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날, 보러와요] - 마지막 반전 때문에 영화 전체의 짜임새가 헐거워졌다.

쭈니-1 2016. 7. 7. 17:51

 

 

감독 : 이철하

주연 : 강예원, 이상윤, 최진호, 지대한

개봉 : 2016년 4월 7일

관람 : 2016년 7월 5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에 의하면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등을 시킬 수 있으며, 입원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쉽게 해석하자면 보호자 2명과 정신과 전문의 1명의 동의만 있으면 정상인도 정신병자가 되어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합법적 납치와 감금은 여러차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자식들이 부모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 법 개정이 시급한 사항입니다.

몇달전 정신보건법 제24조 개정을 두고 찬반토론이 벌어졌는데, 법 개정을 반대하는 편에서 정신보건법 제24조를 개정하면 정신병자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일반인들을 해칠 수도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몇명의 억울한 사연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 억울한 입장이 된다면 그때도 그러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요? 내가 피해를 볼지도 모르니 다른 사람의 억울함은 모른척해도 된다라는 것은 참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한 직구

 

2015년 개봉했던 [내 심장을 쏴라]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극중 류승민(이민기)은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이복 형제들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갇힙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심장을 쏴라]는 서로 다른 듯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류승민과 이수명(여진구)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그저 설정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날, 보러와요]는 다릅니다. 이 영화는 아주 직접적으로 장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극중 강수아(강예원)는 어느날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정신병원에 강제이송, 감금됩니다. 강제 약물투여와 무자비한 폭력 속에 시달리며 하루 하루를 지옥처럼 보내던 그녀. 그런데 그녀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장본인은 수아의 상속 재산을 노린 의붓 아버지이자 차기 경찰처장이 유력한 강병주(지대한)였습니다.

[날, 보러와요]는 시사프로 '추적24시'의 인기 PD였지만 방송 조작사건에 연루되어 나락으로 떨어졌던 나남수(이상윤)가 수아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수아는 강병주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된 상태. 하지만 그녀는 사건 당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만약 이 영화가 [도가니]처럼 사회고발 드라마였다면...

 

[날, 보러와요]는 찬반양론이 있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합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경찰 고위 간부인 강병주에 의한 수아의 강제 입원. 이러한 설정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웃고 넘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날, 보러와요]가 그러한 문제제기를 심도있게 파고들었다면 어쩌면 제2의 [도가니]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이철하 감독은 [날, 보러와요]를 단순한 사회고발 드라마만으로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강병주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끼워넣어 영화에 스릴러적 외피를 둘러놓은 것입니다. 솔직히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은 안합니다. [날, 보러와요]가 [도가니]처럼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가 아니고, 그저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라면 극적인 설정을 위해서 스릴러적 요소를 끼워넣는 것은 어쩌면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장르가 사회고발 드라마가 아닌 스릴러가 되면서 영화의 짜임새가 헐거워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영화 전체의 짜임새를 단번에 헐겁게 만들어버립니다. (이후 영화 반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마지막 반전 때문에 영화 전체의 짜임새가 헐거워졌다.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남수가 수아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된 정신병원에서의 나날을 세세하게 기록한 수첩에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는 환자가 볼펜을 소지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살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한 사실은 영화에서 한동식(이학주) 간호사의 대사로 이미 관객에게 언급됩니다. 결국 수아의 수첩은 조작된 것이죠.

수아의 수첩이 조작이라면 수아가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 또한 거짓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수아의 배에 난 흉터를 통해 사실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은 수아의 어머니였고, 수아의 이야기 속, 수아를 구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난입한 우진(유건)은 사실 수아 본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렇다면 수아가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었다며 거짓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강병주 살인사건의 혐의를 벗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수아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사실과 강병주의 비리가  '추적 24시'에 낱낱히 밝혀지면서 수아는 무죄로 석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자! 이게 말이 되나요? 수아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다면 강병주가 기록을 없앴기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아 밝힐 수가 없는 것이 말이 되지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것은 수아의 엄마이고, 수아는 엄마를 찾아 헤맸다면 수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수아의 조작된 수첩과 '추적 24시'만으로 수아가 1년 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이 인정되어 무죄 선고가 되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지막 반전이 어거지이다보니 여기저기 헛점들이 튀어나온다.

 

[날, 보러와요]의 헛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수아는 정신병원 화재로 인하여 엄마가 죽자 복수를 위해 강병주의 뒤에서 총으로 쏩니다. 그런데 수아는 강병주의 자살을 주장하고, 법원도 그러한 수아의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권총으로 자살할 때의 총구의 방향과 뒤에서 총을 쐈을 때의 방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수아가 직접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면 수아의 손에는 화약 흔적이 남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수사가 아무리 후진적이라해도 이러한 것들을 놓쳤을리가 없습니다. 결국 수아의 무죄 선고는 영화의 반전을 위한 억지인 셈입니다.

이 영화의 억지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화재가 난 병원 건물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동식도 말이 안되고, 수아는 언제 어디에서 수첩을 조작했는지도 설명이 안됩니다. 영화의 초, 중반까지만해도 강예원의 돋보이는 연기변신과 함께 정신병원 강제입원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회고발 드라마로써 역할에 충실했던 [날, 보라와요]는 스릴러에 대한 욕심과 억지 반전으로 갑자기 영화 전체를 망쳐버립니다.   

스릴러는 아무나 막 만들어도 되는 장르가 아닙니다. 관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관객을 납득시킬만한 짜임새있는 구성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영화 자체가 헐거워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날, 보러와요]는 그저 마지막 반전을 위해 막 만든 느낌입니다. 정신병원 강제입원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말도 안되는 반전 때문에 가려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