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시모사와 신타로
주연 : 조쉬 더하멜,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이병헌, 앨리스 이브
개봉 : 2016년 3월 30일
관람 : 2016년 4월 27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영화가 벌써 프리미어에?
요즘 제 하루 일과는 oksusu에 접속하는 것으로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편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점점 oksusu에서 다운로드받아 보는 영화의 편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슬럼프, 혹은 바쁘다는 이유로 극장 나들이를 최대한 줄였더니 다운로드로 봐야하는 영화들이 요즘 넘쳐나고 있습니다.
저는 oksusu에 매월 10,890원을 결재하고 프리미어 월정액 상품을 이용하는데 현재까지는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새롭게 프리미어에 등록되는 영화 리스트를 볼때마다 "이 영화가 벌써?"라는 환호성을 지르곤 합니다. 이번주에 [미스컨덕트]와 [남과 여]가 프리미어에 등록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중 제 1순위 선택은 [미스컨덕트]입니다. 지난 3월 30일에 개봉한 영화이니 개봉한지 불과 한달도 채되지 않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미스컨덕트]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연기력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알 파치노와 안소니 홉킨스의 명연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할리우드에서의 위상이 부쩍 커진 이병헌이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쯤되면 극장에서 봐야했던 영화임에 분명하지만 슬럼프 및 바쁜 회사일을 핑계로 놓쳤습니다. 그런데 oksusu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미스컨덕트]를 보게 되네요.
명배우가 출연한다고해서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극장에서 놓친 기대작을 oksusu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볼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아쉽게도 저는 [미스컨덕트]에 전혀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만 하더라도 캐릭터에 집중하며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영화에 대한 제 집중력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인 벤(조쉬 더하멜)이 처한 위기는 너무 상투적이고, 캐릭터들의 행동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영화의 후반부는 아예 대충 마무리하고 서둘러 끝나버립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그냥 멍~ 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스릴러 영화라면 치밀한 전개가 필수인데, [미스컨덕트]는 전혀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마치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책장을 몇장씩 넘기며 듬성듬성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알 피치노와 안소니 홉킨스라는 명배우들을 캐스팅해놓고, 영화를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미국영화이지만 북미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말해 미국에서도 외면한 영화인 셈입니다. 이병헌이 할리우드 영화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것은 좋지만 앞으로는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보고 심사숙고해서 영화 출연을 결정했으면 좋겠네요.
야심만만한 변호사, 재벌기업 총수에게 싸움을 걸다.
자! 그러면 좀 더 자세히 [미스컨덕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임상실험을 속여 부작용이 있는 약을 유통한 거대 제약회사에 대한 뉴스 기사들로 시작합니다. 위기에 몰린 제약회사 회장 아서(안소니 홉킨스). 그런데 아서의 애인인 에밀리(말린 애커멘)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납치되는 사건까지 벌어집니다.
그리고 영화는 일주일 전으로 시간을 옮깁니다. 대형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 벤은 옛 애인 에밀리에게 아서의 비리를 밝힐 수 있는 내부 자료를 건네 받습니다. 에밀리의 내부자료를 통해 아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하는 벤. 로펌의 CEO 찰스(알 파치노)는 그러한 벤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벤 앞에 정체불명의 히트맨(이병헌)이 나타나 소송을 취하하라는 협박을 하고, 에밀리가 죽은 시체로 발견되며 벤은 위기에 빠집니다. 게다가 에밀리의 시체가 벤의 집에서 발견되면서 벤은 살인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까지 됩니다.
이제 벤은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합니다. 하지만 벤과 벤의 아내인 샤롯(앨리스 이브)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는 히트맨의 공격으로 도리어 목숨을 잃은 위기에 처합니다. 자! 벤은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할 것이며 진실을 밝히고 누명을 벗어낼까요? (이후 영화의 스포가 존재합니다.)
흥미진진할 수 있는 기본 설정을 가졌지만...
분명 [미스컨덕트]는 흥미진진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리혐의로 위기에 빠진 대기업 총수 아서와 대형로펌의 CEO 찰스. 이 두 거물들 틈에서 성공을 꿈꾸는 지방대 출신 변호사 벤. 여기에 양심의 가책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히트맨은 시한부를 선고받았고, 아서의 애인 에밀리는 납치 자작극을 꾸미며 아서에게 거액을 돈을 뜯어내려합니다. 그리고 벤의 아내인 샤롯도 뭔가를 감추고 있는데...
이렇게 복합적인 캐릭터들을 잘 이용하면 [미스컨덕트]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욕망으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완성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모사와 신타로 감독은 그럴만한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십년만에 갑자기 연락해온 옛 애인이 갑자기 대기업 총수의 비리를 담은 내부 문서를 주는데도 덥썩 받아 위험한 도박을 하는 벤은 그냥 성공에 눈이 먼 얼간이같고, 납치자작극을 꾸며 아서에게 거액의 돈을 챙기려는 에밀리는 그냥 골빈 미친X입니다. 납치자작극도 모자라 아서의 내부문서까지 빼돌리는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 고작 약에 취해 발을 헛디뎌 죽다니... 무슨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그 중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히트맨입니다. 그가 시한부를 선고받은 것은 알겠는데, 왜 갑자기 벤과 샤롯을 납치했는지, 벤이 손발 묶인 것을 푸는 것을 봤음에도 가만히 놔두다가 어이없게 죽음을 당하는지, 그냥 한심하기만합니다. 복합적인 캐릭터는 만들었는데 그들 캐릭터를 어떻게해야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억지 마무리한 듯한 느낌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정녕 눈뜨고 못봐줄 정도로 최악이었다.
히트맨의 어이없는 죽음에서부터 영화가 이상해지더니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최근 봤던 스릴러 영화 중에서 최악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말 눈뜨고 못봐줄 라스트를 완성해냅니다. 히트맨의 노트북을 통해 배후 인물이 찰스였음을 알게된 벤. 그는 찰스를 찾아갑니다. [미스컨덕트]는 찰스가 왜 벤을 위기에 빠뜨렸는지는 이유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배후인물이 아서가 아닌 찰스였다는 깜짝 반전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래놓고 관객에게 "어때, 놀랬지? 짜잔 반전이다."라고 자랑합니다.
그때 경찰들이 들이닥칩니다. 당연히 벤을 체포할줄 알았던 경찰은 오히려 찰스에게 총을 겨눕니다. 아주 짧은 순간 자신의 누명을 벗고, 찰스가 배후인물임을 경찰에 알린 벤. 하지만 어떻게 이 엄청난 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습니다. 역시 그냥 반전을 위한 반전에 불과합니다. (벤의 해커 친구의 존재 하나로 [미스컨덕트]는 모든 것을 퉁칩니다.)
경찰에 체포되려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찰스도 어이가 없는데, 에밀리의 죽음 현장에 샤롯이 있었다는 마지막 반전도 그냥 실웃음만 나옵니다. 웬만하면 영화를 보며 영화의 재미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가 있는 몇몇 요소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미스컨덕트]에서는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병헌의 차기작은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 7]이라고 합니다. 부디 [매그니피센트 7]은 이병헌 입장에서 출연에 의의를 두는 영화가 아니기를...
'아주짧은영화평 > 2016년 아짧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보] - 영웅도, 악당도 없는 피해자만 있는 전쟁 (0) | 2016.05.18 |
---|---|
[남과 여] - 사랑을 선택할 때 포기해야하는 것들 (0) | 2016.05.04 |
[스푹스 : MI5]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영화와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가 아쉽다. (0) | 2016.04.25 |
[오 마이 그랜파] - 내겐 이런 할아버지가 없어서 다행이다. (0) | 2016.04.25 |
[런던 해즈 폴른] - 스케일을 너무 과하게 키웠다. (0) | 201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