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드레스메이커] - 위선을 해학으로 표현한 블랙코미디

쭈니-1 2016. 4. 14. 15:43

 

 

감독 : 조셀린 무어하우스

주연 : 케이트 윈슬렛, 주디 데이비스, 리암 헴스워스, 휴고 위빙

개봉 : 2016년 2월 11일

관람 : 2016년 4월 12일

등급 : 15세 관람가

 

 

우아한 복수는 어떤 것일까?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13일 수요일은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공휴일이었습니다. 하루의 휴일도 소중한 직장인으로써 이러한 임시공휴일은 정말 고맙기만합니다. 부담없는 기분으로 화요일 퇴근을 한 저는 평소같으면 수요일 출근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겠지만, 다음날이 임시공휴일인 덕분에 늦은 밤까지 여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제가 선택한 영화는 [드레스메이커]입니다. 지난 2월 11일 개봉한 [드레스메이커]는 제가 좋아하는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았고, 주디 데이비스, 리암 헴스워스, 휴고 위빙 등 명품 배우들이 출연한 오스트레일리아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소재가 독특한데, 25년전 마을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쫓겨났던 틸리(케이트 윈슬렛)가 디자이너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벌이는 복수극이 주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복수극이라하면 피비린내나는 잔인한 장면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드레스메이커]의 복수극은 조금 다릅니다. 틸리는 보수적인 시골 마음에 화려한 드레스를 통해 자신을 쫓아낸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한다고 합니다. 제가 [드레스 메이커]를 기대했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화려하고 우아한 복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25년전 사건의 진실

 

[드레스메이커]의 시작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흙먼저 풀풀 날리는 시골 마을 던가타에 도착한 틸리. 그녀의 첫 마디는 "내가 돌아왔다. 이 나쁜 놈들아!"입니다. 그녀는 정신이 반쯤 나간 어머니 몰리(주디 데이비스)가 있는 옛집에 가지만 딸을 기억하지 못하는 몰리는 오히려 틸리가 연쇄살인마라며 적대시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틸리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그렇다면 과연 틸리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사건의 발단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던가타 마을의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도지사의 외동 아들이 목뼈가 부러진채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죠. 그리고 사건 현장에는 잔뜩 겁에 질려 있는 어린 틸리만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날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목격자는 거짓 진술을 했음이 분명했고, 당사자인 틸리는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은 틸리를 범인으로 몰고 어린 그녀를 마을 밖으로 쫓아낸 것입니다.

자신를 내쫓은 마을사람들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한 틸리.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복수가 아닌 그날의 진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화려한 드레스로 마을사람들의 환심을 사며 정보를 모으고 스스로 그날의 진실을 밝히려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비로서 펼쳐지는 복수

 

어쩌면 틸리는 던가타에서 복수가 아닌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몰리는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테디(리암 헴스워스)와의 새로운 사랑도 싹텄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테디는 틸리를 위해 25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틸리의 마음의 짐을 덜어줍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틸리는 위선적인 던가타 마을사람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솔직히 저는 영화 후반부에서 펼쳐지는 틸리의 복수가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틸리가 자신이 만든 화려한 드레스를 이용해서 위선적인 던가타 마을사람들에게 우아하고 화려하게 복수를 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녀의 복수는 화려한 드레스에 의한 것도 아니고, 우아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화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틸리의 복수는 속은 후련했습니다. 겉으론 우아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비열한 수법으로 마을의 약한 자들을 괴롭혔던 던가타 마을사람들. 그들은 틸리의 복수로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던 마을을 잃게 된 것이죠. 던가타를 떠나며 "이제 쓰레기는 없겠네요."라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통쾌했습니다.

 

 

 

위선을 해학으로 표현한 블랙코미디

 

분명 [드레스메이커]는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영화였습니다. 복수극을 주요 소재로 선택했지만 틸리의 복수는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복수와는 전혀 다릅니다. 특히 그녀가 복수를 해야하는 위선적인 던가타 마을사람들의 캐릭터터를 표현하는 것부터가 재미있습니다. 위선으로 똘똘 뭉친 던가타 마을사람들은 분명 악역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짓게 됩니다.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만큼이나 [드레스메이커]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죽음도 코미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로 표현됩니다. 곱추인 마을 의사의 죽음과 도지사의 죽음은 어이가 없기까지합니다. 그 중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틸리와 사랑을 나눴던 테디와 틸리의 어머이인 몰리의 죽음인데, 틸리의 복수심을 끌어올리는 두 사람의 죽음은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고,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대신, 이 영화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집니다. 하긴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인 25년전 소년의 죽음에 얽힌 비밀부터가 어이없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결국 이 영화는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더 잘 어울립니다. 위선을 해학으로 표현한 블랙코미디. 블랙코미디의 관점으로 [드레스메이커]를 관람한다면 현대인의 위선을 던가타라는 작은 시골마을로 표현한 조셀린 무어하우스의 연출력이 감탄스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