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 부모에게 독립하여 정신적으로 홀로서기.

쭈니-1 2016. 7. 21. 13:15

 

 

감독 : 제이슨 베이트먼

주연 : 니콜 키드먼, 제이슨 베이트먼, 크리스토퍼 월켄, 메리앤 프런켓

개봉 : 2016년 5월 12일

관람 : 2016년 7월 20일

등급 : 15세 관람가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웅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웅이와 어렸을 적부터 함께 영화를 봤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실제 운동선수의 자녀들은 부모를 따라 운동선수를 하는 경우가 많고, 연예인의 자녀들 또한 부모를 따라 연예인을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들 모두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부모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제가 좋아하는 것들까지 웅이가 따라하고, 같이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웅이 앞에서는 행동 하나,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도 웅이가 저를 따라 영화를 좋아하게된 것은 저로써는 굉장히 행복한 일이기는 합니다. 지금은 제가 선택한 영화를 웅이도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웅이도 스스로 영화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 저와 영화적 취향이 갈라지는 날도 오겠지만, 그런 날이 올때까지 웅이는 제 든든한 영화보기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웅이가 무조건 저를 따라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영화를 선택하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갈 때가 되면 그때서야 진정한 영화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독특한 가족 패밀리 팽을 소개합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날, 하필 외근이 있었던 저는 땀에 흠뻑 젖은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 한캔을 들이키고나니 조금은 살것 같더군요. 그냥 이대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며칠 전부터 제 호기심을 자극한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영화가 떠올라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은 코믹한 영화에서 자주 얼굴을 내비췄던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거기에 제가 한때 좋아했던 니콜 키드먼이 제이슨 베이트먼과 함께 주연을 맡음으로써 일찌감치 시간되면 봐야할 영화로 손꼽아놨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국내 제목은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이지만 원제는 'The Family Fang'입니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팽 가족의 이야기인 셈이죠.

팽 가족은 조금은 독특한 가족입니다. 아버지인 칼렙 팽(크리스토퍼 월켄)과 어머니인 카미유 팽(메리앤 프런켓)은 유명한 행위예술가입니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애니 팽(니콜 키드먼)과 백스터 팽(제이슨 베이트먼)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행위예술에 아이A와 아이B로 동원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아이A와 아이B로 살수는 없는 법. 애니와 백스터는 부모에게 정신적인 독립을 하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애니와 백스터의 정신적 독립기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이라는 생뚱맞은 제목은 부모의 영향에서 정신적인 독립을 하고 싶은 애니와 백스터의 상황을 뜻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되어 각각 배우와 소설가로 살아가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시절의 아이A와 아이B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로인해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것이죠.

그러한 애니와 백스터는 우연한 계기로 부모의 집에서 며칠간 생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들을 아이A와 아이B로 대하는 칼렙과 대립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칼렙과 카미유가 갑자기 실종되고, 경찰은 연쇄살인사건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애니와 백스터는 이 모든 것이 으로 칼렙과 카미유의 행위예술 퍼포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애니와 백스터는 경찰 대신 직접 칼렙과 카미유를 찾아 나서야할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과연 칼렙과 카미유는 진짜 연쇄살인마에게 살인을 당한 것일까요? 아니면 애니와 백스터의 생각대로 또하나의 엉뚱한 행위예술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니와 백스터는 진실에 접근하면서 그들이 진정 원했던 부모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칼렙과 카미유는 과연 좋은 부모였을까?

 

솔직히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은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베티랑 배우이지만 감독으로는 초보에 불과한 제이슨 베이트먼은 초중반까지 영화를 잘 이끌어나갑니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칼렙과 카미유가 실종되면서부터 영화가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저는 일단 칼렙과 카미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자식이 생기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세계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하며 좌절했던 칼렙은 아이A와 아이B 덕분에 오히려 자신의 행위예술에 더 주목받자 애니와 백스터를 자식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행위예술의 도구라만 사용했던 것입니다.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그래서 우리와 함께 했던 것들이 너희는 재미있지 않았니?"라고 묻는 칼렙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었고, 그러한 남편을 무조건 따르기만한 카미유는 아이들을 방치한 무책임한 엄마였습니다.

어느덧 성장해서 자신들만의 삶을 사는 애니와 백스터 대신 또다른 아이A와 아이B가 필요했던 칼렙과 더이상 칼렙에게 이용가치를 잃게된 카미유.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 위주의 삶을 살았고, 그러한 사실을 깨달았을때 애니와 백스터는 진정한 정신적 독립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저 역시도 웅이에게 무조건 내 가치관을 주입시킨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봅니다. 비록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나와 웅이의 관계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