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토드 헤인즈
주연 :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개봉 : 2016년 2월 4일
관람 : 2016년 4월 15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그녀들의 명품 연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4월 13일에는 극장에서 [헌츠맨 : 윈터스 워]를 보며 샤를리즈 테른,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차스테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맘껏 만끽했습니다. 이렇게 [헌츠맨 : 윈터스 워]를 보며 여배우의 명품 연기에 매료되고나니 문득 생각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캐롤]입니다.
[캐롤]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테레즈(루니 마라)와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금지된 사랑을 담아낸 멜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동성애라는 조금은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지만 루니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 덕에 깊은 여운이 남는 명품 멜로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여우주연상에, 루니 마라는 여우조연상에 나란히 노미네이트되며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습니다. (아쉽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개봉했던 [캐롤]. 저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지만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를 극장에서 혼자 보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에 아쉽게도 놓쳤습니다. 하지만 [헌츠맨 : 윈터스 워]의 명품 여배우들의 명품 카리스마 연기 열전을 보고나니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명품 멜로 연기 감상을 더이상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사랑
[캐롤]은 앞서 언급했듯이 동성애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첫 만남에서터 서로 강한 끌림을 느낍니다. '캐롤'이 놓고간 장갑을 인연으로 개인적인 만남을 시작하게된 테레즈와 '캐롤'.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캐롤'과 이혼 소송 중인 남편 하지(카일 챈들러)는 '캐롤'과 테레즈의 동성애를 빌미로 '캐롤'의 딸에 대한 양육권을 빼앗으려 하고, 어쩔 수 없이 '캐롤'은 테레즈의 곁을 떠납니다.
솔직히 동성애 소재의 영화는 일반 관객에겐 어쩔 수 없이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성간의 사랑에 익숙한 저와 같은 일반 관객에게 남성과 남성간의 사랑, 혹은 여성과 여성간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캐롤]은 그러한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테레즈와 '캐롤'의 감정이 폭발하며 전개되는 섹스씬조차도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딸에 대한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테레즈를 떠난 '캐롤'과 '캐롤'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는 테레즈의 모습에서 아련한 여운도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가 명품 멜로 영화인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소재가 이성간의 사랑이건, 동성간의 사랑이건,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고, 슬프고, 아련했으니 그 여운이 오래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녀들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제가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에 이렇게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의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백화점 점원으로 만족하는 테레즈. 그녀는 당당한 '캐롤'의 모습이 부러웠을 것입니다. 단 한번도 거절이라는것을 해본 적이 없는 그녀. 하지만 '캐롤'과의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테레즈는 자신의 꿈에 한발자국 다가섰고, 한층 성숙해집니다.
사업을 하는 하지에 맞추느라 젊은 시절을 소모했던 '캐롤'. 그녀의 입장에서는 테레즈가 가지고 있는 젊음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부러웠을 것입니다. 남들 앞에서는 당당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어린 딸을 볼모로 삼는 하지 앞에서는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그녀. 오히려 그녀는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자신과의 사랑에 올인하는 테레즈를 통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사랑을 지키는 법을 배웁니다.
이렇게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 간의 사랑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스스로 성장해갑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 그런 의미에서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보며 저는 마음 속으로 그녀들을 응원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는 과연 명불허전
제가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에 이렇게 흠뻑 빠질 수 있었던 두번째 이유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력과 매력입니다. 물론 애초에 두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두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더군요.
솔직히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예상 가능했습니다. 그녀의 매력은 이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충분히 확인했고, [호빗 시리즈]에서 갈라드리엘을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카리스마를 지닌 당당한 매력에 이미 흠뻑 빠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루니 마라의 연기는 분명 기대이상이었습니다. 물론 그녀 역시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독특한 매력의 리스베트를 인상깊에 연기하긴 했지만, [캐롤]에서의 매력은 모든 것을 뛰어넘었습니다.
이렇게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다보니 저는 영화를 보며 어떨땐 '캐롤'이 되어 테레즈에게 사랑을 느꼈고, 어떨땐 테레즈가 되어 '캐롤'에게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이입은 제가 영화에 흠뻑 빠질 수가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테레즈를 보며 미소를 짓는 '캐롤'의 모습은 제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녀들의 사랑이 이토록 제게 여운을 남길 줄이야... 정말 [캐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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