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다이노X탐험대] - 진지하게 고생물학자가 꿈인 아이만들 관람할것

쭈니-1 2016. 7. 18. 18:24

 

 

감독 : 이동희

더빙 : 정준하, 하하

개봉 : 2016년 5월 4일

관람 : 2016년 7월 17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너무 초등학교 저학년 영화가 아닐까?

 

제 블로그를 통해 여러번 밝혔지만 웅이의 장래희망은 고생물학자입니다.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공룡박사가 되겠다고 하더니 커서도 그 꿈은 변하지 않네요. 물론 이제 웅이도 중학생이 되었으니 장래희망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 웅이의 장래희망은 고생물학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공룡 관련 영화가 개봉하면 어김없이 웅이와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생물학자가 꿈인 웅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니까요.   

지난 5월 4일 어린이날 연휴를 맞이하여 두편의 공룡 관련 영화가 국내에 개봉했었습니다. 영국의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 백악기 공룡대백과]와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다이노X탐험대]가 동시에 개봉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웅이와 함께 극장에 가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두 영화 모두 너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다이노X탐험대]는 저를 고민스럽게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견된 미스터리 공룡화석 '다이노X'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세계적인 공룡 권위자 이융남 박사를 필두로 구성된 국제 공룡탐사대가 고비 사막으로 탐험을 떠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웅이가 가장 존경하는 이융남 박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라니... 하지만 문제는 정준하가 공룡 타르보 목소리를, 하하가 탐험대 가이드 목소리를 더빙했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진중한 다큐멘터리였다면...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정준하와 하하에게 더빙을 맡겼다는 것은 이 영화가 철저하게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로 제작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국제 공룡탐사대가 고비 사막에서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과정을 진중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주저하지 않고 웅이 손을 붙잡고 극장으로 향했을텐데...

[다이노X탐험대]가 다운로드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에도 제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고민을 종결시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 영화에 대해서 네이버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140자평이었습니다. '암튼 아이도 지루하고 돈아깝고 공룡화석 박사님 일과 보는듯', '공룡보다 사람이 더 많이 나온듯. 탐험대 중심인 이야기였네요. 다양한 공룡들을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공룡도 몇종류 나오지 않고... 티비에서 다큐로 방영해도 될만한. 보고 좀 어이없었네요.', '교육상좋지만 재미없음..공룡보다사람이더나오네요..' 등등

대부분 악평이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악평들을 읽고서 웅이와 봐도 되겠다고 확신했습니다. 특히 '공룡화석 박사님 일과 보는 듯'이라는 평은 오히려 제가 [다이노X탐험대]에서 원했던 것입니다. 웅이가 고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면 공룡박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보는 것이 공룡 CG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죠.

 

 

 

공룡박사를 꿈꾸는 아이들은 많다. 하지만 실제 고생물학자는 별로 없다.

 

제가 기대했던대로 [다이노X탐험대]는 고비 사막에서 공룡 화석을 채취하는 국제 공룡탐사대의 일과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물론 영화의 재미를 위해 정준하의 목소리를 입은 타르보 공룡이 국제 공룡탐사대의 탐사를 방해하는 장면이 나오고, 하하의 나래이션이 영화에서 계속 흘러나오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비 사막에서 공룡탐사대가 제대로된 식사도 하지 못하고 모래 먼지 속에서 공룡 화석을 고생스럽게 채취하는 모습을 보며 웅이는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고생물학자가 하는 일을 생생하게 목격하였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어느 고생물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커서 공룡박사가 되겠다는 아이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매우 적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은 고된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말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공룡의 흥미를 가진 아이라면 관람금지

 

[다이노X탐험대]는 그냥 단순하게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지루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영화는 공룡보다 공룡의 화석을 찾아나선 공룡박사가 더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룡 CG를 보고 싶은 것이라면 차라리 이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한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 백악기 공룡대박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하지만 웅이처럼 진지하게 고생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들과 함께 이 영화를 꼭 관람하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비록 정준하와 하하의 더빙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것만 참고 넘긴다면 막연하게만 생각되었던 고생물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다이노X탐험대]를 보면서 구피는 꾸벅 꾸벅 졸았고, 저 역시도 중간에 지루해서 하품만 났지만, 웅이만큼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다이노X'의 정체가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공룡이었다는 사실에 신기해했습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공룡을 찾아내기 위한 공룡탐사대의 노력... 어쩌면 그것이 미래의 웅이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제게도 [다이노X탐험대]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