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 고풍적인 로맨스에 좀비를 끼워넣으면?

쭈니-1 2016. 6. 9. 11:24

 

 

감독 : 버 스티어스

주연 : 릴리 제임스, 샘 라일리, 잭 휴스턴

개봉 : 2016년 5월 25일

관람 : 2016년 6월 6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개봉한 영화 중에서 저는 일단 [엑스맨 : 아포칼립스]를 기대작 1순위로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와 [미스터 홈즈]까지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최고의 한주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무난하게 극장에서 봤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와 [미스터 홈즈]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지만 결국 아쉽게도 두 편중 어느 하나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답니다.

특히 저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열심히 구피를 설득했습니다. 좀비 영화는 무서워서 보기 싫다는 구피에게 '[오만과 편견]을 색다르게 각색한 영화'라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고, 결국 구피에게 극장에서 함께 보자는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구피가 아니었습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새벽 시간대에만 상영을 했고, [미스터 홈즈]도 상영시간대가 비슷했습니다. 결국 저는 멀티플렉스의 교차상영 행태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채 두 영화의 극장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었네요. 아마 [미스터 홈즈]도 조만간 다운로드에서 만날 수 있을 듯...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일단은 다운로드로 만족하는 수 밖에요.

 

 

 

10년전에는 [오만과 편견]에 푹 빠졌었다.

 

2006년 저와 구피는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이라는 영화를 빌렸었습니다. 사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보고 싶은 영화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별 기대없이 [오만과 편견]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저와 구피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재밌다."를 연발하며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6년 저와 구피는 이번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보기 위해 또다시 TV앞에 앉았습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기본 설정에서 [오만과 편견]과 같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영국이고, 딸만 다섯인 베넷가의 둘째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다아시(샘 라일리)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의 오만한 태도에 의해 오히려 상처만 입습니다. 하지만 결국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다아시와의 사랑을 이뤄냅니다.

여기까지만보면 이건 영락없는 고풍적인 로맨스 영화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좀비'가 끼어듭니다. 영화의 배경이 19세기 영국인 것은 맞지만, 영국은 좀비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설정이고, 다아시는 좀비 사냥꾼입니다. 그리고 베넷가의 딸들도 좀비의 공격을 대비해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여전사들입니다.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그대로 두고 그 사이 사이에 좀비를 끼어넣음으로써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익숙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합니다.

 

 

 

나는 이런 변주가 좋더라.

 

저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굉장히 즐겁게 봤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10년전 [오만과 편견]에서 느꼈던 고풍스러운 로맨스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고, 그 위에 좀비라는 새로운 재미를 추가함으로써 고풍스러운 로맨스와 B급스러운 호러의 묘미를 동시에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의 좀비 분장이 꽤 실감나고, 그러한 좀비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날려 버리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액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구피는 "으악, 끔찍해!"라며 고개를 돌려 버렸고,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 영화는 나를 너무 놀라게 해!"라는 최종 감상평을 남겼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입니다. 구피가 깜짝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릴만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호러가 제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니까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보며 10년전 저를 설래게했던 [오만과 편견]의 고풍스러운 로맨스의 매력과 오싹하면서도 끔찍한 좀비 호러의 재미가 제대로 살아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무더운 초여름 밤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제가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기대했던 이유이고, 그러한 제 기대를 영화를 완벽하게 채워줬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끝나고나서 저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보기 전에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한번 봤다면 더 재미있게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즐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10년 전에 본 영화치고는 [오만과 편견]의 내용과 영화를 볼 때의 감성이 아직까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지만, 그래도 [오만과 편견]을 다시 보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봤다면 [오만과 편견]의 세세한 장면들을 비교하며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먼저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이렇게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재미있게 봤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북미에서도 흥행 실패를 경험했다고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영화가 기왕이면 흥행에도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흥행 성적은 참 많이 아쉽습니다.

비록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지 못했지만, 저와 구피는 꽤 만족하며 영화 보기를 마쳤습니다. 저처럼 공포영화는 잘 못보지만, 그래도 무더운 여름밤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