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6년 아짧평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 -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라니...

쭈니-1 2016. 1. 25. 17:10

 

 

감독 : 스테판 벨라, 마티아스 말지우

더빙 : 마티아스 말지우(이충주), 올리비아 루이즈(박혜나)

개봉 : 2015년 8월 20일

관람 : 2016년 1월 23일

등급 : 전체 관람가

 

 

2016년 역사상 가장 추운 날 우린 이 영화를 봤다.

 

원래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지난 주말 무박2일 남해로 여행갈때 관광버스에서 보려고 다운로드 받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와 웅이는 무박2일 여행의 피곤함에 지쳐 관광버스에서 잠을 잤고, 결국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의 관람은 뒤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웅이의 겨울방학 마지막 주말을 위해 저는 킨텍스 NASA 휴먼어드벤처전에 가려고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0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 때문에 저희 가족의 모든 외출 계획은 취소되었습니다. 그대신 남해 여행때 보지 못했던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을 보기로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1874년 애딘버러 역사상 가장 추운 날 태어난 잭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추운 날 태어나는 바라멩 심장이 꽁꽁 얼어붙은 잭. 마들렌 박사는 그의 고장난 심장 대신 뻐꾸기 시계를 넣어 잭을 구해줍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이 이 영화를 본 것도 너무 추운 날씨 때문이라니 참 묘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와 웅이는 물론 평소 애니메이션을 틀어놓으면 꾸벅꾸벅 졸던 구피도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만큼은 집중하며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라니...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무래도 영화의 기술력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떨어집니다. 하지만 기술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잭과 아카시아의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잭은 시계심장을 가진 탓에 세가지 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시계바늘을 만지지 말아야 하고, 화를 내서는 안되며, 사랑을 해서도 안됩니다. 특히 사랑은 잭에게 치명적인데, 잭의 시계심장은 사랑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을 했다가는 잭의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하지만 잭은 거리의 가수 아카시아를 처음 본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잭과 아카시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잭은 아카시아와의 사랑이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카시아와의 사랑에 이끄리고, 그런 그를 마술사인 조르쥬 멜리어스가 도와줍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해피엔딩을 기대할 것입니다. 슬픈 비극으로 끝나는 동화 <인어공주>마저 해피엔딩으로 탈바꿈시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마법에 익숙해있기에... 하지만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기에 저희 가족은 코끝이 찡한 감동과 여운이 짙게 남는 결말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판타지 러브 스토리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여러모로 판타스틱한 영화입니다. 하긴 얼어붙은 심장을 대신하여 뻐꾸기 시계를 넣었다는 잭의 설정부터가 초현실적입니다. 마들렌의 집에서 함께 사는 잭의 주변 사람들이 거의 그러한데 망가진 척추대신 실로폰을 등에 단 할아버지가 대표적입니다. 잭이 아카시아를 찾아 찾아간 서커스단의 풍경은 더욱 기괴합니다. 멜리에스는 샴쌍둥이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다른 캐릭터들 역시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잭과 아카시아의 사랑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잭의 든든한 친구가 조르쥬 멜리에스라는 점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휴고]를 통해 멜리에스에게 존경을 표현할 정도로 조르쥬 멜리에스는 세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특히 그는 세계 최초로 트릭영화를 주로 만들었는데, 대표작으로는 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입니다.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휴고]와 마찬가지로 조르쥬 멜리에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조르쥬 멜리에스의 SF영화의 정신이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에도 듬뿍 담겨져 있어서 보는 내내 행복했고, 경이로웠으며,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건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완벽한 영화를 감탄만 내뱉으며 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본 것은 자막 버전이 아닌 더빙 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hoppin에서 다운로드 받을때 자막 버전은 등록되어 잇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별 생각없이 더빙 버전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그것이 2016년 들어서 제 최대의 실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수입사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더빙을 입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어린이가 보기엔 너무 기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해피엔딩도 아닌 새드 엔딩입니다. 이건 첫사랑의 열병을 앓을 나이대에 접어든 10대 후반에서부터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 영화의 더빙이 어쩔 수 없다고 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영화 속에 삽입된 노래마저 더빙으로 망치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대사는 어떻게 더빙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해도 노래는 안됩니다. 최소한 노래 만큼은 더빙으로 망치지 말고 원작 그대로 남겨뒀어야 했습니다. 

 

 

 

자막 버전을 구할 수만 있다면 꼭 다시 보고 싶다.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프랑스 록밴드 '디오니소스'의 리드 싱어인 마티우스 말지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공동연출은 물론 잭의 목소리까지 연기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은 음악도 굉장히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노래 위에 더빙을 엊혀 놓으니 그 감동이 덜했습니다. 영화 앞부분 마들렌 박사가 잭에게 절대 해서는 안될 세가지 법칙을 노래로 부르는 장면에서 저희 가족은 첫번째 규칙인 '시계바늘을 만지지 말것'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첫번째 법칙이 뭐라고?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물어야 했고, 잭과 아카시아가 처음 만나 부르는 사랑의 노래도 더빙으로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현재 hoppin에서는 이 영화의 자막 버전이 등록되지 않은 만큼 다른 다운로드 사이트에서라도 자막 버전을 찾아봐야 겠습니다. 그나마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의 엔딩 크레딧 곡만큼은 더빙이 아니어서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한참동안 엔딩 곡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