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미스터 라잇] - 깊게 생각하면 불편하고, 가볍게 생각하면 유쾌하다.

쭈니-1 2016. 7. 15. 11:30

 

 

감독 : 파코 카베자스

주연 : 안나 켄드릭, 샘 록웰, 팀 로스

개봉 : 2016년 6월 16일

관람 : 2016년 7월 13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나잇 & 데이]를 연상시키는...

 

혹시 2010년 6월에 개봉했던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코믹 액션영화 [나잇 & 데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평범한 커리어 우먼 준(카메론 디아즈)이 우연히 공항에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남자 밀러(톰 크루즈)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밀러의 직업이 스파이라는 점이죠. 어쩔 수 없이 밀러와 엮이게된 준은 평상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위험천만한 모험을 경험하게되고, 결국 밀러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제가 [미스터 라잇]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잇 & 데이]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두 영화가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미스터 라잇]의 내용은 만나는 족족 최악의 남자에게 차이던 마사(안나 켄드릭)가 우연히 들른 편의점에서 이상형의 남자 '미스터 라잇'(샘 록웰)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시스. 문제는 그의 직업이 전문 킬러라는 점이죠. 프란시스와 만난 마사는 평상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위험천만한 모험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프란시스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나잇 & 데이]에서 이상형의 남자 직업이 스파이였다면 [미스터 라잇]은 킬러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스토리 라인이 거의 비슷합니다. 스토리 라인 외에도 영화의 분위기와 캐릭터 마저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엉성한 캐릭터, 그리고 엉성한 스토리 라인

 

[나잇 & 데이]에서는 준이 밀러에게 엮일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준이 탄 비행기 안에는 하필 밀러를 죽이기 위한 킬러들이 득실거렸고, 결국 밀러가 킬러들을 모두 죽이면서 준은 어쩔 수 없이 밀러를 따라 나선 것입니다. 이후에도 준은 밀러가 정보기관의 배신자인지, 아니면 단순히 누명을 쓰고 쫓기는 스파이인지, 의심하고 고민합니다.

하지만 [미스터 라잇]은 처음부터 마사와 프란시스의 관계를 생뚱맞게 진행합니다. 마사는 하는 일없이(실제 영화에서 그녀의 직업은 무시됩니다.) 남자를 만나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행동하고, 프란시스는 다짜고짜 마사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쫓아다닙니다. 처음엔 마사가 프란시스의 직업이 사람을 죽이는 킬러라는 사실을 몰랐기에 스토리 전개가 그럴 듯하지만, 나중에 마사는 호퍼(팀 로스)에게 프란시스의 정체를 들은 다음에도 그를 따라 나섭니다.

문제는 밀러와는 달리 프란시스가 진짜 돌아이라는 점인데, 프란시스는 어느 정보기관에 의해 훈련되었지만 동료의 배신으로 정보기관을 빠져 나와 전문 킬러의 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에게 살인을 의뢰한 자들을 죽입니다. 왜냐하면 살인은 나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의 논리대로라면 살인은 나쁜 것인데, 자신에게 살인을 의뢰했으니 의뢰인은 아쁜 사람이고, 그렇기에 자신이 의뢰인을 죽이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니라는 것이죠? 정말 돌아이죠?

 

 

 

이것 저것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최악이다.

 

[미스터 라잇]은 프란시스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그의 살인을 정당화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수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가 죽인 자들은 모두 나쁜 놈들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영화 자체가 프란시스의 돌아이적 기질과 맥을 같이한 셈입니다. 

문제는 마사인데, 이 문제적으로 평면적인 캐릭터는 프란시스와 만나며 점점 프란시스화되어갑니다. 영화의 마지막엔 마사 또한 프란시스 버금가는 킬러가 되는데,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하는 범죄자들과 킬러를 죽이는 것이라고해도 사람을 죽여놓고 실실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 모습은 프란시스와 마사라는 최강의 엽기살인마 커플의 탄생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가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고 봐야할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받아들여야합니다. 물론 비슷한 오락영화인 [나잇 & 데이]보다 훨씬 부족한 영화적 재미와 짜임새를 가지긴 했지만, 애초에 [나잇 & 데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고, [미스터 라잇]은 저예산 액션영화라는 점도 감안해야합니다. 결국 [미스터 라잇]을 재미있게 보려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순간순간을 단편적으로 즐겨야만합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유쾌하다.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고 [미스터 라잇]을 편안하게 보면 통통 튀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이기도합니다. 우선 프란시스라는 캐릭터가 그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킬러는 냉혹하거나 비장합니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유쾌합니다. 마치 아직 사회성이 생기지 않은 어린 아이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프란시스는 춤을 추며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것을 즐깁니다.

마사 역시 프란시스와 같습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성인 여성이라는 생각보다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사춘기 소녀같습니다. 몸은 성인인데, 생각은 사춘기 소녀인 그녀는 몸은 성인인데, 생각은 어린 아이와 같은 프란시스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랑을 나누고, 자신들을 쫓는 킬러들을 죽이는 것은 오락삼아 생활합니다. 분명 깊게 생각하면 '나쁜 놈들을 죽이는 것이니까 괜찮아.'라며 살인을 정당화하는 이 영화가 불편하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프란시스와 마사라는 엽기커플의 탄생이 유쾌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