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런던 해즈 폴른] - 스케일을 너무 과하게 키웠다.

쭈니-1 2016. 4. 20. 14:29

 

 

감독 : 바박 나자피

주연 : 제라드 버틀러, 아론 에크하트, 모건 프리먼

개봉 : 2016년 3월 10일

관람 : 2016년 4월 19일

등급 : 15세 관람가

 

 

[백악관 최후의 날]의 속편

 

2013년은 할리우드에서 유난히 백악관이 수난을 겪었던 한 해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백악관 최후의 날]과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두 영화는 모두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백악관 최후의 날]은 북한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백악관이 초토화되고 벤자민 애셔(아론 에크하트) 미국 대통령이 인질로 잡힌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 경호원인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의 원맨쇼로 결국 북한의 테러리스트는 일망타진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백악관 최후의 날]의 속편인 [런던 해즈 폴른]이 개봉했습니다. 비록 감독이 안톤 후쿠아에서 바박 나자피로 바뀌었지만 제라드 버틀러, 아론 에크하트, 모건 프리먼 등 전편의 주요 캐스팅은 [런던 해즈 폴른]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 그대로 이번엔 백악관이 아닌 영국의 수도 런던을 무대로 하며 속편답게 스케일을 키웠습니다.

솔직히 [백악관 최후의 날]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못했던 저는 [런던 해즈 폴른]을 극장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는 극장에서 보길 선호하는 편이지만 [백악관 최후의 날]의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영화적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런던 해즈 폴른]의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다운로드로 영화를 봤습니다.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벌어진 일

 

[런던 해즈 폴른]은 영국 수상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각국의 정상들이 장례식 참가를 위해 런던에 오면서 시작됩니다. 미국 대통령 벤자민 애셔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자신의 비밀 경호원 마이크 배닝과 함께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의 계략이었습니다. 런던에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각국의 정상들을 한꺼번에 암살하려는 음모였습니다.

독일 총리는 버킹엄궁에서 영국 근위병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의 총에 맞아 죽고, 캐나다 대통령은 경찰로 위장한 테러리스트가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죽고, 일본 총리는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꽉 막힌 첼시교 위에서 폭탄 터져 죽습니다. 이탈리아 총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젊은 연인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폭사하고, 프랑스 대통령은 유명한 관람차인 런던 아이가 보이는 템즈강 위의 보트에서 여유를 즐기다 죽습니다.

이렇게 각국의 정상들을 무슨 엑스트라 죽이듯이 마구 죽여버리는 [런던 해즈 폴른]. 하지만 벤자민 애셔만큼은 수십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달려들어도 뛰어난 경호원 마이크 배닝 덕분에 살아남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처형식을 인터넷 생중계하기를 원하는 테러리스트는 끝까지 벤자민 애셔를 뒤쫓고, 영국에 내부 첩자가 있음을 감지한 마이크 배닝은 [백악관 최후의 날]에 이어 나홀로 대통령 구하기에 나섭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의 단점을 고스란히 물려 받다.

 

이렇게 각국의 정상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며 [백악관 최후의 날]보다 훨씬 충격적으로 [런던 해즈 폴른]은 영화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3년전 [백악관 최후의 날]을 보면서 느꼈던 실망감을 [런던 해즈 폴른]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런던 해즈 폴른]은 [백악관 최후의 날]과 비교해서 스케일은 커졌지만, [백악관 최후의 날]의 아쉬움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더군요.

제가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영화의 현실성입니다. 물론 액션영화에서 현실성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의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장악하는 장면에서 '어쩌면 저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섬뜩함을 느껴야 했는데, [백악관 최후의 날]을 보며 저는 전혀 그러한 섬뜩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런던 해즈 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적이라면 런던 도심의 동시다발적 테러로 각국의 정상들이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며 저는 충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이후에 펼쳐지는 액션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 백악관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북한 테러리스트에게 장악당하는 장면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런던 해즈 폴른]의 런던 테러 장면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말도 안돼!!!

 

 

 

스케일을 너무 과하게 키웠다.

 

[백악관 최후의 날]을 보면서 저는 차라리 영화의 무대를 백악관이 아닌 호텔이나 타국으로 했으면 더욱 실감났었을 것이라도 아쉬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제 바람대로 [런던 해즈 폴른]은 백악관에서 런던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런던 해즈 폴른]은 [백악관 최후의 날]보다 충격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테러리스트의 타깃을 벤자민 애셔에 국한하지 않고 각국의 정상들로 확대하며 스케일을 키웠습니다. 그럼으로써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억지설정들을 끼워맞췄고, 그것이 [런던 해즈 폴른]을 [백악관 최후의 날]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영화 후반 마이크 배닝이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벤자민 애셔를 구하려 홀로 테러리스트 소굴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어느정도의 액션 쾌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다른 정상들은 엑스트라 죽이듯이 하면서도 굳이 미국 대통령만큼은 공개 처형하겠다며 시간을 낭비하는 테러리스트의 장면에서 헛웃음이 났습니다. 사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의 총격전만 보더라도 이건 미국 대통령을 납치하기 위한 작전이 아닌, 사실하기 위한 작전으로 보였는데, 갑자기 공개 처형을 하겠다며 납치로 바뀌어버리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죠.

여러모로 [런던 해즈 폴른]은 그냥 제라드 버틀러의 원맨 액션을 위한 평범한 액션영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특수효과로 런던의 주요명소를 폭파하는 것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후에 앞뒤 맞지도 않는 막무가내 액션 영화로 액션 쾌감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전부인 영화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죄가 없나?

 

영화 자체가 그저 평범한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완성도는 논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제라드 버틀러의 액션이 속 시원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되는 영화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그것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런던 테러를 주도한 바카위를 처치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사실 런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테러의 원인은 3년전 G8(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의 승인과 미국의 주도아래 펼쳐진 무기밀매상 바카위 제거 작전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무인 폭격기를 이용해서 바카위의 딸 결혼식 현장을 폭격했고, 그로인하여 바카위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에게 무기를 파는 바카위 제거가 중요했겠지만 무인 폭격기의 무차별 폭격으로 결혼식에 참가한 일반인들도 처참한 죽음을 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바카위는 런던 테러와 3년전 미국이 주도한 결혼식장 폭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테러리스트들은 G8의 정상을 죽이기 위해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참가한 수 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죽입니다. 이쯤되면 미국도 무인 폭격기에 의한 무차별 폭격을 반성할만도 한데,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서는 바카위의 은신처를 무인 폭격기로 폭격하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물론 민간인은 없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긴 했지만... 결국 미국은 죄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드러낸 것이죠. 지금 전 세계가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은 그러한 미국의 무책임 때문이 아닐까요? [런던 해즈 폴른]은 단순한 킬링 타임용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도 개운하지 못했던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