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폴 맥기건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다니엘 래드클리프
관람 : 2016년 6월 6일
등급 : 15세 관람가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극장 미개봉작이 있다.
굿다운로드 사이트인 oksusu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등록되었을때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제가 극장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에 '셜록 홈즈' 열풍을 일으켰던 영국 드라마 <셜록>의 연출자인 폴 맥기건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는 과거 [푸시]라는 인상적인 SF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감독과 주연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되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소재인 '프랑켄슈타인'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영화 중에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을 보기 전까지만해도 '프랑켄슈타인'은 그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괴물 쯤으로 여겼는데 [프랑켄슈타인]을 보고나니 생명을 창조하고 싶었던 과학자와 그로인해 원치 않는 생명을 가지게된 괴물의 애증관계가 흥미로웠던 영화였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을 통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웅으로써의 '프랑켄슈타인'을 부활시키기도 했지만 저는 그보다는 좀 더 원작에 충실한 고전적인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싶었고, 그것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기대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극장이 아닌 다운로드로 보게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공포영화는 아니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임을 확인한 저는 이 영화를 웅이와 함께 보기 위해 구피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제가 20년전 [프랑켄슈타인]을 봤을 때의 그 경이로움을 웅이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웅이에겐 [빅터 프랑켄슈터인]이 공포영화라며 겁을 줬지만, 웅이 역시 영화광답게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보겠다며 저와 함께 구피를 설득했습니다.
그렇게해서 현충일 낮에 웅이와 보게 된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터인]만 하더라도 공포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공포보다는 '프랑켄슈타인'(제임스 맥어보이)의 열정이 광기로 변하는 과정과 이고르(다니엘 래드클리프)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야심에 빠진 '프랑켄슈터인' 박사와 그의 조수 이고르입니다. 영화의 초반, 서커스단에서 학대를 받던 곱추 이고르가 '프랑켄슈타인'의 도움으로 서커스단을 탈출하고, 그의 조수가 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이 부분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유쾌한 열정과 이고르와의 우정, 그리고 서커스단의 공중곡예사인 로렐라이(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와 이고르의 사랑이 그려집니다.
그는 왜 괴물을 만들 수 밖에 없었나?
실제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이 나오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아주 잠깐입니다. 원작에 가장 충실했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케네스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프랑켄슈타인'(케네스 브래너)과 그가 창조한 괴물(로버트 드 니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국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연인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커터)를 살해하고, '프랑켄슈타인'은 그러한 괴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구의 끝이라 할 수 있는 북극까지 뒤쫓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하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이고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프랑켄슈타인'이 왜 괴물을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어린 시절 자신때문에 죽은 형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형의 죽음을 외면한 신에 대한 분노와 도전이 '프랑켄슈타인'으로 하여금 신의 영역인 생명의 창조라는 광기에 빠지게 만든 것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이고르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이고르가 바라보는 '프랑켄슈타인'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국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창조된 괴물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과는 달리 자신의 창조자와 애증의 관계를 펼칠 기회도 갖지 못한채 빠르게 소멸됩니다. 확실한 것은 폴 맥기건 감독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한 괴물의 관계를 초점을 맞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충실한 조수인 이고르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폴 맥기건 감독의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 두 영화 중 어느 영화가 재미있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을 선택할 것입니다.
분명 관계의 측면에서 봐도 '프랑켄슈타인'과 이고르의 관계보다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관계가 더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프랑켄슈타인'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상처를 그의 아버지의 등장으로 짧게 설명하고 맙니다. '프랑켄슈타인'과 이고르의 관계가 좀 더 흥미롭게 진행되려면 '프랑켄슈타인'의 과거를 좀 더 세세하게 보여줌으로써 그가 괴물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관객엔 제게 설득했어야 했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그러한 과정을 생략합니다.
그 대신 이 영화가 캐릭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이고르입니다. 하지만 이고르는 '프랑켄슈타인'의 광기를 바라보는 관찰자일 뿐, 중요한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러한 이고르를 중요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로렐라인과의 사랑까지 진행시키다보니 정작 중요한 '프랑켄슈타인'의 캐릭터는 제대로 구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쉬움으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보고나니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을 더시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드네요.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의 관람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 웅이와 함께 이 영화를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아주짧은영화평 > 2016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드코어 헨리] - 어지러움을 해소해야 완벽한 새로움을 얻을 수 있다. (0) | 2016.06.20 |
---|---|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 고풍적인 로맨스에 좀비를 끼워넣으면? (0) | 2016.06.09 |
[맨 프롬 UNCLE] - 복고와 최신 트랜드가 결합된 흥미로운 첩보영화 (0) | 2016.06.08 |
[조이] - 완벽하게 제니퍼 로렌스를 위한 영화 (0) | 2016.06.05 |
[대니쉬 걸] - 그의 용기와 그녀의 사랑은 위대했다.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