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맥베스] - 고전소설을 원문 그대로 읽는 느낌

쭈니-1 2016. 2. 26. 10:20

 

 

감독 : 저스틴 커젤

주연 : 마이클 패스밴더, 마리옹 꼬띠아르

개봉 : 2015년 12월 3일

관람 : 2016년 2월 17일

등급 : 15세 관람가

 

 

한때 나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열광하던 문학소년이었다.

 

제가 아주 어렸을적, 어머니께서 없는 살림에 큰 맘을 먹고 세계문학전집을 사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동깊게 읽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후 운명적 사랑과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제가 유독 열광하게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미있게 읽고난 후 저는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찾아 읽었습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햄릿>, <리어왕>, <오셀로>, 그리고 <맥베스>입니다. (놀랍게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 비극적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던 제게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분명 인상깊은 고전소설이었지만, 솔직히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감흥을 제게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그후 수십년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의 감성이 제게 아직 조금은 남아있나봅니다. 지난 12월 3일 [맥베스]의 개봉 소식을 들은 저는 어린 시절 읽었던 <맥베스>를 떠올리며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짧은 극장 상영 탓에 극장이 아닌 2개월이 흐른 후 집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충신 '맥베스'에게 다가온 마녀의 속삭임

 

[맥베스]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왕에 대한 충심으로 가득한 '멕베스'가 푹군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덩컨왕(데이빗 듈리스)의 사촌이자, 그를 위해서 반란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둔 '맥베스' 하지만 승리의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마녀가 '멕베스'에게 기이한 예언을 합니다. 그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라는...

덩컨왕에 대한 충정심과 왕좌에 대한 욕심으로 고민을 하는 '멕베스'. 하지만 '멕베스'는 그의 아내(마리옹 꼬띠아르)의 달콤한 속삭임에 그만 넘어가고 맙니다. 결국 자신을 철썩같이 믿는 덩컨왕을 죽이고, 이 모든 죄를 덩컨왕의 아들에게 덮어씌운 '멕베스'는 세 마녀의 예언대로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세 마녀는 또다른 예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세 마녀의 또 다른 예언은 '맥베스'의 절친한 친구인 뱅코우(패디 콘시딘)에 의한 것인데, 세 마녀는 뱅코우의 자손이 자대손손 왕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예언한 것입니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는 '맥베스'는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뱅코우와 그의 어린 아들을 죽이려는 음모를 펼칩니다.

 

 

 

사람은 어떻게 불신의 늪에 빠지게 되는가?

 

[맥베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맥베스'의 변화입니다. 덩컨왕에 대한 충심으로 가득했던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전사였습니다. 하지만 마녀의 꾐에 넘어가 왕좌를 탐하는 순간 그는 불안에 떠는 약한 남자가 됩니다. 수 많은 전투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던 뱅코우를 믿지 못하고 그를 죽이려 하고, 연회장에서 먼저 자리를 뜬 맥더프(숀 해리스)를 의심해서 그의 성을 기습하여 그의 가족들을 몰살시킵니다.

한때 최고의 전사였지만 이젠 자신의 왕좌가 빼앗길까봐 불안에 떠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 '맥베스'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람이라는 존재가 권력 앞에서 언제든지 배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이죠.

'맥베스'는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폭군이 됩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다는 마녀의 예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충심이 반역이 되듯이 예언 또한 한낱 말 장난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맥베스'는 거대한 비극에 빠져듭니다.

 

 

 

고전소설을 원문 그대로 읽는 느낌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맥베스>가 저런 내용이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맥베스'가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은 참 인상깊었는데, 연기파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용맹한 전사에서 불안전한 폭군이 되는 '맥베스'를 완벽에 가깝게 연기해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설의 원문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듯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사는 마치 수백년전 쓰여진 소설의 어려운 원문 그대로 읽는 것처럼 제게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영화라기 보다는 연극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나 할까요.

[맥베스]는 고전소설을 원문 그대로 읽는 느낌의 영화라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백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몰락이라는 소재에 맞춰 영화를 보다보니 영화 자체를 이해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고전소설을 한편 읽은 듯한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