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계춘할망] - 빛을 그리기 시작한 아이

쭈니-1 2016. 7. 26. 13:21

 

 

감독 : 창감독

주연 : 윤여정, 김고은

개봉 : 2016년 5월 19일

관람 : 2016년 7월 23일

등급 : 15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등급이 발목을 잡다.

 

너무 더워서 온 몸이 축 늘어지기만하는 토요일 오후. 만사가 귀찮고 짜증만나던 바로 그때 제 눈을 사로 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다운로드 어플인 oksusu에서 토요뮤료영화로 [계춘할망]이 떴다는 점입니다. [계춘할망]은 지난 5월 개봉 당시 극장에서는 놓쳤지만 언젠가는 꼭 보려고 점찍어놨던 영화이기에 저는 당장 [계춘할망]을 보기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 웅이가 두 눈 동그렇게 뜨며 "뭔 영화인데? 저도 보면 안되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구피가 날선 목소리로 제게 "이 영화는 괜찮은지 안괜찮은지 먼저 보고 검증을 한다음에 웅이한테 보여줘."라며 째려봅니다. 결국 저는 웅이에게 작은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살살 달랜 후에야 [계춘할망]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확실히 웅이가 보면 안될 영화더군요. 물론 영화의 전체적은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 초반 주인공인 혜지(김고은)의 일탈 장면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조건만남 장면이 나올땐 만약 웅이와 함께 봤더라면 어쩔뻔 했는지... 암튼 웅이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거실에서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영화를 봐서 놓친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었던 영화입니다.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다시 찾은 계춘

 

[계춘할망]은 제주도에서 손녀딸 혜지와 알콩달콩 살아가던 해녀 계춘(윤여정)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계춘은 시내 시장에 갔다가 혜지를 그만 잃어버립니다. 혜지를 찾아 방방곡곡 수소문을 하지만 소용없는 일. 그렇게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립니다.

1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영화는 혜지(김고은)와 민희(박민지)의 일탈을 보여줍니다. 화장품 가게에서 도둑질을 하고, 동네 양아치인 철헌(류준열), 충희(남태부)와 함께 조건만남을 하러 나온 성인 남자를 협박에서 돈을 뜯어내려하는 등 혜지의 모습은 전형적인 불량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결국 사고를 치고, 잠시 숨어지낼 곳을 찾다가 12년 전에 잃어버린 손녀딸 혜지를 찾는 계춘의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혜지가 단지 숨어지낼 곳을 찾기 위해 계춘에게 자신이 12년전 헤어진 손녀딸이라고 속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영화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초록우산이라는 단체를 통해 혜지의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한 후 계춘에게 인계되는 장면에서 저 역시 혜지가 진짜 계춘의 손녀딸임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헤지는 정말 계춘의 손녀딸일까?

 

[계춘할망]은 혜지가 과연 계춘의 손녀딸일까? 아닐까? 라는 의문으로 영화를 중반까지 이끌고 나갑니다. 분명 초록우산이라는 단체에서 혜지의 신분을 확인했고, 계춘의 뒷간 똥돼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어린 혜지가 계춘의 머리카락을 색칠하기 위해 소중하게 간직하던 금색 크래파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혜지가 진짜임을 드러내는 부분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지의 행동은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무래 12년 만에 만난 할머니라고해도 계춘을 타인 대해듯이 하는 장면이라던가, 빨리 서울에서의 사건이 해결되어서 제주도를 빠져 나가려 하는 장면등은 혜지에게 무너가 숨겨진 비밀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2008년 공포영화인 [고사 : 피의 중간고사]로 감독에 데뷔했고, 2014년에는 액션영화 [표적]를 통해 좋은 평가를 얻었던 창감독은 잔잔함이 주무기인 [계춘할망]에서도 혜지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창감독은 불량청소년인 혜지의 변화를 통해 영화의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빛을 그리기 시작한 아이.

 

계춘을 만나기 전까지만해도 혜지는 어둠에 더 익숙한 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녀의 양육을 포기했고, 그렇게 혜지는 아직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에 보호자도 없이 방치됩니다. 그녀가 유일한 친구인 민희에게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보호자도 없는 어린 그들이 거친 세상에서 사는 법은 어둠에 익숙지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랫던 그녀가 계춘의 사랑 속에 어둠이 아닌 빛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변화는 그림으로 드러나는데, 영화 초반 립스틱과 마스카라로 그린 그림이 어둠을 뜻한다면 영화 후반 계춘에 대한 고백을 담은 그림을 빛을 뜻합니다. 헤지의 미술선생인 충섭(양익준)은 혜지가 빛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좋아합니다. 

그러한 혜지의 변화와 그녀의 과거에 대한 비밀이 벗겨지는 장면에서 저는 찡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잘못은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이었고, 혜지는 그것에 희생된 것이죠. 어쩌면 우리 주변의 수 많은 불량 청소년들 역시 혜지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다행히 해피엔딩이라서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