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앱솔루틀리 애니씽] - 초능력이 있다해도 지구를 지키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쭈니-1 2016. 2. 6. 01:02



감독 : 테리 존스

주연 : 사이먼 페그, 케이트 베킨세일, 로빈 윌리엄스

개봉 : 2016년 1월 14일

관람 : 2016년 2월 5일

등급 : 12세 관람가



황금같은 설 연휴의 첫번째 영화


지난 1월 셋째주 주말, 저와 웅이는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웅이의 초등학생으로써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매주말마다 한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계획이었는데 하필이면 보려고 마음 먹었던 영화 두편이 같은 날 동시에 개봉했던 것입니다. 바로 [구스범스]와 [앱솔루틀리 애니씽]입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의 고민은 그리 길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앱솔루틀리 애니씽]을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저희 가족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구스범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구스범스]도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영화였지만, [앱솔루틀리 애니씽]의 소재도 기발했기에 저는 왜 이 영화가 국내 극장 상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구스범스]의 잭 블랙만큼이나 코미디 연기만큼은 정평이 나있는 사이먼 페그가 주연을 맡았고, 우리의 영원한 여전사 케이트 베킨세일을 오랜만에 볼 수 있으며, 2014년 8월 11일 우리의 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영화이기에 제 의구심은 더욱 컸습니다.

그리고 5일간의 황금같은 설연휴의 시작을 문턱에 둔 금요일 밤. 저는 oksusu에서 [앱솔루틀리 애니씽]을 드디어 봤습니다. 비록 구피는 피곤하다며 먼저 잠자리에 들었지만, 저와 웅이는 치킨 강정을 준비해놓고 [앱솔루틀리 애니씽]으로 황금 연휴의 시작을 즐겼습니다.




지구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렸다.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1972년 아틀라스 센타우르의 이륙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이 우주선의 임무는 태양계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지능생명체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쏘아 올린 이 우주선을 발견한 은하계 고등생물 위원회는 하찮은 인간과 인간이 사는 지구를 몰살시킬 생각 뿐입니다. 그래도 형식상 인간의 존폐를 결정한 마지막 기회를 주는데 그것은 바로 무작위로 선정한 한명의 인간에게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초능력을 주는 것입니다.

소설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별볼일 없는 닉(사이먼 페그)이 우연히 은하계 고등생물 위원회가 선정한 초능력자로 뽑힙니다. 만약 그가 초능력을 이용해서 옳은 일을 한다면 인간은 은하계 고등생물 위원회의 회원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지구는 한줌의 먼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리가 없는 닉은 자신에게 생긴 정체불명의 초능력을 엉뚱한데 씁니다.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평범한 한 남자가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닉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절대적인 초능력을 얻지만 그가 그것을 사용할때마다 엉뚱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나마 그가 잘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애완견인 데니스(로빈 윌리엄스)를 말하게 만든 일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이건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닉이 원한다면 죽은 자를 되살릴 수도 있고,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라도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닉은 평소 짝사랑하던 아래층 여자 캐서린(케이트 베킨세일)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만약 당신에게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어쩌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돈을 원할지도 모르고, 세계 최고의 권력과 명성을 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닉은 이러한 엄청난 능력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한다는 것이 짝사랑 이루기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러한 닉의 선택이 공감됩니다.

닉은 외로운 남자입니다.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것은 애완견 데니스입니다. 그런데 사정은 캐서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주변에는 속물 남자들 뿐입니다. 스토커처럼 귀찮게 쫓아다니는 남자에서부터,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혹하는 직장 상사까지... 화려한 도시의 삶과는 달리 닉도, 케이트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진정한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만약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을 찾는 것, 그것이 닉의 선택입니다.


 


진정한 사랑을 이루는 것은 초능력이 아닌 진심이다.


닉이 자신의 초능력으로 캐서린의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캐서린과의 사이만 멀어질 뿐입니다. 결국 제 아무리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초능력이 있다고해도 진정한 사랑을 이루는 것은 초능력이 아닌 진심인 셈입니다. 닉이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동안 닉의 초능력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그랜트가 등장하여 닉을 위기에 빠뜨립니다. 뒤늦게 닉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기아문제, 환경문제, 전쟁 문제를 해결하려하지만 이것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소동을 겪으면서 닉은 자신이 갖고 있는 초능력이 결코 축복이 아닌 저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지구 밖에 있습니다. 애초부터 인간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은하계 고등생물위원회는 지구를 파괴할 것을 결정합니다. 자! 과연 우리 지구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요? 정답은 자신밖에 생각할줄 모르는 인간이 아닌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애완견 데니스에게 있습니다. 결국 지구를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개만도 못한 셈입니다.

1시간 2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말해주듯이 [앱솔루틀리 애니씽]은 기발한 소재로 그냥 가벼운 코미디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만약 저처럼 어린 자녀와 이 영화를 볼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관람등급이 12세 관람가이지만, 약간의 섹스 코미디가 섞여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