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크리미널] - 헛점도 많지만, 너그럽게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쭈니-1 2016. 7. 29. 15:55

 

 

감독 : 아리엘 브로멘

주연 : 케빈 코스트너, 갤 가돗, 게리 올드만, 토미 리 존스, 라이언 레이놀즈

개봉 : 2016년 6월 22일

관람 : 2016년 7월 28일

등급 : 15세 관람가

 

 

라이언 레이놀즈는 주연이 아니다.

 

사실 지난 목요일은 이상하게 짜증만 나던 하루였습니다. 회사일도 바쁜데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외근이 잡혀서 하던 일을 부랴부랴 마치고 퇴근시간 즈음에 외근을 나가야 했고, 외근 와중에는 한동안 연락이 없던 옛 회사 동료로부터 돈을 꿔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안하다며 거절 답장을 보내긴 했지만 기분이 영 좋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기분전환으로 프로야구를 시청했는데, 제가 응원하는 두산 베어스가 어이없는 실책으로 1회부터 대량실점을 하는 바람에 제 기분전환은 커녕 오히려 제 기분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프로야구 중계를 꺼버리고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하루종일 짜증만났던 그날을 기분좋은 마감하기 위해 제가 선택한 영화는 [크리미널]입니다. [크리미널]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입니다. 기분전환을 위해 딱 알맞은 영화인 셈이죠.

그런데 영화 초반부터 주인공인줄 알았던 라이언 레이놀즈가 죽어버립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케빈 코스트너의 환상조합을 기대했는데, 라이언 레이놀즈는 거의 우정출연급이었습니다. 또 우리나라 영화 홍보사의 얄팍한 상술에 당한 것이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은 아니었지만, [크리미널]은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영화마저 재미없었다면 목요일의 짜증이 금요일까지 이어질뻔 했는데, [크리미널] 덕분에 다행히 주말은 산뜻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네요.

 

미안하다. 난 주인공이 아니다.

 

 

무정부주의자의 테러를 막기 위해 특수요원 빌의 기억을 이식해라.

 

[크리미널]은 CIA 특수요원인 빌(라이언 레이놀즈)이 영국 런던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시작합니다. CIA 런던지국장인 퀘이커(게리 올드만)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빌은 스페인 무정부주의자인 헤임달(조디 몰라)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CIA가 빌을 찾았을 때 이미 빌은 헤임달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후였습니다.

CIA와 헤임달이 빌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추격전을 벌인 이유는 그가  천재 해커 더치맨이 있는 곳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더치맨은 미 국방부를 해킹해서 미사일 통제권을 갖게 되었고, CIA에 전화해서 거래를 요구합니다. 빌은 더치맨을 자신만이 알고 있는 안전가옥에 숨기고 거래를 직접 주도했지만, 미국의 미사일 통제권을 노린 헤임달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죠.

CIA는 더치맨이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뇌과학 연구 권위자인 프랭크(토미 리 존스) 박사의 주도아래 빌의 기억을 강력범으로 수감 중인 제리코(케빈 코스트너)에게 이식합니다. 이로써 제리코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를 막기 위한 유일한 단서를 기억하는 중요 인물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도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쓰라는 점입니다.

 

이거 놔!!! 내가 주인공이라고... 

 

 

사이코패스 제리코의 변화

 

[크리미널]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제리코에게서 비롯됩니다. 사실 테러리스트와 CIA요원의 대결은 이제 특별할 것이 없는 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와 맞서 싸워야하는 것은 정의감 넘치는 CIA요원이 아닌 흉악한 범죄자 제리코입니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뇌를 다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감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가 됩니다. 그렇기에 그는 빌의 기억을 이식받은 이후에도 헤임달의 테러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빌이 더치맨에게 건네주기로한 거액의 돈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게다가 빌의 기억을 갖게되었기에 빌에 대한 개인정보를 빠삭하게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빌의 아내인 질리언(갤 가돗)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제리코가 빌의 집에 몰래 침입해서 질리언을 침대에 묶고 돈가방의 행방을 묻는 장면은 [크리미널]이 후반부를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한 흥미를 제게 안겨줬습니다. CIA는 더치맨을 찾아야하고, 헤임달의 테러도 막아야하며, 제리코의 폭주도 가만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셈이죠.

그런데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제리코에게 이식된 것은 빌의 기억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빌의 감정 또한 제리코에게 이식되었고, 감정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는 제리코는 빌의 아내 질리언과 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죠. 이제 제리코는 정의를 위해서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더치맨과 돈가방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사이코패스도 반할만큼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왜?

 

죽은 CIA 요원의 기억을 사이코패스에게 이식하여 테러리스트를 막는다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케빈 코스트너,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게리 올드만, 토미 리 존스 등 연기력을 갖춘 핫한 배우들의 출연 등, 분명 [크리미널]은 흥행요소를 골고루 갖춘 첩보 액션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북미에서도 흥행에 실패했고, 국내 흥행도 미지근했습니다. 왜일까요?

솔직히 [크리미널]은 헛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빌의 죽음이 그러합니다. 헤임달 입장에서 빌은 더치맨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고문 몇번하다가 빌을 죽입니다. 그래놓고 더치맨을 찾겠다고 나섭니다. 결국 빌의 죽음은 제리코에게 빌의 기억을 이식시키는 설정을 위한 억지인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CIA 런던 지국장인 퀘이커입니다. 그가 제리코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성질만 급할뿐, 도대체 제대로 할줄아는 것이 없는 인물로 보입니다. 기껏 빌의 기억을 이식시켜놓고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그를 방치합니다. 첫번째는 기억을 이식한다는 프랭크의 실험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쳐도, 두번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제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크리미널]과 같은 첩보 액션영화의 경우는 치밀함이 생명인데, [크리미널]은 기억 이식이라는 설정을 위해 치밀함을 포기한 듯합니다.

 

퀘이커는 지금까지 영화에 등장했던 CIA 고위간부 중 가장 멍청했다.

 

 

헛점도 많지만, 너그럽게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뭐 세세하게 따지고보면 [크리미널]은 독특한 설정과 매력적인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낙제점을 줄만한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밤, 짜증을 날려 보내려고 보는 영화를 그렇게 깐깐하게 볼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결국 가벼운 마음으로 너그럽게 영화를 본다면 1시간 50분 동안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48시간이 지나면 빌의 기억이 사라지는 제리코가 "나도 내가 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질리언에게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제리코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크리미널]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묘한 여운도 남았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