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주연 : 크리스 헴스워스, 제시카 차스테인, 에밀리 블런트, 샤를리즈 테론
개봉 : 2016년 4월 13일
관람 : 2016년 4월 13일
등급 : 12세 관람가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써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지난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전날인 12일,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한 이후 늦은 밤까지 느긋하게 [드레스메이커]를 볼 수 있었고, 13일 아침에는 늦잠까지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써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잊어서는 안되죠. 비록 느지막히 일어났지만 구피, 웅이와 함께 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제 주위에는 투표를 하지 않는 젊은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20대 중반인 저희 부서 여직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찍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 안할건데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런 그녀에게 저는 "투표하라고 쉬는건데, 투표안할거면 내일 출근해."라고 면박을 줬지만 오히려 그녀는 "저희 집에서는 아무도 투표 안하는데 꼭 해야하나요?"라고 되묻습니다.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 창피한줄도 모르는 그녀. 그런데 그녀의 부모님도 그런다고하니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투표를 할 때마다 항상 웅이를 데리고 갑니다. 물론 웅이는 미성년자라서 아직 투표권이 없고, 투표권이 없기에 투표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려야 하지만, 웅이에게 투표는 귀찮다고 안해도 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꼭 해야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임을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했는데 설마 웅이가 커서 "꼭 투표해야되나요?'라는 저희 부서 여직원과 같은 황당한 질문을 하지 않겠죠?
무사히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저희 가족은 다음 일정을 위해 집 근처 멀티플렉스를 향했습니다. 이 소중한 휴일을 위해 제가 [헌츠맨 : 윈터스 워]를 예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 제가 가족들에게 한 턱 쐈습니다. 일주일동안 구피와 대화도 오가지 않는 썰렁한 관계를 유지했었는데, 온 가족이 함께 투표를 하고, 외식도 하고, 영화를 보고나니 구피와의 불화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비록 외식을 위해 제 소중한 용돈이 싸그리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구피와 관계가 좋지 않아서 저 역시도 굉장히 짜증나고 피곤했거든요.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영화를 봤기 때문일까요? 저는 [헌츠맨 : 윈터스 워]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답지 않게 에릭(크리스 헴스워스)과 사라(제시카 차스테인)의 찐한 키스씬과 러브씬이 등장해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헌츠맨 : 원티스 워]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2012년에 개봉했던 전편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나갔기 때문입니다. 마치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감독이 제 영화 이야기를 본 것처럼... (물론 그럴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전편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채우다.
2012년에는 '백설공주'를 소재로한 두편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었습니다. 5월 3일에는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가 개봉했었고, 5월 30일에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우리나라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 중 원작에 더 충실했던 '백설공주' 영화는 '백설공주'의 코믹 버전을 표방한 [백설공주]였습니다. 그에 비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백설공주'를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원작과는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접목시킨 판타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특징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설공주'는 1937년 월트 디즈니에서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만큼 '백설공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시절 '백설공주'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 만큼이나 어린이들의 필수 동화였으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는 허영심 가득한 왕비와 잘 생겨지만 어리버리한 왕자를 통해 '백설공주'의 코믹 버전이라는 원작과는 전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동화가 아닌 '반지의 제왕'과 같은 분위기의 판타지로 '백설공주'를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판타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세계관인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안타깝게도 매력적인 세계관 구축에 실패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오히려 스토리가 부실한 영화라는 질책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헌츠맨 : 윈터스 워]는 영화의 시작부터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합니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왕국을 빼앗는 이블퀸(샤를리즈 테른). 그리고 이블퀸의 단 하나뿐인 혈육인 동생 아이스퀸(에밀리 블런트)의 이야기가 오프닝에 펼쳐진 것입니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의 아기를 가졌지만 이블퀸의 계략으로 사랑했던 모든 것을 잃게된 아이스퀸은 사랑을 증오하는 냉혹하고 차가운 여왕이 됩니다. 그리고 마을의 어린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와 자신의 군대인 '헌츠맨'으로 키운 것이죠. '헌츠맨' 중 최고의 전사인 에릭( 크리스 헴스워스)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과 [헌츠맨 : 원터스 워]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설공주'이야기에서 시작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과 달리 [헌츠맨 : 윈터스 워]에는 '백설공주'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판타지의 새로운 세계관 구축보다는 '백설공주' 이야기와의 연결을 위해 영화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진실된 키스로 '스노우 화이트'가 부활하는 장면들을 억지로 끼워 넣어 영화를 망친바 있습니다.
결국 [헌츠맨 : 윈터스 워]는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자유로워지며 그러한 억지 장면들을 넣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자유로워지니 [헌츠맨 : 윈터스 워]만의 세계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제가 앞서 언급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 아쉬었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운 [헌츠맨 : 윈터스 워]만의 장점입니다.
[겨울왕국]의 그림자를 지우지는 못했지만...
'백설공주'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오히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자유로워진 [헌츠맨 : 윈터스 워]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빌런이었던 이블퀸은 잠시 잊고 아이스퀸이라는 새로운 빌런을 내세웁니다. 사실 아이스퀸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이블퀸이 그러했듯이 처음부터 악역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사랑의 상처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랑을 증오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악역이 된 것이죠.
[헌츠맨 : 윈터스 워]는 그러한 아이스퀸의 캐릭터를 잡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하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도 이블퀸에 대한 캐릭터 완성도가 꽤 높았음을 감안한다면 [헌츠맨 : 윈터스 워]는 전편의 단점을 채우고, 장점은 취하는 굉장히 똑똑한 전략을 선택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스퀸은 [헌츠맨 : 윈터스 워]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 어디에선가 많이 본 듯한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차가운 얼음이 여왕이라고 한다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꽤 많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나니아를 지배하는 하얀마녀(틸다 스윈튼)에서부터 안데르센 동화인 '눈의 여왕'까지... 특히 지난 2014년에는 '눈의 여왕'을 각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전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탓에 [헌츠맨 : 윈터스 워]는 '백설공주'에다가 '눈의 여왕'을 합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는 아이스퀸이 [겨울왕국]의 엘사인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분명 [헌츠맨 : 윈터스 워]가 만들어낸 세계관은 전편과 비교해서 매력적이지만, 아이스퀸이 가지고 있는 다른 동화, 영화 속 캐릭터와의 유사성 때문에 독창적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도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사랑의 상처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랑을 증오하는 아이스퀸과 어릴적부터 아이스퀸의 군대 '헌츠맨'으로 키워졌지만 운명적으로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에릭과 사라(제시카 차스테인)의 대립은 헌츠맨 : 윈터스 워]의 전체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줬고, 치유할 수 없었던 사랑의 상처 때문에 차디찬 얼음의 여왕이 된 아이스퀸의 모습도 충분히 공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화 후반에 이블퀸이 부활하면서 아이스퀸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블퀸을 대표하는 황금색과 검정색이 아이스퀸의 하얀색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해줬기 때문입니다. 영화 후반부 아이스퀸의 얼음 궁전에서 벌어지는 이블퀸과의 전투 장면은 이러한 색체감 덕분에 더우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3부작의 마지막을 보고싶다.
솔직히 저는 [헌츠맨 : 윈터스 워]가 제작될줄 몰랐습니다. 원래부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3부작으로 기획이 되었지만, 영화의 미지근한 흥행 성적과 영화에 대한 혹평,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감독인 루퍼트 샌더스와 주연배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불륜 스캔들까지 터지며 손가락질을 받았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감독을 루퍼트 샌더스에서 신예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으로 교체하고, 타이틀롤인 '스노우 화이트'를 의도적으로 배제한채 이블퀸과 '헌츠맨'만으로 프리퀼을 만들어내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물론 아직 이 영화가 북미 개봉을 하지 않은 관계로 흥행성적이 어떨런지 알 수가 없지만, 잘만하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3부작의 마지막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를리즈 테른과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제시카 차스테인으로 이어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명품 여배우 3인방을 하나의 영화에서 만난 것도 좋았고, '백설공주' 이야기가 '눈의 여왕'과 만나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비록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도, 그리고 [헌츠맨 : 윈터스 워]도 국내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는 만족스러웠으니 이 영화가 북미에서 흥행에 성공해서 3부작의 마지막을 완성하길 기대해봐야 겠습니다.
'백설공주'만의 새로운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백설공주'의 이야기에 이렇게 '눈의 여왕'의 이야기를 살짝 접목시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낸 것도 나는 좋았다.
'영화이야기 > 2016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탈자] - 스릴러적 완성도는 낮지만, 멜로적 여운은 깊다. (0) | 2016.04.28 |
---|---|
[해어화] - 유행곡 가사같아서 더욱 애틋했다. (0) | 2016.04.26 |
[33] - 그들이 69일을 버틸 수 있었던 힘 (0) | 2016.04.12 |
[클로버필드 10번지] - [클로버필드]보다 친절해서 좋았다. (0) | 2016.04.08 |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 그들의 대결보다, 그들의 시작이 더 좋았다.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