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스푹스 : MI5]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영화와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가 아쉽다.

쭈니-1 2016. 4. 25. 16:33

 

 

감독 : 바랫 낼러리

주연 : 키르 해링턴, 해리 피어스

개봉 : 2016년 3월 17일

관람 : 2016년 4월 21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요즘 난 영드에 관심이 많다.

 

한때 구피와 함께 밤 늦게까지 영국 드라마 <닥터 후>를 열광하며 시청했었습니다. 하지만 닥터를 연기한 배우 중에서 구피와 제가 좋아했던 데이비드 테넌트가 '시즌 5'부터 맷 스미스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저와 구피의 관심도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셜록 : 유령신부]를 계기로 영국 드라마 <셜록>에 또다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현재 '시즌 3'를 다 보았고, '시즌 4'가 방영되길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제가 조금은 낯선 영국 첩보영화인 [스푹스 : MI5]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사실 영국 드라마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2002년에 BBC에서 첫 방영된 이후 2011년에 '시즌 10'으로 완결된 영국 드라마 <스푹스>를 기반으로한 영화입니다. <스푹스>는 영국의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비밀스러운 특수정보국 MI5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그린 현실 첩보 드라마라고 합니다.

비록 <스푹스>를 본 적은 없지만 [스푹스 : MI5]가 영드를 바탕으로한 첩보 영화라는 점이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할리우드의 SF영화와는 다른 <닥터 후>만의 B급 감성과 할리우드 영화 [셜록 홈즈]와는 다른 <셜록>만의 독특한 매력이 [스푹스 : MI5]에서도 묻어나지 않을까 기대한 것입니다. 무작정 때리고 부수는 할리우드 첩보영화와는 다른...

 

 

 

영드 <스푹스>와 교차되는 시점

 

[스푹스 : MI5]는 미국 CIA가 뒤쫓고 있는 1급 테러리스트 아담 카심(엘례스 가벨)이 영국의 MI5 주도로 후송되던 도중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그렇지않아도 CIA의 간섭을 받고 있는 MI5는 아담 카심의 탈주 사건으로 위기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MI5의 내부 스파이가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 대테러 부장 해리 피어스(피터 퍼스)는 자살을 위장한채 자취를 감춥니다.

드라마가 영화로 제작되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기본틀만 가져오고 배우를 싹 교체하는 것과, 드라마와 영화를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죠. 대체적으로 방영된지 시간이 오래 흐른 드라마를 영화로 부활시킬때 첫번째 방법이 선호되지만,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의 경우는 드라마의 인기를 영화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위해 두번째 방법이 사용됩니다. [스푹스 : MI5]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합니다.

[스푹스 : MI5]에서 대테러 부장 해리 피어스를 연기한 피터 퍼스는 <스푹스 시즌1>에서부터 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입니다. <스푹스>를 보신 분들에 따르면 해리 피어스의 비중은 시즌이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커진다고 하네요.  [스푹스 : MI5]에서 아담 카심에게 죽음을 당하는 MI5요원을 연기한 라라 펄버 또한 <스푹스 시즌 10>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이렇게 [스폭스 : MI5]는 피터 퍼스와 라라 펄버를 통해 <스푹스>와 연결한 후, 새로운 주인공으로 키트 해링턴을 내세우며 영화만의 매력을 만들어나갑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스케일을 영화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

 

피터 퍼스와 라라 펄버가 드라마 <스푹스>와 영화 [스푹스 : MI5]의 연결점이라면, 키트 해링턴은 [스푹스 : MI5]가 내세운 영화만의 재미입니다. 키트 해링턴은 미국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주인공 존 스노우를 연기함으로써 스타덤에 오른 배우입니다. 이를 토대로 [폼페이 : 최후의 날]의 주인공을 꿰찼지만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며 아직은 할리우드 스타로써의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배우입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는 키트 해링턴을 캐스팅했다는 것은 [스푹스 : MI5]가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스케일을 영화에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키트 해링턴은 위장 자살로 자취를 감춘 해리를 찾기위해 MI5에 고용된 전직 MI5요원 윌 할로이를 연기하며 [스푹스 : MI5]의 액션을 대부분 책임집니다.

물론 그럼에도 부족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 영화와 비교해서 저예산에 불과한 [스푹스 : MI5]가 무작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 영화를 따라가려고한다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 밖에 없죠. 결국은 앞서 제가 기대한대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 영화와는 차별화된 영국 첩보 스릴러 영화만의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야만합니다. 

 

 

 

영국 첩보 스릴러만의 새로운 재미 창출은 실패

 

[스푹스 : MI5]의 문제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쉽지만 영국 첩보 스릴러 영화만의 새로운 재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테러를 예고한 테러리스트의 위협, 조직의 위기, 누굴 믿어야 하고, 누굴 믿지 말아야할지 모르는 상황, 이 모든 것은 기존의 할리우드 첩보 스릴러 영화들이 만들어낸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 아쉽게도 [스푹스 : MI5]는 그러한 전통적인 이야기에서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액션의 부실함만 눈에 띕니다. 새로운 재미가 없으니 기존의 재미로 만족하고자하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죠. 그런데 애초에 [스푹스 : MI5]는 그러한 기존의 재미를 만족시킬만한 능력이 부족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007 시리즈], [본 시리즈]와 같은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 영화가 아니니까요.

결국 이러한 상황들은 [스푹스 : MI5]를 잔잔한 첩보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버립니다. 아담 카심이 MI5의 호송 중에 탈주하는 초반 장면도 잔잔하고, 아담 카심이 MI5의 본부를 장악하는 하이라이트 장면도 잔잔합니다. 물론 드라마 <스푹스>의 팬이라면 <스푹스>가 영화화된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팬의 입장으로는 아무래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스릴러 영화와 [스푹스 : MI5]를 비교하며 아쉬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옳은 일과 임무 중 그들이 선택하는 것

 

저는 개인적으로 [스푹스 : MI5]가 'MI5의 내부 첩자 찾기'라는 전통적인 이야기보다는 옳은 일과 임무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할지 고민하는 윌 할로이의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 피어스가 임무를 위해 동료의 희생을 감수하는 캐릭터라면 윌 할로이는 임무보다는 옳은 일에 집착하는 캐릭터입니다. 그것이 윌 할로이가 해리 피어스에 의해 해고된 이유입니다.

해리 피어스가 내부 첩자를 찾는 방식은 꽤 충격적입니다. 그는 MI5 내부첩자를 찾기 위해 MI5의 내부 정보들을 적의 손에 넘기기도 하고, 아담 카심이 이끄는 테러리스트들이 MI5 건물에 침입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윌 할로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항변해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와는 달리 윌 할로이는 임무보다는 옳은 일을 우선시합니다. MI5가 윌 할로이에게 임무를 맡긴 이유는 해리 피어스를 찾기 위해서이지만, 윌 할로이는 해리 피어스 찾기라는 임무보다는 오히려 해리 피어스를 도와 아담 카심의 테러를 막고 내부 첩자를 찾는 일에 몰두합니다. 해리 피어스와 윌 할로이. 서로 같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이 두 캐릭터의 대결을 통해 임무를 우선시하는 요원과 옳은 일을 우선시하는 요원의 대결로 영화를 진행시켰다면 어땠을까요? 영화를 보고나니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