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차일드 44] -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곳이 진정한 천국이다.

쭈니-1 2016. 2. 3. 16:33

 

 

감독 : 다니엘 에스피노사

주연 : 톰 하디, 누미 라파스, 게리 올드만, 조엘 킨나만, 뱅상 카셀

개봉 : 2015년 5월 28일

관람 : 2016년 2월 1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굿바이 hoppin

 

지난 몇년동안 제 영화 관람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영화 다운로드 어플인 hoppin이 오는 4월 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몇년동안 저는 hoppin의 '영화 빅5'나, '영화 매니아' 이용권을 매월 자동결재해서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챙겨봤는데 이렇게 서비스가 종료된다고하니 아쉽기만합니다.

hoppin의 서비스가 종료되는 대신 oksusu라는 새로운 어플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hoppin의 서비스 종료가 아쉽기만 하지만, 그래도 oksusu에 회원이용 동의를 하며 제 새로운 영화 파트너로 받아들였습니다. 아직 oksusu를 이용해보지는 못했지만, 부디 hoppin처럼 제 든든한 영화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암튼 hoppin에서 다운로드받은 영화들도 조만간 이용이 불가능해진다고해서 부랴 부랴 다운로드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뤄뒀던 영화들을 이번 기회에 모조리 챙겨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첫번째 주인공이 바로 [차일드 44]입니다.

 

 

 

1952년 소비에트 연방를 무대로한 미스터리 스릴러

 

[차일드 44]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에서 남성미 물씬 넘치는 맥스를...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는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배신한 악당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를 연기했던 톰 하디가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엔 톰 하디 외에도 게리 올드만, 뱅상 카셀, 누미 라파스 등 익숙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하지만 [차일드 44]는 평범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무대가 1952년 소비에트 연방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 패권을 두고 냉전 시대의 한 축이 되었던 소비에트 연방. 우리에겐 소련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소비에트 연방은 1992년 1월 1일을 기해 정식으로 해체되었습니다.

왜 [차일드 44]는 이젠 사라져버린 소비에트 연방을 무대로 삼았을까요? 44명의 살해된 소년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의 이야기라면 굳이 소비에트 연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궁금증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천국에 살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차일드 44]가 소비에트 연방을 무대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공산주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때문입니다. 공산주의는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개인의 재산을 공산당에서 관리하여 개인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는 이념입니다. 공산주의에 의한다면 세상엔 가난이 사라질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평등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이상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개인의 모든 재산을 공산당에서 관리를 하다보니 공산당에 너무 큰 권력이 집중되고, 이는 독재주의로 연결됩니다. 결국 공산주의가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산당의 기도자가 정말 공평하게 모든 재산을 개인에게 나눠준다면 공산주의의 이상대로 가난은 사라질테지만, 독재자들은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이용해서 모든 재산을 독차지하려 했고, 결국 가난은 오히려 더 심화될 뿐이었습니다.

[차일드 44]는 바로 그러한 불가능한 이상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는 '천국에 살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데 소비에트 연방을 범죄 발생률 0%의 완벽한 천국이라 믿고 싶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독재자 스탈린의 허황된 이상이 44명에 달하는 소년의 죽음을 연쇄살인이 아닌 사고사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진실을 쫓으면 조국을 배신하는 것이다.

 

전쟁영웅으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레오(톰 하디)는 어느날 절친한 동료의 아들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누가봐도 살인사건이자만 레오의 상사인 쿠즈민 총경(뱅상 카셀)은 단순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하라고 명령합니다. 결국 '천국에 살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 아래 레오 역시 단순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하지만 조국에 대한 레오의 충성심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아내 라이사(누미 라파스)가 스파이 의혹을 받은 것입니다. 진실을 외면하고 라이사를 당에 넘기면 레오의 출세가도는 더욱 탄탄해질테지만, 결국 레오는 라이사의 무죄를 주장하게 되고, 그로인하여 외진 곳의 민병대로 좌천됩니다.

이후에도 레오는 진실과 조국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민병대로 좌천된 곳에서도 어린 소년의 살인 사건과 마주하게된 레오는 이 사건이 소년을 대상으로한 연쇄 살인마의 소행이라 확신하고 민병대 대장인 네스테로프(게리 올드만)과 진실을 쫓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쿠즈민 총경과 레오의 자리를 탐냈던 바실리(조엘 킨나만)에 의해서 레오는 궁지에 몰립니다.

 

 

 

음모? 그딴건 없다. 그냥 허황된 이상만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우리는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쿠즈민 총경이 소년 연쇄살인마와 어떤 관련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게 됩니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차일드 44]에는 그따위 시시콜콜한 음모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학대당한 한 남자의 광기와 범죄 발생률 0%라는 지도자의 허황된 이상을 채워주고자 진실을 감추기 급급한 인간들만 있을 뿐입니다.

영화를 보며 소년 연쇄살인마의 살인 행각에 대한 음모에 집중하다가 영화 후반에 음모 따위는 없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되니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조금은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허황된 이상만으로도 이렇게 미스터리 스릴러가 만들어질 수 있다니...

영화의 마지막 부분 레오는 거짓된 진실 때문에 총살된 농부의 아이들을 입양하면서 라이사에게 묻습니다. "내가 정말... 인간말종이야? 내가 정말... 괴물일까?" 평범한 사람들을 스파이로 몰고, 친구의 아들이 죽었어도 사고사라며 진실을 외면했던 레오. 그는 라이사조차 두려워했던 괴물이었지만, 진실을 쫓으며 진정한 영웅이 됩니다. 어쩌면 진정 이상적인 사회는 허황된 믿음이 아닌,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