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J 블레이크슨
주연 : 클로이 모레츠, 닉 로빈슨, 리브 슈라이버, 알렉스 로
개봉 : 2016년 2월 25일
관람 : 2016년 2월 27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블 컬렉션 스토어 가는 길
파크에비뉴 엔터식스 한양대점에 2월 18일 오픈한 마블 컬렉션 스토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마블 캐릭터 피규어는 물론이고, 학용품, 모자, 티셔츠 등 마블 관련 상품만 판매하는 곳으로 저처럼 마블의 광팬이라면 천국과도 같은 곳입니다. 물론 가격이 너무 비싸 구경만 해야하지만 그래도 며칠전 마블 컬렉션 스토어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한 저는 웅이와 함께 주말에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금요일 회식으로 인하여 술을 과하게 마셨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한 후 외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구피는 "겨우 피규어 구경하러 그 먼 곳까지 가야해?"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저와 웅이는 이구동성으로 "당연하지!"를 외치며 구피만 집에 남겨두고 당당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물론 저와 웅이는 구피의 말대로 피규어 구경하자고 저희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한양대에 위치한 마블 컬렉션 스토어에 간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한양대에서 죽집을 하고 있는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고, 왕십리 근처 CGV에서 웅이와 [제5침공]을 볼 계획을 세웠고, 웅이는 구피 몰래 비상금을 챙겨 마블 컬렉션 스토어에서 그토록 사고 싶었던 '아이언맨' 모자를 살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거의 서울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왕십리에 도착했습니다. 긴 여정으로 허기진 배는 롯데리아에서 새로 출시된 모짜렐라 인더버거와 마짬 버거로 채웠는데 개인적으로 모짜렐라 인더버거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마성의 짬뽕버거이라는 마짬버거는 고무줄 씹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롯데리아의 신상 버거를 맛있게, 혹은 맛없게 먹은 후 [제5침공]을 봤습니다.
솔직히 그날 여정의 주인공은 마블 컬렉션 스토어였습니다. [제5침공]은 그 먼 곳까지 가서 마블 컬렉션 스토어에만 들렀다오기가 좀 아쉬워서 본 영화인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5침공]은 개인적으로 영화적 재미가 2% 부족했습니다. 분명 초반에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었는데, 중반부터 갑자기 분위기가 느려지더니, 후반에는 너무 급작스럽게 영화가 끝나버리더군요. 아마도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는 "이렇게 그냥 끝나는 거예요?"라며 놀랬습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본 후 웅이가 남긴 외마디 비명과 비슷한 상황인 셈입니다. 하지만 [제5침공]은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보다 상황이 안좋습니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1년만 기다리면 [호빗 : 다섯 군대 전투]를 통해 결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제5침공]은 북미 흥행실패로 속편인 [무한의 바다]와 [마지막 별]이 제작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외계 침공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제5침공]은 외계 생명체의 지구 침공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소재이지만, [제5침공]은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초반부터 제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줍니다. 이 영화가 제게 안겨준 새로운 재미는 외계 생명체의 정체를 알 수 없고, 그들의 공격 또한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영화적 재미는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잘 드러납니다.
'디 아더스'라 불리우는 외계 생명체가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없이 그저 하늘에서 대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이 존재의 방문을 처음엔 공포스러운 눈으로 바라봤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자 공포는 호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디 아더스'의 침공은 시작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침공이 무차별 공격이 아닌 단계별 공격이라는 점입니다.
제1단계는 지구의 모든 전력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디 이더스'는 하늘에서 인류를 관찰하며 인류가 전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디 아더스'에 의해 갑자기 모든 전력이 차단되자 인류는 '디 아더스'를 향한 공격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만약 '디 아더스'가 전력을 차단하지 않고 무차별 공격부터 시작했다면 만만치 않은 인류의 무기로 인하여 '디 아더스'도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력의 차단으로 인류는 전기의 혜택을 잃고 어둠 속에 갇힙니다. 하지만 전력을 차단하는 것은 인류의 무기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을 뿐입니다. '디 아더스'의 제2단계 공격은 바로 자연재해입니다. 인류가 아무리 지구의 주인이라며 잘난척해도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합니다. '디 아더스'는 바로 대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류의 문명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제3단계부터가 진짜입니다. 지구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할만한 천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수 많은 SF, 재난 영화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의 멸종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그것은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디 아더스'는 그것을 이용해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를 살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격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만으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습니다. 소수이지만 바이러스에 면역이 된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디 아더스'는 제4단계 공격을 시도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체에 기생하는 것입니다. 인체에 기생해서 인간의 몸을 조종한 '디 아더스'는 살아남은, 그리고 숨어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죽입니다. 이 공격으로 사람들은 서로 믿을 수 없게 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뭉쳐 싸우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멸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제5단계 공격은 무엇일까?
[제5침공]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디 아더스'의 공격을 제1단계에서 제4단계까지 단숨에 보여줍니다. 그러는 동안 '디 아더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지도 않을 뿐더러 제1단계에서부터 제4단계까지 각기 다른 공격을 해왔기에 제5단계에서 어떤 공격을 할 것인지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적을 알아야 싸울 수 있고,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디 아더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셈입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캐시 설리번(클로이 모레츠)이 편의점 창고에서 총상을 입은 청년을 쏴 죽이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디 아더스'의 정체를 알 수도 없고, 어떤 공격을 할지 모르기에 캐시는 그가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을 공격하려는 '디 아더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서로 뭉쳐야지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 아더스'는 네번의 공격을 통해 인류의 문화를 무너뜨렸고, 그들이 뭉치지 못하고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디 아더스'의 공격은 제가 지금까지 봤던 외계의 지구 침공을 소재로한 영화 중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라 할만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제5단계 공격은 무엇일까요? 전력을 차단해서 인류의 무기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자연재해로 인류의 문명을 무너뜨렸으며,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으로 대다수의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인체에 기생하며 사람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서로 의심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타격만 가한다면 인류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물론 인류도 마냥 손을 놓고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미해군 보쉬 대령(리브 슈라이버)을 주축으로 '디 아더스'에 대항하는 군대가 조직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보쉬 대령의 군대는 성인으로 이뤄지지 않고 어린 아이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보쉬 대령은 "너희는 우리 인류의 희망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전투력만 따진다면 어린 아이들보다 어른이 '디 아더스'와의 전쟁에서 더욱 유용할텐데 어찌된 영문일까요?
[제5침공]은 '디 아더스'의 네번에 걸친 공격을 영화 초반에 숨가쁘게 보여준 이후 중반부터는 스토리 전개를 둘로 쪼갭니다. 하나는 보쉬 대령의 군대에 끌려간 어린 동생을 찾기 위한 캐시의 위험한 여정이고, 두번째는 보쉬 대령의 군대에서 캐시의 동생과 같은 소대에 소속된 벤 패리쉬(닉 로빈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부터 [제5침공]은 초반의 흥미진진한 전개와는 달리 분위기가 느려집니다.
특히 캐시가 의문의 남자인 에반 워커(알렉스 로)와 만나면서부터는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가 갑자기 펼쳐지기도 합니다. 마치 영어덜트 SF 영화에서 로맨스가 빠지면 큰일이라도 난다고 생각했는지 거의 슈퍼 히어로급 능력을 지닌 에반을 등장시켜 동생을 되찾기 위한 캐시의 위험한 여정을 조금 편하게 만들어놓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영화는 끝난다. (이후 영화의 결말부분을 언급합니다.)
저는 에반의 등장이 [제5침공]을 재미없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에반이 등장하기 전까지 캐시의 여정은 영화를 보는 저를 조마조마하게 했습니다. 물론 그녀는 주인공이고 당연히 동생을 되찾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평범한 여고생인 그녀가 감당하기엔 동생을 되찾는 여정이 너무 벅차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의 여정에 에반이 끼어들면서 안전해집니다. 게다가 영화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캐시와 에반의 달달한 로맨스까지 펼쳐지니 조금 어이가 없더군요. 물론 에반은 영화의 주요 반전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캐릭터입니다. 저는 [제5침공]을 보면서 보쉬 대령과 에반 둘중 하나는 '디 아더스'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웅이는 보쉬 대령이 '디 아더스'라고 확신하며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저는 보쉬 대령보다는 에반이 '디 아더스'일 것이라 의심했습니다. 문제는 '왜 그가 캐시를 도와주는가?' 라는 점입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에반이 인류의 마지막 저항군인 보쉬 대령의 군대에 잠입하기 위해 캐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에반이 '디 아더스'인 것은 맞았는데, 그가 캐시를 도와준 이유는 틀렸습니다. 에반은 캐시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디 아더스'에 맞서 캐시를 도와준 것입니다. 사랑?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5침공]은 결국 사랑 하나만으로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을 얼렁뚱땅 넘어가버립니다.
캐시가 갑자기 여전사로 돌변해서 보쉬 대령의 부대에 잠입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에반이 설치한 폭탄으로 부대 전체가 초토화되는 장면은 더욱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인류는 수적 열세를 최종병기 에반을 통해 단숨에 만회해 버린 셈입니다. 영화를 서둘러 끝내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생각밖에 안들 정도입니다.
캐시의 여정이 에반을 만나나면서 조금 이상해지는 것과는 달리 '디 아더스'가 침공하기 전에는 꽃미남 킹카였지만, '디 아더스'의 침공으로 부모가 죽고 좀비라고 불리우는 벤의 성장담은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그가 보쉬 대령에게 속고 있음을 깨닫는 장면은 굉장히 탁월했는데, '디 아더스'가 어른이 아닌 어린 아이들을 이용한 것은 그들이 어른에 비해 의심이 없고 잘 속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의 후반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디 아더스'의 제5단계 공격은 어린 아이들을 이용해서 어른과 전쟁을 벌이게 하는 인간끼리 죽고 죽이는 잔인한 전쟁이었던 것입니다.
캐시는 어린 동생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벤과 만남으로써 캐시와 벤 일행은 '디 아더스'를 향한 반격을 시작할 것입니다. '디 아더스'이지만 캐시에 대한 사랑으로 오히려 인류를 돕는 에반과 제5단계 공격을 이끈 보쉬 대령이 건재한 가운데 [제5침공]은 영화의 막을 내려버립니다. '디 아더스'와 인류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영화가 끝나버린 셈입니다. 만약 이 영화의 2편 제작이 불발된다면 [황금 나침반]과 더불어 역대급 중간에 끝내버리기 영화가 될 것입니다.
1편의 흥행부진으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하는 영화들이 너무 많다.
시리즈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본 후에야 느낄 수 있는데...
비록 [제5침공]은 실망스러웠지만 시리즈 자체가 이제 시작 부분임을 감안한다면
전체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보류해야 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2편과 3편이 제작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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