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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657] - 우린 범죄자를 어떤 기준으로 용서해줘야 하는가?

쭈니-1 2016. 3. 9. 13:56

 

 

감독 : 스콧 만

주연 : 제프리 딘 모건, 데이브 바티스타, 로버트 드 니로

개봉 : 2016년 1월 14일

관람 : 2016년 3월 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젠 다작 배우가 된 로버트 드 니로

 

oksusu 영화 매니아 만기를 하루 앞두고 저희 가족은 [조선마술사]를 하지만 [조선마술사] 한편으로 만족할 수는 없죠. 일단 저는 웅이를 재우고 늦은 밤에 거실로 나와 [버스 657]를 플레이 시켰습니다. [버스 657]은 지난 1월 14일 개봉한 영화로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로 스타덤에 오른 제프리 딘 모건의 주연을 맡은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15년 11월에 24개의 극장에서 제한 상영을 한 것이 전부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개봉했는지 모르게 조용히 사라진 영화입니다. 그래도 한때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명성을 드높였던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 하창 시절 [대부 2]를 본 후 로버트 드 니로의 팬이 된 제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로버트 드 니로가 스스로 자초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그의 행보는 그야말로 이 영화 저 영화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다작배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의 출연작 중에서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같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도 있고, [라스트베가스]처럼 깜짝 흥행작도 있으며, [인턴]처럼 그와 잘 어울리는 영화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로버트 드 니로를 믿고 선택하기에 조금 민망한 영화들입니다. [버스 657]도 그 중 한편입니다.

 

 

 

딸의 수술비가 필요한 한 남자

 

[버스 657]은 어느 한 무리의 복면을 쓴 강도단이 심야 버스를 납치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며칠 전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딸의 병원비를 구해야 하는 본(제프리 딘 모건)이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마피아 보스 실바(로버트 드 니로)에게 돈을 빌려 줄 것을 요청하지만 단번에 거절당합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뿐입니다. 콕스(데이브 바티스타)와 함께 실바가 운영하는 카지노의 돈을 터는 것이죠.

하지만 [버스 657]은 본과 콕스가 실바의 돈을 터는 장면을 그다지 중요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뭔가 치밀한 작전이 필요할 것 같은데([오션스 일레븐]처럼) 본과 콕스의 작전은 간단명료하고, 그것도 도주 차량을 준비해고 대기해야하는 동료의 배신으로 모든 계획이 어긋나버립니다.

[버스 657]의 진짜 시작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동료의 배신으로 도주 차량을 잃은 본과 콕스는 버스를 납치합니다. 하지만 이내 순찰중인 경찰에  실바의 부하도 본과 콕스를 추적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침착한 본과는 달리 콕스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본은 딸의 병원비를 제시간에 병원에 가져가야 하고, 버스 승객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합니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본의 선택

 

딸을 병원비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의 본. 그는 냉혹한 마피아 보스 실바와 경찰, 그리고 동료였던 콕스와도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합니다. [버스 657]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본을 응원하게 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러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우선 본은 왜 실바의 부하에게 자신의 얼굴을 일부러 보여준 것일까요? 냉혹한 실바가 분명 병원에 입원한 본의 어린 딸을 미끼로 본을 협박할 것은 당연한 일인데 굳이 본은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스스로 위기에 빠집니다. 다행히도 실바가 그나마 인간미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서 그런 쓰레기같은 짓을 하지 안했지만 만약 실바가 본의 딸을 납치했다면 목숨을 건 본의 계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본은 어떻게 동료가 배신할 것을 알았을까요? 본은 자신의 여동생을 임산부로 위장시켜 버스에 미리 태우고 돈가방을 바꿔치기합니다. 하지만 본 일행이 버스를 납치한 것은 도주 차량을 준비했어야 하는 동료의 배신 때문입니다. 만약 도주 차량이 예정대로 준비되었다면 본과 콕스가 버스에 탈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버스 657]의 버스 납치 자체가 말도 안되는 어거지인 셈입니다.

 

 

 

내가 본을 응원할 수 없는 이유

 

[버스 657]를 재미있게 보려면 본을 응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으로 임산부로 위장한 본의 여동생에 의해 돈가방은 이미 병원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고, 실바가 본을 용서하는 장면에서 해피엔딩의 개운한 느낌을 얻어야합니다. 하지만 [버스 657]은 무엇 하나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합니다.

일단 마지막 반전은 어거지이고, 실바의 선택은 뜬금이 없습니다. 물론 실바가 불치의 병에 걸렸고, 자신을 외면한 딸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점이 영화 중반에 소개되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실바의 갑작스러운 선택을 이해하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게다가 저는 본을 응원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만약 실바의 카지노를 터는 것으로 범죄를 끝마쳤다면 저는 당연히 본을 응원했을 것입니다. 본이 가로챈 돈은 마피아가 자금을 세탁한 검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 돈으로 어린 딸의 수술비를 댄다면 제가 본을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본은 카지노를 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스를 납치했습니다. 본은 버스를 납치함으로써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우린 범죄자를 어떤 기준으로 용서해줘야 하는가?

 

물론 본의 침착한 대응 덕분에 승객중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본은 경찰과의 대치 도중 버스 운전사를 사살하려고 하는 콕스를 죽임으로써 버스의 승객들을 안전하게 지켜냈습니다. 그 결과 경찰에 구조된 사람들은 버스 납치범이 두명(원래는 세명인데 한명은 카지노에서 도주 도중 총에 맞아 버스에서 사망합니다.)이라고 진술합니다. 버스 승객들 모두 본의 편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 버스 닙치 사건을 알고 본을 뒤쫓았던 여경찰마저 본의 범죄를 눈감아주며 본은 어린 딸의 수술비도 마련하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용서받기까지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이 영화의 결말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합니다. 범죄자들 역시 모두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모두 불쌍히 여긴다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룰 범죄자는 아마 몇명 없을지도 모릅니다.

[버스 657]은 본을 용서했지만 영화를 본 저는 본이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정당하게 치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버스 657]이 끝나고 나서도 개운하지 못했습니다. 딸의 병원비를 마련해야했고, 버스 승객이 다치지 않도록 했기에 본의 범죄를 용서해야한다는 이 영화의 논리가 저는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버스 657]이 재미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