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카밀 들라마레
주연 : 에드 스크레인, 레이 스티븐슨, 론 샤바놀
개봉 : 2015년 10월 15일
관람 : 2016년 2월 3일
등급 : 15세 관람가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는 뤽 베송은 감독겸 제작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제작을 맡은 프랑스 액션영화들은 할리우드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기도 하는데 [택시], [트랜스포터], [테이큰] 등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액션영화의 특징은 액션의 무한 질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트랜스포터]는 [택시]의 스피드와 [테이큰]의 액션을 적절하게 섞은 뤽 베송표 액션영화의 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트랜스포터]가 처음 우리나라 관객에게 소개된 것은 만들어진 것은 2003년 1월입니다. 당시에만해도 무명 배우에 불과했던 제이슨 스타뎀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이 영화는 제이슨 스타뎀보다 중국의 인기배우 서기의 출연 덕분에 저를 극장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트랜스포터]를 절반만 만족했습니다. 분명 뤽 베송표 무한질주 액션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속이 텅 비어있는 스토리 라인은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그 이후 2005년 [트랜스포터 : 엑스트림], 2009년 [트랜스포터 : 라스트 미션]이 개봉했지만 더이상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졌던 [트랜스포터]가 2015년 10월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주연배우를 제이슨 스타뎀에서 에드 스크레인으로 교체하고 말입니다.
분명 새로워지긴 했지만...
[트랜스포터 : 리퓰드]는 주인공을 제이슨 스타뎀에서 에드 스크레인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트랜스포터]의 설정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프랭크 마틴의 캐릭터를 상당부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가 [트랜스포터]의 열혈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기억 속의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없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터 : 리퓰드]는 프랭크 마틴(에드 스크레인)에게 특수요원 출신의 아버지(레이 스트빈슨)를 안겨줍니다. 그로인하여 프랭크는 아버지를 납치한 안나(론 샤바놀)에게 속수무책으로 휘둘립니다. 제이슨 스타뎀의 프랭크 마틴이 굉장히 쿨한 프로페셔널이라면 에드 스크레인의 프랭크 마틴은 믿음직하지 못한 아마추어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프랭크는 영화의 제목처럼 운반자입니다. 그는 고객의 의뢰를 받고, 물건을 약속한 장소에 정확하게 운반합니다. 운반물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약속을 어기는 일도 절대 없습니다. 그렇기에 범죄조직은 그를 믿고 일을 맡깁니다. 하지만 [트랜스포터 : 리퓰드]의 프랭크는 그러한 운반자로써 그다지 믿음직하지 못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신이 세운 규칙을 스스로 지키지 않고 안나의 부하 노릇만을 할 뿐입니다.
찌질해진 프랭크 마틴
[트랜스포터 : 리퓰드]는 통나무처럼 딱딱하기만 했던 프랭크의 캐릭터에 특수요원 출신의 아버지라는 가족을 안겨줌으로써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 부여가 오히려 [트랜스포터 : 리퓰드]에게는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트랜스포터]는 비록 스토리 라인이 부실해서 제게 100% 만족감은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제임스 스타뎀의 액션 하나만큼은 속이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터 : 리퓰드]는 프랭크에게 캐릭터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토리 라인은 부실하기만 하고, 오히려 프랭크의 매력은 [트랜스포터]보다 뒤로 후퇴해버렸습니다. 아버지에 안나일행에게 납치된 사실을 알고는 고분고분해진 프랭크를 보며 제이슨 스타뎀이 간절히 그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영화의 중반까지만해도 저는 프랭크보다는 프랭크의 아버지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은퇴한 특수요원인 그는 안나 일행에게 납치가 되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안나 일행에게 작업을 겁니다. 아버지의 납치에 허둥지둥거리는 애송이같은 프랭크과 비교한다면 그의 아버지가 훨씬 멋잇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계획도, 액션도 없다.
하지만 프랭크의 아버지에 의한 영화적 재미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카밀 들라마레 감독은 주인공보다 주인공 아버지가 더 매력적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영화 후반에 그의 매력을 완전히 떨어뜨립니다. 그가 안나 일행에게 납치된 것은 바람둥이인 그의 성격상 이해할 수 있었지만, 영화 후반에 카라소브에게 납치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한편의 영화에서 두번이나 납치가 되다니... 그러고도 전직 특수요원이라 할 수 있을런지...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버지가 카라조브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안 프랭크의 다음 행동입니다. 그는 그저 안나를 찾아가 "지난 번에는 내가 도와줬으니 이번엔 너희가 날 도와줘."라며 땡깡을 부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프랭크에게 뭔가 계획이 있었던 것일까요? 특별히 그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프랭크가 아닌 안나입니다. 그 계획이라는 것도 사실 허술하지만...
더욱 최악인 것은 다른건 몰라도 액션만큼은 최고였던 제이슨 스타뎀에 비해 에드 스크레인의 프랭크는 툭하면 얻어터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카라소브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얻어터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제이슨 스타뎀이 그리워졌습니다.
도대체 왜 리메이크한 것일까?
[트랜스포터]가 부실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3편의 시리즈가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프랭크의 캐릭터가 멋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이슨 스타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악당들을 제압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줍니다. 거기에 시종일관 터지는 자동차 질주가 겹들여지니 스토리 라인이 부실해도 관객들은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봤던 것입니다.
그러나 [트랜스포터 : 리퓰드]는 프랭크의 캐릭터를 무표정한 액션 머신에서 입체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오히려 [트랜스포터]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장점마저도 없애는 악영향을 끼쳐 버립니다.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프랭크가 아닌 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러시아 인신매매단을 상대로 치밀한 계획과 프랭크를 이용해서 복수에 성공한 그녀는 찌질해보이는 프랭크와는 달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멋진 미소로 영화를 끝맺음합니다. 프랭크를 이렇게 망가뜨릴려고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부활시킨 것일까요? 북미에서 [트랜스포터] 시리즈중 최악의 흥행성적을 올린 [트랜스포터 : 리퓰드]. 이 영화도 속편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온다고해도 제가 다시 이 시리즈를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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