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마이펫의 이중생활] - 귀여움의 미덕을 아는 영화

쭈니-1 2016. 8. 12. 14:51

 

 

감독 : 크리스 리노드

더빙 : 루이스 C.K., 에릭 스톤스트릿, 케빈 하트

개봉 : 2016년 8월 3일

관람 : 2016년 8월 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여름휴가 첫 영화

 

8월 5일 금요일, 퇴근하며 저는 마음 속으로 "드디어 여름휴가다~~~"를 외쳤습니다. 직장인이라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렸을 여름휴가. 하지만 저희 가족의 올해 여름휴가는 별다른 계획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장인이 동맥경화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지만, 몇주간 병원에 계셔야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 여름휴가 일정은 장인의 병간호 때문에 병원에서 지내고 계신 장모 대신, 여름방학을 맞이한 웅이를 돌보는 것에 맞춰져있습니다. 하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웅이는 봉사활동을 가야해서 저는 여름휴가 내내 웅이의 봉사활동에 쫓아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고, 봉사활동이 끝나면 점심식사후 웅이와 함께 장인이 입원해있는 병원에 들르는 것을 반복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름휴가 이틀째인 화요일, 구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은 병원에 안가도 된다며, 그 대신 다음날인 수요일 오후에 장모 대신 장인의 병간호를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실 장인과 사위관계만큼 어색한 것도 없지만, 장모도 하루 정도는 쉬셔야하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 덕분에 웅이의 봉사활동이 끝난 화요일 오후,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여름휴가 기간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영화관람. 그렇기에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보고 싶었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이라 아쉽게 탈락. 남은 것은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덕혜옹주]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웅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묻습니다. "아빠, 둘중 어느 영화가 더 인기있어요?"

웅이가 인기있는 영화를 물은 이유는 인기있는 영화는 극장에서 오랫동안 상영할테니 나중에 관람해도 되지만, 인기없는 영화는 금방 극장 상영이 중단될테니 서둘러 봐야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누가 내 아들 아니랠까봐... ^^) 결국 웅이의 선택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덕혜옹주]가 아닌,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이었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대박 흥행 행진중이지만, 웅이가 보기엔 너무 초등학교 저학년용 애니메이션인 것 같아서 관람목록중 제일 하단에 위치해놓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외로 웅이가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선택해주네요. 그대신 저는 어린이 관객을 위한 더빙버전이 아닌, 영화가 만들어진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자막버전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집 근처 멀티플렉스 상영관 시간표를 전부 뒤져야만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저는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좁은 단칸방에서 다섯식구가 살아야 했기에 애완동물을 키울 여력이 없었고, 결혼하고나서는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는 구피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웅이가 털이 없는 파충류를 키우면 어떻겠냐고 가끔 조르긴 하지만 구피는 파충류라면 우선 비명부터 지르네요.

하지만 저희 어머니께서는 요즘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시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으십니다. 몇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를 비롯하여 누나와 여동생마저 결혼하여 분가하자 어머니께서는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왜 쓰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강아지들 외로울까봐 외출을 삼가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이해가 안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이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강아지들이 고맙기도합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바로 이러한 반려동물을 소재로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싱글녀 케이티와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맥스(루이스 C.K.). 그러던 어느날 케이티가 듀크(에릭 스톤스트릿)라는 커다란 털복숭이 개를 입양합니다. 혼자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맥스 입장에서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죠. 그리고 결국 맥스와 듀크의 서열다툼은 둘이 함께 뉴욕 한복판에서 헤매게 되는 대형사건으로 이어집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케이티에게 돌아가기 위한 맥스와 듀크의 모험이 주요 스토리 라인입니다. 맥스와 듀크는 유기견 보호센터 차량에 갇혔다가 탈출하기도 하고, 주인에게 버려져  하수구에서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성난 펫들'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체에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합니다. 그러면서 맥스와 듀크는 서로가 라이벌이 아닌 친구이자 동반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힘을 합칩니다. 

그리고 여기에 맥스가 사라진 것을 알게된 반려동물 친구들이 맥스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맥스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작은 강아지 기젯(제니 슬레이트)을 비롯하여 시크한 외모와는 달리 냉장고 앞에서 이성을 잃고 무너지는 식탐 고양이 클로이(레이크 벨), 할배견 팝스 등이 기꺼이 맥스와 듀크를 찾기 위한 모험에 동참하고 나선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주인만을 기다리며 무료한 일상을 보낼 것 같은 반려동물들이 어쩌면 정말 저렇게 신나는 모험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국내 포스터에 '하루 종일 당신만 기다리며 보낼 것 같죠?'라는 광고 카피가 쓰여 있는데, 이 광고 카피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냈습니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귀여움의 미덕을 아는 영화

 

그렇다면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만을 위한 반쪽짜리 영화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와 웅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관객도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영화 속 캐릭터의 귀여움 덕분입니다. 주인공인 맥스와 듀크는 물론 악당 캐릭터인 스노우볼(케빈 하트)마저 귀여움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맥스와 듀크의 캐릭터는 그다지 특별하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했던 수 많은 가족 영화들이 있었고, 처음엔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맥스와 듀크의 모습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이 영화가 맥스와 듀크만을 중심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면 오히려 영화는 너무 평범하고, 지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맥스와 듀크의 주위에는 수 많은 개셩강한 조연 캐릭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중 '성난 펫들'의 리더인 스노우볼은 귀여운 토끼이면서 강한 카리스마와 인간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캐릭터입니다. 귀여운 토끼가 무시무시한 뱀, 악어들을 통솔하며 거친 말을 내뱉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스노우볼의 귀여움은 이러한 의외성에서 더욱 강하게 뿜어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스노우볼과 더불어 귀여움의 초절정을 달리는 캐릭터는 기젯입니다. 영화의 초반만해도 기젯은 그저 작고 귀여운 평범한 강아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맥스가 사라진 것을 알고나서부터는 '내 사랑은 내가 지킨다.'며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맥스 구출작전에 나섭니다. 특히 기젯이 무시무시한 맹금류인 티버리어스(앨버트 브룩스)를 친구로 만드는 장면은 기젯의 매력이 드러나는 최고 명장면입니다.

겉모습은 귀엽지만,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스노우볼과 기젯은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추구하는 귀여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귀여움은 그동안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평범한 귀여움이 아닙니다. 조직을 이끌어나갈 카리스마가 있고,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향해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있습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여러 동물들을 귀합하여 '성난 펫들'이라는 조직을 만들어낸 스노우볼과 티버리어스를 비록한 친구들을 규합하여 맥스 찾기에 나선 기젯. 이 두 캐릭터의 활약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영화적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스노우볼의 최후(?)와 맥스가 기젯의 소중함을 깨닫는 영화의 후반부에는 왠지모를 뿌듯함과 행복감이 밀려들어왔습니다.

 

 

나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외로움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텅빈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강아지 두마리와 함께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군요. 집에 다섯 식구가 북적이며 살았을 땐, 어머니도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없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식들도 분가하고나니 외로우셨고, 결국 강아지 두마리가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는 셈입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서도 영화 속 인간들은 대부분 혼자 살고 있습니다. 맥스와 듀크를 키우는 케이티는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수 많은 반려동물 캐릭터들의 주인들은 거의 싱글입니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의미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그것을 이해못했는데, 요즘 어머니를 보며 반려동물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지 않을까요? 웅이가 커서 분가를 하고나면 구피와 진지하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상의해봐야 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구피의 털 알레르기부터 해결을 해야할테지만...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보고나니 평상시에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저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이겠죠.

 

반려동물의 뜻은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동물이 사람의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요즘

어머니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의 의미가 이해된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그런 면에서 내겐 의미심장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