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빌리 레이
주연 : 치웨텔 에지오프, 니콜 키드먼, 줄리아 로버츠
개봉 : 2016년 4월 27일
관람 : 2016년 6월 2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의 리메이크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작품상을 수상한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은 아르헨티나 영화인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였습니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25년전 일어났던 잊을 수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스릴러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멜로 영화에 가까웠던 특이했던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는 곧바로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의 리메이크를 준비했는데, [플라이트 플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캡틴 필립스] 등의 각본을 쓰며 명성을 얻은 빌리 레이가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담당함으로써 할리우드판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인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가 탄생되었습니다.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가장 놀라운 점은 캐스팅 라인입니다. [노예 12년]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였으며 마블의 기대작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모르도 남작을 연기한 치웨텔 에지오프와 영원한 할리우드의 여신 니콜 키드먼, 줄리아 로버츠가 동시에 출연을 결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2015년 11월 북미에서 개봉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무는 등 부진을 면치못하다가 북미 흥행 2천만 달러로 아쉽게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를 인상깊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화려한 캐스팅에 끌린 저는 월요일 저녁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를 봤습니다.
이 영화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와 다른 점
앞서 언급했듯이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스릴러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멜로 영화에 가까웠던 영화입니다. 법원 직원이었던 벤자민(리카도 다린)은 25년전 미제사건으로 종결된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그로인하여 25년전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상사 이렌(솔레다드 빌라밀)과의 관계도 다시 시작합니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25년전 미제사건의 진실보다는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하는 벤자민과 이렌의 사랑, 그리고 25년전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의 슬픈 복수에 초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와는 달리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스릴러가 강화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도 FBI요원인 레이(치웨텔 에지오프)이고, 피해자는 레이의 동료인 제스(줄리아 로버츠)의 딸입니다. 진범을 밝혀가는 과정이라던가, 13년 후 레이가 다시 진범을 뒤쫓는 계기 등이 확실히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마도 스릴러 영화의 각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빌리 레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멜로 부분은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취약점이 되었습니다. 13년전 사라진 범인을 뒤쫓는 추격전과 레이와 검사인 클레어(니콜 키드먼)의 사랑은 조금 뜬금없이 느껴졌습니다. 서로 각기 다른 장르인 스릴러와 멜로의 공존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봅니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스릴러가,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멜로가 부족했으니 말입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분위기가 반영되다.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보다 멜로 부분이 취약하긴 하지만 빌리 레이 감독은 그 외의 많은 부분을 원작에 비해 강화시킵니다. 사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에서 벤자민이 25년전 사건을 잊지 못하고 다시 파헤치는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레이에게는 13년전의 사건에 매달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죄책감입니다.
사실 레이는 제스의 생일파티 준비를 위해 제스의 딸과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장소에 나가지 못했고, 그로인해 제스의 딸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레이는 범인 찾기에 집착하고 진범이 거의 확실한 마진을 잡는데까지 성공하지만 상부에서는 오히려 마진을 보호합니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에서 진범은 정부의 반정부세력 소탕작전에 도움을 줌으로써 정부의 보호를 받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독재정치를 해왔던 아르헨티나의 국내 상황에 맞는 설정이죠. 그와는 달리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에서는 마진이 이슬람 테러 소탕 작전의 정보원이기에 LA 지방검찰청은 그를 보호하려합니다. 상부에서는 제2의 9.11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그깟 강간살인사건 따위는 묻혀도 된다고 말합니다. 9.11 테러 당시 미국의 충격과 공포 분위기가 잘 녹아있는 설정인 셈입니다.
진정한 복수란 무엇일까?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마지막 반전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와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를 볼 때는 이 영화의 허술한 스릴러적 장치 때문에 반전을 미리 눈치채서 감흥이 덜했고,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를 볼 때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와 반전이 같았기 때문에 감흥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의 복수는 분명 여운이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액션영화에서 복수는 상대를 죽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죽이는 것이 진정한 복수일까요?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하는 것이 더 큰 복수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저는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를 향한 이우진(유지태)의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에서 제스의 복수도 잔인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복수를 당하는 사람도, 복수를 하는 사람도 모두 과거에 갇혀 13년이라는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레이와 클레어 역시 13년전의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요. 결국 그들은 모두 과거에 갇힌 사람들이죠. 과연 영화 마지막 총성으로 레이가 제스, 그리고 클레어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가 벤자민과 이렌의 다시 시작되는 사랑으로 나름 해피엔딩이라면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는 조금은 더 암울한 엔딩을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와 [시크릿 인 데어 아이즈]의 결정적인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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