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이웃집에 신이 산다] - 폭력으로 얼룩진 엉망진창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다면...

쭈니-1 2016. 7. 7. 15:30

 

 

감독 : 자코 반 도마엘

주연 : 브누와 뽀엘부르드, 필리 그로인

개봉 : 2015년 12월 24일

관람 : 2016년 7월 4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만약 신이 우리 이웃집에 살고 있다면?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영화이지만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보게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가 바로 그러한 영화입니다. 벨기에 영화인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브뤼셀의 수상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못된 심보의 괴짜 신(브누와 뽀엘부르드)과 신의 반항적인 딸 에아(필리 그로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신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이웃집에 신이 산다] 속의 신은 어엿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인간을 골탕 먹이기 좋아하고, 아내와 자식들에겐 소리 지르시 일쑤인 진상 그 자체입니다. 이에 사춘기 딸 에아는 아빠의 컴퓨터를 해킹해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죽는 날짜를 문자로 전송한 후 집을 나가 버립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새로운 신약성서를 쓰기 위해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서는 에아의 모험담이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영화의 설정만 놓고 본다면 신에 대한 색다른 시선과 풍자, 그리고 코미디가 잘 어우러진 새로운 코미디 영화로 보입니다. 월요일 밤,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진상스러운 신, 그리고 반항아 딸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을 창조한 신과 같은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한 신이 전지전능한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믿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우리 인간 사회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지는 않겠죠. 아마도 세상을 창조한 신이 실제 있다면 창조만 해놓고 인간 세상은 그냥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설정이 딱 그러합니다. 영화 속의 신은 세상을 창조합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거실에 처박혀서 컴퓨터를 바라보며 인간 세상을 지켜보는 것이 심심해서 자연재해도 일으키고,  온갖 심술궃은 짓을 서슴치 않고 합니다. 종교인들이 바라는 우리 인간을 사랑하는 인자한 신 따위는 이 영화에 없는 셈입니다.

이에 에아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합니다. 오빠인 JC(지저스 크라이스트)가 12사도를 이끌었듯이 에아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처음 한 일은 6사도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아 때문에 자신의 세상이 망가질대로 망가진 신은 에아를 잡기 위해 역시 인간 세상에 내려옵니다. 자! 과연 에아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은 에아를 붙잡아 인간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수 있을까요?

 

 

 

초반까지만해도 너무 매력적인 블랙코미디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적인 존재로써의 전지전능한 신을 믿지 않는 저로써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초반 내용이 너무 공감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에아가 지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남은 수명을 메시지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제가 만약 그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 속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의 인간들에게 남은 수명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는 에아. 그러한 에아의 행동에 신은 화를 냅니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며... 하지만 만약 자신이 죽을 날짜를 미리 알게 된다면 신을 믿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신의 걱정대로 자신의 남은 수명을 메시지로 받은 사람들은 남은 인생을 위해 새로운 삶을 기획합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전쟁과 테러, 폭력으로 얼룩진 인간 사회를 그대로 방치하는 신에 대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속시원한 펀치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순수 그 자체인 에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진상 그자체인 신이 창조한 엉망진창 인간 세상이 아닌, 순수한 에아가 창조한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해하기 힘든 에아가 만든 새로운 세상

 

초반엔 가볍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였던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중반 이후에 에아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6사도를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장면부터는 조금 어려워집니다. 에아가 만나는 6사도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함께 하며 에아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조금씩 완성되어갑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라 그런지 저는 왜 그들이 6사도로 선택되어졌고, 그들의 사연이 왜 특별한 것이며, 에아가 만든 새로운 세상의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저는 그러한 기독교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웃집에 신이 산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영화가 끝나고 [하이-라이즈]에 이어 저는 또다시 멍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이틀 저는 영화에 대한 조금은 색다른 선택을 했고, 그러한 색다른 선택은 여지없이 '이해불가'라는 결과만 가져오네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당혹스러웠던 [하이-라이즈]와는 달리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초반까지는 재미있게 즐긴 영화라서 영화를 보고나서의 뒷맛은 개운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