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맨 프롬 UNCLE] - 복고와 최신 트랜드가 결합된 흥미로운 첩보영화

쭈니-1 2016. 6. 8. 10:19

 

 

감독 : 가이 리치

주연 : 헨리 카빌, 아미 해머, 알리시아 비칸데르

개봉 : 2015년 10월 28일

관람 : 2016년 6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대니쉬 걸]의 여운이 [맨 프롬 엉클]로 이어지다.

 

지난 6월의 첫날 본 [대니쉬 걸]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가 않네요. [대니쉬 걸]에서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남편 에이나르를 진정한 사랑으로 보살펴준 게르다에게 홀딱 반했던 저는 게르다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 다른 영화들을 검색했고, 그 결과 '툭'하고 튀어나온 영화가 [맨 프롬 UNCLE]입니다.

사실 [맨 프롬 UNCLE]은 2015년 10월 28일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하늘을 걷는 남자]와 더불어 제 기대작이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북미에 이어 우리나라 흥행 성적이 저조했고, 결국 상영관이 별로 없던 탓에 저는 두편 모두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걷는 남자]의 경우는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서 일찌감치 다운로드로 영화를 봤지만, [맨 프롬 UNCLE]은 어느 사이 제 기억에서 까맣게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잊혀진 [맨 프롬 UNCLE]을 다시 제 기억에서 살려낸 것이 알리시아 비칸데르입니다. 과연 고풍스러운 멜로 영화가 아닌 액션이 가득한 첩보영화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어떤 연기를 펼쳐 보일까요? 일요일 밤, 일찌감치 웅이와 구피를 재우고, 저 혼자 거실에서 [맨 프롬 UNCLE]을 봤답니다.

 

 

 

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첩보영화

 

[맨 프롬 UNCLE]은 첩보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요즘의 첩보영화와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초강대국 경쟁을 벌이며 지구촌을 핵전쟁 위험에 몰아넣었던 냉전시대는 소련의 몰락으로 이젠 지나가버린 추억(?) 속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요즘의 첩보영화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 프롬 UNCLE]은 70년대 첩보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냉전시대 첩보를 아예 대놓고 펼쳐보여줍니다. 주인공은 미국 첩보원인 나폴레옹 솔로(헨리 카빌)와 소련 첩보원인 일리야(아미 해머). 그들은 나치의 부활을 위해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범죄 조직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야합니다. 여기에 전형적인 첩보영화 속의 미녀 개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끼어들며 [맨 프롬 UNCLE]은 마치 70년대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맨 프롬 UNCLE]의 영화적 재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영화의 소재는 복고풍입니다. 그런데 가이 리치 감독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같은 경쾌하고 코믹한 최신의 트랜드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그 덕분에 [맨 프롬 UNCLE]은 복고풍과 최신 트랜드가 교묘하게 섞인 영화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점이 즐거웠습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미국과 소련

 

[맨 프롬 UNCLE]의 또 다른 재미는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의 조화입니다. 이 영화가 냉전시대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두 캐릭터는 서로 적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는 공공의 적을 가지고 있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합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의 캐릭터를 서로 다르게 구축해냈는데, 뺀질거리는 바람둥이 스파이 나폴레옹 솔로와 원칙주의자인 일리야의 조합은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는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네오 나치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두 사람 사이에 개비가 중재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공통점이 있었기에 서로 이해하며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범죄자였지만 복역대신 CIA 첩보원이 된 나폴레옹 솔로와 소련 고위관료였던 아버지의 비리 때문에 수용소에 갇혔다가 KGB의 첩보원이 된 일리야. 두 사람은 조직에 약점에 잡힌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첩보원을 하는 신세인 것이죠. 그러한 공통점이 있었기에 둘은 초반엔 티격태격하다가도 후반엔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 악당을 무찌를 수가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나온다면 기대할만한데...

 

그렇다면 제가 이 영화를 보게끔 이끈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어땠을까요?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한 개비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나탈리 포트만을 섞은 것처럼 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기본적으로 아담한 체구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커다란 체구의 아미 해머 곁에 서 있을땐 너무 작아 보여서 두 사람의 묘한 로맨스가 어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색함은 영화를 즐기는데 방해를 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60년대를 배경으로한 첩보영화답게 고전적인 매력을 풍기는 헨리 카빌과 아미 해머,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매력은 여전히 [맨 프롬 UNCLE]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후반에 휴 그랜트가 깜짝 등장해서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 그리고 개비를 한 팀으로한 세계스파이연합본부 'U.N.C.L.E'를 결성하는 장면에서 [맨 프롬 UNCLE]의 시리즈화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이 부진해서 기대했던 시리즈화는 아쉽게도 이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0011 나폴레옹 솔로]는 1960년대 로버트 본을 주연으로 십여편이 영화화되었었습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맨 프롬 UNCLE]의 흥행이 너무나도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