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 - 너를 보고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쭈니-1 2009. 12. 8. 19:04

 



감독 : 미야자키 고로
더빙 : 스가와라 분타, 오카다 준이치, 테시마 아오이
개봉 : 2006년 8월 10일
관람 : 2006년 8월 10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블럭버스터의 계절이라는 여름 시즌엔 제가 블럭버스터를 섭렵하는 것외에도 꼭 챙겨보는 장르의 영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포 영화와 애니메이션입니다.
여름을 겨냥한 공포 영화는 2000년 여름에 봤던 [가위]이후 제겐 여름 시즌 필수 장르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도 [하우스 오브 왁스], [아미티빌 호러], [분홍신]을 챙겨보았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공포 영화가 (그냥 싫은 것이 아닌)끔찍히도 싫어지는 바람에 올해는 그 수많은 공포 영화들을 그저 흘러보내고 말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시 매해 꼬박꼬박 챙겨봅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엔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애니메이션이 한꺼번에 개봉하여 절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만듭니다. 작년 여름엔 [마다가스카]를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인 [아이스 에이지 2], [와일드]에서부터 시작하여 [헷지], [카], 그리고 우리 애니메이션인 [아치와 씨팍]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지만 왠지 저와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이스 에이지 2]의 경우는 웅이와 함께 극장에 갔었는데 영화 중간 웅이가 집에가자고 칭얼대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관람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답니다.)
결국 이렇게 올 여름엔 유난히도 저와 인연이 닿지 않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징크스를 결국 깨고 말았습니다. 이번주에 개봉한 [몬스터 하우스]와 [게드전기] 중 한편은 꼭 극장에서 보겠다는 굳은 결심끝에 드디어 [게드전기]를 보고 말았던 겁니다.



 

 

 


[게드전기]는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입니다. 제가 주로 디즈니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 역시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입니다. 어렸을때 완전 푹빠져버렸던 TV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에서부터 시작하여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를 거쳐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지브리의 왠만한 애니메이션은 모두 섭렵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재미있게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인줄 알고 봤던 [고양이의 보은]이 지금까지 봐온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을 상기한다면 [게드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제겐 위험요소가 다분했습니다.
하지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비디오나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극장 화면으로 보는 첫번째 영화이니만큼([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극장에서 보려고 그렇게 몸부림쳤지만 결국 못보고 말았었습니다.) 기대요소가 더 컸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조차 매력적이었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 커다란 극장 화면으로는 얼마나 매력적일것인가? 영화를 보기전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했습니다.
과연 [게드전기]는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였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조차 결코 흉내낼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빛나는 경관을 표현해낸 색채에서부터 가슴속 깊숙히 파고드는 음악의 선율, 그리고 어려운듯, 철학적인듯 보이지만 결국 세상의 가장 당연한 진리를 담아낸 주제까지. [게드전기]는 충분히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아름다운 색체와 음악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언급을 하진 않겠습니다. 그것은 글로써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같은 화려한 기술력은 없지만(그런 기술력을 원한다면 [몬스터 하우스]를 보는 편이...) 어렸을적 동네 친구들과 함께 맘껏 뛰어놀다 [미래소년 코난]이 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두 눈을 반짝 거리며 TV앞에 바싹 붙어앉았던 그 시절의 정겨운 캐릭터와 배경이 절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어린 관객을 위한 속이 뻔히 보이는 교훈이 아닌 어른 관객을 위한 철학적인 주제까지... 물론 그런 이 영화의 주제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알려진 어슐러 K 르 귄의 원작 소설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지브리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수많은 애니메이션들과 연결되어 [게드전기]를 보는 동안 마치 하나의 거대한 지브리라는 환상의 세계에 발을 딛는듯한 묘한 경험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브르 애니메이션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화려한 기술력과 유쾌한 재미를 안겨주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어렸을적 기억을 회상하게 되면서도 어른이 된 제 또래의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며 한번쯤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요즘 사실 무척 힘이 듭니다. 회사일도 힘이 들고, 무럭무럭 커가는 웅이를 보며 내가 과연 잘 키울 수 있을지도 겁이 나고,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하는 구피에게도 미안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지겨운 하루가 시작되겠군'이라고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게 되고, 하루에도 몇번씩 불행을 느끼고, 회사를 관두고 싶은 마음이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넘치지만 차마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가슴속 깊숙히 삭혀 버려야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렸을때 TV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들을 보며 제 멋대로 상상했던 것처럼 그리 멋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이 영화는 말합니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내가 불안해하는 그 순간 행복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린다고... 그저 편안하게 내 안의 행복을 찾으라고...
죽음에 대해서, 고통에 대해서, 불안해하던 아렌이 테루에게 진실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원한 생명도, 무한한 힘도, 불안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저 역시도 귀여운 아들이 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며, 지긋지긋하긴 하지만 생활의 안정을 주는 직장이 있고, 나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주는 영화가 있는한, 제가 불행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모두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나은 삶에 대해서 대해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하는 순간 나은 삶으로의 전진은 행복을 위한 전진이 아닌 단지 불행을 가중시키는 전진에 불과한 것입니다.
[게드전기]는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자체로써 우린 행복하다고. 아렌과 거대한 용의 조우를 보며 그러한 멋진 장면을 보고 있는 그 순간 그 자체로 저는 행복했습니다. [게드전기]는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전 영원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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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준
꼭 영화관에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6/08/15   
쭈니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그럴만한 가치가 분명 있습니다. ^^  2006/08/15   
영원..
'괴물'을 마지막으로 영화관 그만 가겠다고 선언해버린 제가 후회스럽습니다...;;  2006/08/15   
쭈니 이제 곧 직장인인 저보다 더 맘껏 영화를 볼 수 있으실텐데... 너무 조바심내지 마세요.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내년에도 계속될테니... ^^  2006/08/15   
민우
게드전기...포기하고 몰스터하우스봤는데..쭈니님말씀들으니까이것도 볼필요가있다. 아니. 꼭 봐야한다^^  2006/08/15   
쭈니 [몬스터 하우스]는 어떠셨는지... 사실 무지 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2006/08/15   
june
고양이의 보은이 실망스러웠다니;;  2006/08/16   
쭈니 네 실망스러웠습니다. 투박한 그림과 70여분의 러닝타임... 지브리의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한다면 제겐 실망스러운 영화였답니다.  2006/08/16   
k군
-_-;;전 고양이의 보은 재미있게 본;
 2006/08/17   
쭈니 제가 너무 지브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인지도... ^^  2006/08/17   
ssook
아아....봐야만 했던걸까요??
왠지 이 애니만큼은 보기가 꺼려지던데...[하울~]까지는 열심히 봐왔었으나..이건 왜 손이 안갔을까요??
[각설탕]하고 같은날 개봉했는데......걍 외면해버리고 말았는데..
역시 봐야 했던건가...후회하고 있어요....ㅡㅡ;;
 2006/08/18   
쭈니 이 세상엔 꼭 봐야만 하는 영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이 가는 영화를 보면 될듯...
너무 후회하지 마세요. ^^
 2006/08/18   
june
계속 태클 비슷하게 되네요ㅠ
지브리 작품치곤 약간 투박하고 내용도 약하긴 하지만요..
감독이 다르잖습니까..
나름 정말 괜찮든데;;
다시 한번 보세요!
 2006/08/18   
쭈니 감독이 다르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 글에서도 그렇기때문에 지브리 + 하야오의 영화가 아니면 불안하다고 언급한것이고요.
그렇다고 [고양이의 보은]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고(아짧평에 있습니다.) 하야오의 영화와 비교해서 실망스러웠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볼 생각은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새로운 영화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이유도 있지만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다시 봐야한다면 그런 영화가 한두편이 아닐듯...
절대 june님의 코멘트에 대한 태클은 아니니 이해해주시길... ^^
 2006/08/19   
원반
흐헉.. 여러사람들이 하울과 비교해서 그런지..
요번 만화영화는 재미없다고들 하시던데..
쭈니님의 글을 보니깐.. 어서 달려가 영화를 봐야겠다고 느껴지는...
흠.. 빨리빨리 보구 싶어지네요 ㅠ-
 2006/08/19   
쭈니 제가 보기엔 하울과 비교해서도 그리 작품성이 떨어지지않는듯. 단지 센과 치히로보다는 영화적인 재미면은 약간 떨어지는 듯. 센과 치히로는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  2006/08/20   
히히
마야자키 하야오작품다봤는데!! 게드전기도 엄청기대하고 있었는데 네이버평 완전안좋더라구요 ㅎㅎㅎ
그래도 꼭 봐야지!!!!
 2006/08/29   
쭈니 그러게요. 평이 상당히 안좋더군요.
하긴 [센과 치히로...], [하울...]에 비해서 영화는 좀 어렵고 지루하긴 합니다. ^^
 2006/08/29   
리듬이
전 지브리 애니중에 '바다가들린다' 이것두 재밌게 봤어요 ㅎ  2006/09/10   
쭈니 아직 못본 영화네요.
방금 영화사이트에서 살펴봤는데 그림이 너무 예쁜 애니같았습니다.
상당히 끌리는... ^^
 2006/09/11   
leed
겁나게 재미가 없던데...;;;;
왜케 재미없게 느껴진걸까요?????;;;;
 2006/12/28   
쭈니 아마 너무 사색적인 애니였기 때문일겁니다. ^^  2006/12/30   
보영성은
아. 이거 너무 보고싶은영화예요 ! ㅋㅋㅋㅋㅋ  2007/01/25   
쭈니 꼭 한번 보시길... 보영성은님이라면 재미있어할지도 모를것 같다는 생각이...  200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