보지도 않을꺼지만) 물론 실미도나 홀리데이에서 느꼇던 연민비슷한 슬픔 같은건 아니겠지만;;; 저는 이런식의 것들이 너무 싫네요..
 2006/10/28   
쭈니 감동쥐어짜기... 사실 장진 감독의 영화는 전혀 그렇지않지만 안타깞게도 이 영화는 아주 살짝 그런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준호... 역시 그는 장진 감독의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나봅니다. ^^
 2006/10/29   
ssook
전혀 감동을 못느꼈기에 쥐어짜내기...라는 의견에 한표!!
그러나 낯익은 배우 군단들은 화려하더라구요..
[박수칠때 떠나라]에 나오던 왠만한 배우들은 다 나오던걸요??
신구 아저씨부터 그 부인 되시는 분.. 초반에 나오는 이름을 알 수 없던 아저씨에 여검사 언니로 나온 분...등등....
여튼 그럭저럭 재미나게 봤어요. 하지만 기대했던, 믿고 봤던 장진표는 아니었어요.
강우석 감독의 입김이 닿았다고 글던데...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아닐까 생각이 되어지는데...
 2006/10/30   
주노
영화와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정준호 씨가 등장한 작품 중에 가장 좋았던 건 <공공의적2>였어요,, 이 배우가 코미디 뿐만 아니라 악역을 맡을 수도 있구나...
설경구 씨의 상대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었죠,,
대표작 중에 좋아하는 영화가 빠져있어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2006/10/30   
쭈니 ssook님도 저와 비슷했군요.
강우석 감독의 입김이라...
설마 장진 감독씩이나 되는데 입김에 좌지우지하겠습니까? ^^;
주노님... [공공의 적 2].
저도 좋았지만 솔직히 1편의 이성재보다는 카리스마가 약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설경구는 최고였고.
 2006/10/30   
엘잠
개인적으로.... '공공의 적'을 너무 재밌게 봤던지라 '공공의 적2'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겠던걸요..

1과 별다를바 없는 스토리 전개.... 그속에서 인물들의 성격은 1만큼 독특하지도 또 형사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리얼하게 묘사했던 전편에 비하면 2는 개인적으로 최악이었습니다. (단순히 욕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러는건 아닙니다)

설경구라.... '실미도'에선 정말 소리만 질러대더군요. '공공의 적' 이후로 정말이지 제대로 된 연기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일까요? ('오아시스'가 나중에 나왔나요? 그건 안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강철중은 정말이지 설경구가 아니면 아무도 그런역할을 소화해낼수 없을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후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만의 연기세계가 안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정준호는 뭐 제가 그의영화를 그렇게 많이본것도 아니지만 드라마 '왕초' 에서 "당최"를 외치던 이정재역할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게 없네요
 2006/10/30   
쭈니 엘잠님은 비난이 좀 신랄한 편이십니다. ^^;
제 경우는 [공공의 적 2]가 최악까지는 아니었고, 단지 제대로된 시리즈 영화한편 나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응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준호는... 뭐 저도 딱히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니라서...
전 [흑수선]에서 콧수염붙이고 나온 정준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답니다.
어찌나 웃었는지... 그러고보니 [흑수선]에서도 악역이었군요. ^^
 2006/10/31   
정준호가 어수선 하긴 했습니다 (웃음)
하지만, 정준호는 아직 네임밸류만 조금 높을 뿐이지요
아무튼.. 이영화.. 볼만은 했지만.. 참 어수선 했습니다 ^^;;
 2007/08/07   
쭈니 장진 감독의 영화가 조금 어수선하긴 하죠. ^^;  2007/08/11   
dd
부탁인데 제발 이런영화는 만들지 말았으면 합니다 만날 깡패타령 저 예산 차라리 그냥 필름 아까우니깐 드라마로 만들지 말입니다  2009/02/05   
쭈니 ㅋㅋㅋ
그래도 저는 장진 감독의 영화라서 기대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장진스러움이 많이 퇴색된 영화이긴 했지만... ^^
 200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