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6년 영화이야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그들도 행복했는데...

쭈니-1 2009. 12. 8. 19:06

 



감독 : 송해성
주연 : 이나영, 강동원
개봉 : 2006년 9월 14일
관람 : 2006년 9월 17일
등급 : 15세 이상

마감일을 넘기고...

매월 20일이 되면 저는 바싹 긴장하게 됩니다. 이유는 매월 20일이 바로 한국마케팅연구원의 월간지인 '마케팅'에 제 영화 이야기를 보내는 마감일이기 때문입니다. TV나 영화에서 봤던 기자나 작가들의 마감일에 대한 압박감에 비할수는 없겠지만 제 인생 처음으로 가져본 제 영화 이야기에 대한 마감일은 은근히 절 압박하며 '이번달은 어떤 영화 이야기를 보내지?'라는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그래도 처음엔 한달에 한편의 영화 이야기만 보내면 되어서 그 압박감이 덜했지만, 몇달전부터 한달에 2편으로 양을 늘리며(당연히 원고료도 두배로 늘었답니다. ^^;) 압박감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달에 한편의 영화보기도 힘든 요즘은 더욱 심하답니다.
9월들어 고작 [일본침몰] 한편밖에 보지 못했던 저는 구피를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 한달에 두편의 영화를 봐야지만 '마케팅'에 보낼 글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구피도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인지 피곤에 찌들은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기를 쉽게 허락하더군요. 그렇게해서 본 영화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글을 쓸 시간이 문제였답니다. 어느덧 20일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영화 이야기를 시작조차 못했던 저는 결국 마감일을 한참 넘긴 24일에야 글을 쓰고 있네요. 다행히 '마케팅'의 담당자가 제 친구이니만큼 이해를 해주겠지만 짤리지 않으려면 다음달부터는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들이 만났다.

제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를 선택한데에는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이름이 가장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외에 감히 관객들에게 게임을 걸어왔던 우리 스릴러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도 꽤 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스타 파워에는 못미쳤죠.
이나영은 제 영화 이야기를 꾸준히 읽으신 분이라면 잘 아실테지만 현존하는 우리나라 여배우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입니다.(예전엔 이은주였지만... 이제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TV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부터 '어라 이 배우 얼굴만 이쁜 배우가 아니었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더니만 [후아유]에서 완전 절 매료시켜 버렸었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도 그렇고, 영화 [후아유]도 그렇고, 그녀의 매력은 곱게 자란듯 예쁘장한 얼굴에서 품어져 나오는 알수없는 고독감과 반항심입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상처를 꼭꼭 숨겨둔채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랑에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불안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다부진 용기가 너무 아름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어완전정복]과 [아는 여자]에서는 그 고독감에 톡톡튀는 매력까지 덧붙여 관객들을 웃기기도 했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다시 과거의 이미지로 되돌아 왔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의 문유정이라는 캐릭터는 정확하게 이나영을 위해 맞춰진 옷과도 같았습니다. 문유정은 남부러울것 없는 부유한 집에서 자랐지만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의 상처를 내면 깊숙히 감춰둔채 자살이라는 충동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자신의 고독감을 항변합니다. 영화의 초반엔 그녀의 세상에 대한, 가족에 대한 반항심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사형수인 정윤수(강동원)을 만나 깊숙히 숨겨두었던 상처를 꺼내드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그녀의 상처가, 그리고 그 상처를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미움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강동원도 의외로 잘 어울리더군요. [형사]에서도 느꼈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는 상처받은 캐릭터를 연기하는데에 안성맞춤인듯 합니다. 어쩜 남자의 눈빛이 저렇게도 슬플수가 있는 것인지...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이 영화는 이처럼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스타급 연기자들을 정면으로 내세우고 관객들에게 울 준비를 하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루성 멜로가 단지 이나영과 강동원에 의한 것이었다면 영화에 의한 눈물 역시 한번 울고 잊어버릴 일회성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파이란]에서 3류 인생들의 진정성이 넘치는 멜로를 선보였던 송해성 감독은 공지영의 원작 소설을 진정한 최루성 멜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문유정과 정윤수라는 캐릭터를 쉽게 관객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돈걱정 없이 부유하게 자란 문유정은 왜 이유없는 자살을 하는 것인지, 죄없는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죽인 정윤수가 강동원이라는 배우에 의해 슬픈 멜로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것은 옳은 일인지... 송해성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문유정과 정윤수가 서로에게 아주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듯이 이 영화 역시 관객들에게 그들의 사정을 아주 천천히 열어보여 줍니다.
송해성 감독은 사실 [파이란]에서도 그랬습니다. 영화내내 이강재(최민식)라는 캐릭터가 너무나도 한심해서 상대적으로 파이란(장백지)가 너무나도 불쌍하게 생각되었지만 영화의 마지막 이강재의 오열 장면 하나만으로도 저는 이강재의 아픔을 마음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준 사람의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때의 그 회한이 섞인 눈물. 송해성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관객들이 이강재를 사랑하고 불쌍하게 생각하게끔 만듭으로써 진정한 눈물을 이끌어냈던 겁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그러합니다. 이유없는 반항아처럼 보였던 문유정의 상처와 무자비한 살인마처럼 보여줬던 정윤수의 안타까운 사정은 아무리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그들의 핑계가 관객의 눈물을 쏟아내게 할만큼 아팠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들의 핑계를 열어보여준 송해성 감독의 연출력이 [파이란]에 이은 또다른 최루성 멜로의 진수를 완성한 셈입니다.


 

 

  
그들도 행복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눈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눈물뒤에 남겨진 행복이 있기에 이 영화는 진정한 최루성 멜로의 진수가 되는 셈입니다.
문유정의 상처는 분명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을 겁니다. 특히 어머니의 묵인은 그의 상처를 더욱더 덧나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던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이 세상 그 누구에게 받는 상처보다도 아프다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 어린 시절에 깨달은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윤수를 만나 자신보다 더 아픈 상처를 떠안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단지 무자비한 살인마인줄 알았던 그에게서 자기 자신이 느꼈던 상처보다도 더욱 감내하기 어려운 그의 상처를 듣고야 말았던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감춰놓고 있어서 이젠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상처는 문유정의 입을 떠나는 그 순간 거짓말처럼 조금씩 치유됩니다. 문유정이 병석의 어머니를 찾아가 지금까지의 미움을 털어버리고 용서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중 하나입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할겁니다. 비록 사랑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았기에 이제 그녀는 행복할겁니다.
정윤수는 분명 살인마입니다. 돈을 위해 아무 죄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그는 사회로부터 격리당하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은 인간 쓰레기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런 인간 쓰레기가 되기까지 사회는 그를 벼랑끝까지 밀어넣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동생마저 잃은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쓰레기가 되어 폐기 처분당할 운명에 처합니다. 그는 가난을 원망했으며 자신을 외면하기만 했던 사회를 증오했을 겁니다.
하지만 문유정을 만난 그는 깨닫습니다. 부자도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그의 불행이 가난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문유정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는 비록 사형에 처해지지만 그의 인생에는 없을것만 같았던 행복을 짧게나마 느꼈기에 마지막 그 순간 원망과 증오보다는 더 살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갔을 겁니다. 그래서 그 역시 행복했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나오는 순간 그들의 슬픔이, 아픔이, 내 눈의 눈물이 되어 한바탕 쏟아져 내리고 그 뒤엔 아련한 행복감이 남았습니다. 그들도 행복했는데, 그들보다 상처도, 미움도, 증오도 없는 저는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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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휴 우행시 정말 보고싶었지만 시간이 안맞아서...
지금저는 성룡의 BB프로젝트,이준익감독의 라디오스타, 장쯔이의 야연 기대중 추석엔 영화 3편정도????? ㅎㅎ
쭈니님 많이 보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2006/09/26   
쭈니 저도 BB프로젝트와 야연은 기대중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라디오 스타는 아직...
영화를 많이 보고 싶은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네요. ^^;
 2006/09/26   
바카
이 영화 은근히 다시 보고 싶은 느낌이 드네요. 제가 그 때 몰입을 잘 못해서....^^;; 두뇌유희 프로젝은 개인적으로 별로였답니다.  2006/09/27   
영원..
큽. 주위에서 이렇게 말이 많은데.. 끌리지 않으니.. (-_-);;
언제쯤 멜로를 찾아가서 보는 '수준'이 되려는지..
 2006/09/27   
쭈니 퍼즐... 그래도 한국형 스릴러가 목마른 제겐 상당히 끌리는 영화라는... ^^
영원님도 애인생기면 멜로 찾아가서 보실겁니다.(아니... 벌써 있으시려나??? ^^)
 2006/09/29   
k군
멜로.......ㅡ.-  2006/10/05   
쭈니 K군님도 멜로는 별로?? ^^;  2006/10/05   
우행시
정말 재밌게 봤어요 .. 오늘 보고왔는대 진한 감동을 느꼇습니다  2006/10/05   
쭈니 추석연휴기간동안 롱런할 기세이더군요.
역시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준다는...
 2006/10/05   
k군
멜로는 그다지 llloTL  2006/10/05   
쭈니 사실 저도 멜로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나영 나오는 영화라면... ^^  2006/10/07   
지니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
음..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많은 기준들이 있잖아요..
감독이나 배우나 내용이나 입소문이나..............
저는 이 영화 원작때문에 본 영화였답니다.. ^^
배우들은 잘 모르겠구요..^^;; 송해성 감독님도 [파이란]에서 너무 좋았구요..
늘 그렇듯 원작의 감동에는 못 미쳤지만 또 나름의 맛이 있더라구요.. ^^
전 두번 봤는데 두번째 볼 때는 여중생들 사이에서 웃으면서 봤답니다..ㅡ_ㅡ;
강동원 나올 때 마다 들리는 "귀엽다.." "멋있다.." "꺄~ 어떡해.."
.. ^^;;
그러다 나중엔 아예 대놓고 통곡을 하더이다.. ^^;

여유가 되신다면 [라디오스타]도 추천합니다^^
저도 [라디오 스타] 별로였거든요.. 내용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그닥 끌리지 않았는데.. 주위에 괜찮다는 말도 들리고 이준익 감독님 영화라 그냥 봤는데.. 괜찮더라구요^^
영화를 보신다면 이해가실지 모르겠지만 [라디오 스타]의 진정한 스타는.. 노브레인이였습니다.. ㅎㅎ
 2006/10/10   
지니 아.. 무심코 스틸컷을 보다가 마지막 사진...
나영언니가 귀신으로 보였답니다..... ^^;;
마지막 사진만 있으면 공포나 스릴러로 보일 꺼예요~ ^^;;
압.. 쭈니님 나영언니 좋아하신댔는데.. ^^;
 2006/10/10   
쭈니 푸하하하~ 귀신이라...
하긴 어찌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전 유리에 비친 이나영의 슬픈 모습으로 느껴지는데... ^^
[라디오 스타]라...
솔직히 요즘 보고 싶은 영화들이 넘쳐나는 바람에 [라디오 스타]는 나중에 비디오로나 봐야할것 같습니다.
 2006/10/10   
ssook
강동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지라, 공지영도 싫어하는 작가중에 한명이라 망설였지만... 이나영을 보고 망설임을 접었습니다........ㅎㅎ
기대를 배반안하는 배우에요..... 하지만 최루성 멜로라는데는 별로...
주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넘치던데.ㅡㅡ;;
저와 제 친구는 무덤덤하니 나왔어요.........(나오면서 감정이 메마른건 아닐까 심사숙고하게 만든 영화였어요...)
그냥 예쁜영화 한편 봤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딱 좋았어요...
그리고 [라디오스타]....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그런 영화였는데...저한테는 말이죠..
시종일관 유쾌했어요..끝이 좀 신파적이어서 아쉬웠지만..그것 마저도 재밌었어요.....
 2006/10/11   
쭈니 이나영... 정말 대단한 배우죠. ^^
요즘 [라디오 스타]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네요.
그렇지않아도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은데 자꾸 [라디오 스타]에도 끌리니... 대략 난감입니다. ^^;
 200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