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나의 그리스식 웨딩 2] - 가족이란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것.

쭈니-1 2016. 6. 27. 13:01

 

 

감독 : 커크 존스

주연 : 니아 발다로스, 존 코베트, 엘레나 캠푸리스, 마이클 콘스탄틴, 레이니 카잔

개봉 : 2016년 3월 30일

관람 : 2016년 6월 25일

등급 : 15세 관람가

 

 

가족이란 무엇일까?

 

지난 수요일 장인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장인의 입원에 구피는 회사에 휴가를 냈고, 강원도 동해에서 근무하는 처남도 휴가를 내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장인의 입원 후 구피와 처남, 장모님이 번갈아가며 병원에서 장인의 병간호를 했습니다. 

원래 저희 가족은 이번 주말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 : 스케치에서 스크린으로> 전시를 관람과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시]를 극장에서 볼 계획이었습니다. 구피는 병간호 때문에 못간다며 저보다 웅이 데리고 갔다오라 했지만, 차마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장인이 입원하셨고, 구피를 비롯한 처가 식구 모두 병간호로 고생 중인데 저와 웅이만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주말은 저희 가족 모두 집과 병원을 오고가며 보냈답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됩니다.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슬프면 같이 슬퍼하고, 기쁘면 같이 웃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요? 지난 주말동안 저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스 가족이라고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지난 토요일, 구피는 장모님과 바톤 터치를 하고 병원에 갔고, 밤새 병간호를 하셨던 장모님은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 일을 하셨으며, 기말고사를 앞둔 웅이는 시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웅이의 공부에 방해된다며 처가집에서 쫓겨난 저는 털래 털래 집으로 돌아와 혼자 청승맞게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를 봤습니다. 

사실 [나의 그리스식 웨딩 2]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단지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일 뿐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툴라(니아 발다로스)와 툴라의 시끌벅적한 그리스인 가족들의 일상이 지금의 제 상황과 비슷해보였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에 거스(마이클 콘스탄틴)가 병원에 입원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가 지금 제 상황에 딱 맞는 맞춤형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툴라의 가족은 3대가 모여 삽니다. 고집불통 1대 거스와 마리아(레이니 카잔)부부, 가족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2대 툴라와 이안(존 코베트) 부부. 그리고 대가족의 관심이 짜증나는 중2병 2대 패리스(엘레나 캠푸리스). 주위 사람들은 이 시끌벅적한 그리스 가족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오히려 저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에 푹 빠질 수가 있었습니다.

 

 

 

중2병 패리스에겐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가족의 관심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툴라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거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훈남과 결혼한 툴라. 하지만 이안과의 결혼 후에도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참견은 계속되고, 툴라는 그러한 가족들을 챙기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게다가 중2병이 된 패리스는 과도한 가족들의 관심을 불편해하며 자꾸 엇나가기만 합니다.

툴라 입장에서는 패리스의 그러한 반항이 힘들 수 밖에 없지만, 사실 저는 패리스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그 나이때면 나 혼자만의 세상을 갖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가족은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모여 살았기에 나 혼자만의 세상을 가질 수가 없었죠. 저는 항상 그것이 불만이었고, 패리스 역시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저는 커서 혼자 자취해서 사는 삶을 꿈꿨었습니다. 그리고 패리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패리스는 뉴욕의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처음으로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진 삶을 살게 됩니다. 하지만 혼자 자취하는 삶이 꿈꿨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처럼, 패리스 역시 뉴욕의 대학에서 혼자 생활하며 시끌벅적한 가족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가족이니까요.

 

 

 

[나의 그리스식 웨딩]과 나의 묘한 인연

 

2003년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 개봉할 당시 저는 구피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결혼 준비로 지친 저는 우연히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보게 되었고, 툴라와 이안의 시끌벅적한 결혼식 장면들을 보며 나도 저런 축제와 같은 결혼식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를 본 2016년에는 영화 속의 툴라처럼 저희 부부도 결혼한지 10년이 훌쩍 지난 중년 부부가 되어 있었고, 웅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 조만간 영화 속의 패리스처럼 반항심 가득한 중2병 사춘기 소년이 될 것입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을 보며 툴라의 시끌벅적한 그리스식 웨딩이 부러웠던 저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를 보며 툴라와 이안이 처한 상황에 키득거리며 공감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다운로드 영화를 보고나서는 곧바로 삭제를 하는데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를 보고나서는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구피와 다시한번 보려고 말입니다. 아마 구피도 이 영화를 보면 저처럼 키득거리며 웃으며 많은 공감을 할 것입니다. 병간호에 지친 구피가 이 영화를 보며 미수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그리스식 웨딩 2]는 제게 최고의 영화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