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라스트 위치 헌터] - 나믿너믿 빈 디젤

쭈니-1 2016. 2. 16. 16:35

 

 

감독 : 브렉 에이즈너

주연 : 빈 디젤, 로즈 레슬리, 일라이저 우드, 마이클 케인

개봉 : 2015년 12월 30일

관람 : 2016년 2월 14일

등급 : 15세 관람가

 

 

나믿너믿 빈 디젤

 

여러분은 영화를 고를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하시나요? 영화의 장르, 소재, 내용, 감독, 배우, 그리고 주변의 평가 등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각각 다를 것입니다. 저는 주로 장르를 보는 편이고, 소재와 내용, 감독과 배우, 그리고 흥행 여부등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감안하면서 영화를 고릅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배우 하나만으로 영화를 고를 때도 있습니다. 그 배우가 빈 디젤이라면...

빈 디젤은 [분노의 질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트리플 엑스], [리딕 : 헬리온 최후의 빛] 등 SF와 액션을 오가며 맹활약 중인 할리우드 스타 배우입니다. 사실 제가 근육질의 액션 배우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빈 디젤의 묵직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영화의 재미에 대한 믿음이 갑니다. 그리고 그것은 구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30일 개봉한 빈 디젤 주연의 판타지 호러영화 [라스트 위치 헌터]는 결국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라스트 위치 헌터]는 2015년 10월 23일 북미에서 개봉했지만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4위에 그치며 흥행 실패작 판정을 받은 영화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국내 개봉 당시에도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채 잠시 개봉했다가 곧바로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빛의 속도로 극장 상영이 끝나는 바람에 제가 극장으로 달려갈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빈 디젤 주연 영화를 오랜만에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800년전 흑사병은 마녀의 소행!!!

 

인류 역사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질병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흑사병이 얼마나 어마무시했는가하면 전 유렵 인구의 1/3 내지 1/4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를 숫자로 환산하면 2,500만에서 6,000만명에 흑사병으로 사망했다고하니 자칫 잘못하면 정말 유럽의 인류 역사가 그대로 멈춰버릴뻔 했습니다.

이렇게 흑사병은 어마무시한 병이다보니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대부분 흑사병을 일으킨 것은 마녀라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실제 흑사병이 유행하던 당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화형에 처해졌다고하니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라스트 위치 헌터]는 바로 14세기 흑사병을 일으킨 위치 퀸을 천신만고 끝에 죽인 코울더(빈 디젤)의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위치 퀸은 사랑하는 가족을 흑사병으로 모두 잃은 코울더의 슬픔을 눈치채고 그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인 영생불사의 저주를 내립니다. 결국 위치 퀸의 저주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된 코울더. 그는 최고의 마녀 사냥꾼으로 활약하며 800년을 살아갑니다.

 

 

 

마녀와 인간의 공존

 

코울더가 위치 퀸을 없앤지 800년이 지난 현재. 인간과 마녀의 전쟁은 끝이 났고, 마녀는 인간들 틈에서 조용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끔은 인간을 해치려는 마녀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코울더가 붙잡아 마녀 평의회에 넘깁니다. 코울더에게는 코울더를 돕는 돌란이 있는데, 36대 돌란(마이클 케인)의 은퇴하고 37대 돌란(일라이저 우드)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라스트 위치 헌터]의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영생의 저주, 마녀의 공포, 마녀와 인간의 공존 등 사실 [라스트 위치 헌터]는 수 많은 판타지 영화의 뻔한 장치들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영생의 저주는 러셀 멀케이 감독의 1990년 영화 [하이랜더]에서부터 꾸준히 사용되고 있으며, 마녀의 공포는 [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 호송단],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 [7번째 아들]에서, 마녀와 인간의 공존은 [뷰티풀 크리처스]에서 이미 선보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소재에 빈 디젤이 나오니 역시나 영화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더군요. (역시 나믿 너믿 빈 디젤) 코울더는 세상 모든 마녀들을 벌벌 떨게 하는 카리스마와 더불어 자신 때문에 위험에 노출된 선량한 어린 마녀 클로이(로즈 레슬리)를 보호하려는 따뜻한 면까지 두루 보여주면서 거의 원맨쇼를 펼쳐 나갑니다.

 

 

 

가볍게 시간 떼우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영화

 

물론 [라스트 위치 헌터]는 분명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흥행 참패를 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영화이기는 했습니다. 마지막 반전은 조금 뜬금없었고, 위치 퀸의 부활과 코울더와 위치 퀸의 마지막 대결은 허망했습니다. 좀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뭔가 재미있어질만한 순간에 갑자기 영화가 끝나버린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구피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일요일 밤에 본 탓에 몸은 피곤했지만 호러와 판타지, 액션이 적절하게 섞여서 몰입도가 있었고, 빈 디젤은 물론 오랜만에 우리의 '프로도' 일라아지 우드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클로이를 연기한 로즈 레슬리도 매력적이었는데 누군가 봤더니 미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배우라고 하네요.

코울더를 한명의 사람이 아닌 마녀를 없앨 하나의 무기로 인식하는 도끼 십자회. 그러한 도끼 십자회를 벗어나 이제 클로이와 함께 독자적인 활동을 해나갈 코울더. 분명 [라스트 위치 헌터]는 개인적으로 2편이 기다려지는 영화였지만, 국내외 흥행 실패 탓에 카리스마 넘치는 마녀 사냥꾼 빈 디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 영화 한편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