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6년 영화이야기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 그들의 대결보다, 그들의 시작이 더 좋았다.

쭈니-1 2016. 3. 30. 08:48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헨리 카빌, 벤 애플렉, 에이미 아담스, 제시 아이젠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갤 가돗

개봉 : 2016년 3월 24일

관람 : 2016년 3월 27일

등급 : 12세 관람가

 

 

그들은 왜 싸울 수 밖에 없었나?

 

2016년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정의로운 슈퍼히어로가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는 악당을 물리치는 단순한 스토리로 진행되었지만, 2016년에 개봉될 두편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슈퍼히어로끼리의 전쟁이라는 색다른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 포문은 DC가 열었습니다. '슈퍼맨'과 '배트맨'을 앞세워 슈퍼히어로의 인지도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DC. 하지만 영화에서는 후발주자인 마블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랬던 DC가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가 바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DC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인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이 끝난 후에는 DC의 슈퍼히어로들이 한데 뭉치는 '저스티스 리그'가 영화의 부제처럼 새롭게 시작될 것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개봉하고 한달 뒤에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개봉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캡틴 아메리카'의 세번째 솔로영화이지만 [어벤져스] 부럽지 않게 마블의 다양한 영웅들이 한꺼번에 출연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내용은 슈퍼히어로의 분열이라고 합니다.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사이에 두고 찬성파인 '아이언맨'과 반대파인 '캡틴 아메리카'가 한판 대결을 펼친다고하니 규모면에서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못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린시절 '태권 V와 '마징가 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펼쳤던 추억이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이런 슈퍼히어로의 대결을 소재로한 영화 개봉이 반갑기만합니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고나니 '누가 이길까?'라는 결과보다는 '어쩌다 서로 싸우게 된 것일까?'라는 과정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사실 마블 코믹스 <시빌 워> 세트를 몇번이나 읽었기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어쩌다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싸우게 되었는지는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빌 워'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영화는 코믹스와 비교해서 조금 다르게 표현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슈퍼히어로 등록제라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말 그럴지는 4월 28일 영화가 개봉된 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 영화 역시 원작 코믹스가 존재하지만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도대체 왜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야 했는지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관람하는데 있어서 영화의 포인트를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 이유에 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분명 2시간 30분동안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아쉽게도 환호성을 지를만큼 만족하지는 못했습니다.

 

 

'슈퍼맨'은 이방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이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슈퍼맨'의 특이한 상황을 이해해야합니다. '슈퍼맨'은 지구인이 아닌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입니다. 다시말해 이방인이죠. 게다가 '슈퍼맨'은 인간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무지막지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본다면 '슈퍼맨'은 경이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슈퍼맨'을 이기려면 단 한가지가 필요합니다. 바로 크롭토나이트인데, '슈퍼맨'의 영원한 숙적인 렉스 루터(제사 아이젠버그)는 언제나 크롭토나이트로 '슈퍼맨'을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크롭토나이트는 지구의 광물이 아닌 크립톤 행성의 광물입니다. 결국 지구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든 '슈퍼맨'을 이길 수가 없는 셈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들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을 숭배했습니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신은 인간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인간을 멸망시킬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슈퍼맨'을 두려워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 누구도 '슈퍼맨'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만약 '슈퍼맨'이 인간을 멸망시키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과연 우리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2006년 DC는 [엑스맨]의 천재감독 브라이언 싱어에게 '슈퍼맨' 영화를 의뢰했습니다.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이 [수퍼맨 리턴즈]입니다. 비록 [수퍼맨 리턴즈]는 DC의 기대대로 '슈퍼맨'을 완벽하게 부활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자신만의 성스러운 의식을 [수퍼맨 리턴즈]로 행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방인 '슈퍼맨'(브랜든 라우스)을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수퍼맨 리턴즈]는 '슈퍼맨'과 로이스(케이트 보스워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통해 '슈퍼맨'을 이방인이 아닌 진정한 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수퍼맨 리턴즈]는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슈퍼맨'은 2013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을 통해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슈퍼맨'은 다시 이방인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슈퍼맨'을 없애기 위해 지구에 온 조드(마이클 섀넌) 장군과 그의 부하들 때문에 미국은 최악의 재난을 맞이하고, '슈퍼맨'이 조드 장군을 물리쳤지만, 이미 수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난 후였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만약 '슈퍼맨'이 지구에 없었다면, 그랬다면 조드 장군은 지구를 침략하지 않았을 것이며, 조드 장군에 의한 최악의 재난도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슈퍼맨'이 조드 장군을 물리쳤지만 이 모든 재앙은 '슈퍼맨'에게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슈퍼맨'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슈퍼맨'의 초능력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왜 '배트맨'은 '슈퍼맨'을 적이라고 생각했나?

 

이방인 문제는 '슈퍼맨'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킬레스건입니다. '슈퍼맨'이 아무리 "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지구가 고향이다."라고 외쳐도 인간을 뛰어넘는 그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그는 여전히 경이롭지만 두려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맨 오브 스킬]에서 이어지는 '슈퍼맨'의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습니다.

문제는 '배트맨'입니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을 통해 '슈퍼맨'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트맨'. 하지만 '슈퍼맨'이 [맨 오브 스틸]에서부터 캐릭터가 이어진 것에 반에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3부작]과는 별도의 '배트맨'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배트맨'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배트맨'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배트맨'의 과거는 이전 '배트맨' 영화를 통해 충분히 알고 있는 부분이라 큰 문제가 없지만, 그가 왜 '슈퍼맨'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관객을 설득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맨 오브 스틸]에서 조드 장군의 지구 침략으로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직원들을 잃은 '배트맨'. 그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슈퍼맨'이 지구에 있기 때문에 조드 장군이 침략을 했고, 그로인하여 자신의 직원들이 죽음을 당했다며 '슈퍼맨'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를테면 렉스 루터와 같은...)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아무런 댓가도 없는 슈퍼히어로 활동을 하는 '배트맨'이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됩니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이 언젠가는 나쁜 마음을 품을 수도 있으니 그러기 전에 처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이건 마치 아무 죄없는 사람을 보며 커서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니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감옥에 처넣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배트맨'은 '슈퍼맨'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슈퍼맨'에게 덤벼드는지 제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슈퍼맨'에 비해 '배트맨'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으니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슈퍼맨'을 응원하게 됩니다. 게다가 '배트맨'은 죽자 살자 '슈퍼맨'에게 달려들다가 '슈퍼맨'의 인간 어머니 마사(다이안 레인)가 어린시절 죽은 어머니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금방 '슈퍼맨'과 화해합니다. 이 무슨 중2병에 걸린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실망스럽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기대된다.

 

만약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그저 단순하게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을 다룬 영화였다면 저는 이 영화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저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처음엔 싸우다가 결국 서로 손을 잡고 공동의 적 '둠스데이'와 맞서 싸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말이 예측 가능하기에 그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과정이 납득되지 않으니 영화 자체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행히도 단순하게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을 다룬 영화만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DC의 슈퍼히어로 집단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전초전입니다. 이를 위해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영화 곳곳에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떡밥을 투여합니다. 그 떡밥 중에서는 '원더우먼'(갤 가돗)처럼 아예 대놓고 영화의 재미를 복돋아주기도 하지만,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처럼 감질맛나게 잠깐만 공개하는 것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도 영화 후반부 '원더우먼'이 '짠'하고 등장하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어린시절 '원더우먼' 만화와 드라마를 즐겨봤던 제 입장에서는 여성 슈퍼히어로 중에서 대표급인 '원더우먼'의 등장은 가슴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입니다. DC의 라이벌인 마블이 아직 여성 슈퍼히어로 솔로영화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원더우먼'의 솔로영화는 마블을 향한 DC의 진정한 반격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은 2017년에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하니 기대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배트맨'이 걱정됩니다. 현재 발표된 DC의 라인업을 보면 2017년 '원더우먼'의 솔로영화와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이 개봉되고, 2018년에는 '플래시'와 아쿠아맨'이, 2019년에는 [저스티스 리그 파트 2]가 개봉된다고 합니다.

이 라인업대로라면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잠시 맛뵈기로 출연한 '원더우먼'이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이 개봉되기 전에 먼저 캐릭터를 확정지을 것입니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의 주요 주인공은 '슈퍼맨',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이 될 것이며, '플래시'와 '아쿠아맨'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원더우먼'이 그랬듯이 맛뵈기 출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후, '플래시'와 '아쿠아맨'의 캐릭터를 확정짓고 [저스티스 리그 파트 2]로 넘어가는 것이 DC의 계획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배트맨'은요? 그렇지않아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이해안되는 행동으로 저를 실망시켰는데 [저스티스 리그 파트 2]가 개봉될때까지 솔로영화조차 없다니... DC 슈퍼 히어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슈퍼맨'이 아닌 '배트맨'인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부터 이어지는 DC의 당찬 반격을 기다려봅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주객이 전도되었다.'라고 한다.

이 말은 주인과 손님의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주제인 '배트맨 대 슈퍼맨'의 대결보다는

부제인 '저스티스의 시작'이 훨씬 만족스러웠던 그런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